무당벌레 무당벌레 / 月靜 강대실 사온일 거둥길 따라긴 동면 든 산방 찾는다나들문 빗장 열어 제치자덥석 집어삼키려는 시퍼런 냉기도망치듯 비집고 들어서니때꾼한 무당벌레 한 마리조아리며 비손하며 인기척한다이 작자가, 무단 투숙을!감히 어디라고 여기서반문 열고 끌어내려 하자갈쌍갈쌍한 눈빛,나그네가 외려 주인 노릇을…엄동설한 어이 건너라고!가슴 찔리는 소리 들린다.(3-89/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16.01.20
언덕 위 미루나무 언덕 위 미루나무/ 月靜 강 대 실 너를 만나려고 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 곁가지도 되지 못하고 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 벅수처럼 서 있다 때를 알아 잎을 떨구는 그 아름다움 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 하늘 끝 치키는 이 향기 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 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 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 바람 높은 둔덕 네 발아래 서성인다. 언덕 위 미루나무 / 月靜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 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 곁가지도 되지 못하고 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 벅수처럼 서 있다 때를 알아 잎을 떨구는 그 아름다움 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 하늘 끝 치키는 이 향기 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 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 .. 1. 오늘의 시 2016.01.05
어떤 친구 어떤 친구 / 月靜 강 대 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어떤 친구가 출장길에 차가 미끄럼을 타 오랜 병상 신세를 지다 네발로 나와결국엔, 돈 몇 푼에 늙은 도짓소 되었다그간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 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받을 건 간데없고 사방에 빚만 늘렸다친구, 산 입에 거미줄 치게 둘 수 없다고돈뭉치 싸 들고 이것저것 기웃대다 덜컥 덫에 걸려 손 털고야 말았다한쪽은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어디다 빼돌렸냐 볶아대고다른 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욕악담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 집이며 묻어 둔 땅까지 홀랑 넘겨가고 끝내는 도장 찍고 각기 돌아서고 말았다반쪽입네 하나네 하며 죽고 못 살다가도 등 돌리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는가 질그릇 깨고 놋그릇 .. 1. 오늘의 시 2015.12.15
엮임에 대하여 - 月靜 강 대 실 - 법성포에서 천혜의 풍광에 몸값이 금 되는 줄줄이 엮인 굴비두름 본다, 어디 엮이는 게 굴비뿐이랴? 부모 자식 부부로, 친구 동료 이웃……으로 우리는 겹겹이 엮이어 산다. 그러나, 요즘 TV에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살이 不知不識 간 넓어진 보폭만큼이나 오랏줄에 굴비처럼 엮이어 닭장차 오르는 추태 수없이 본다. 칼자루 쥔 의자 올라앉을수록 한밑천 단단히 잡을 호기라도 만난 듯 돈독에 한없이 얼이 나가 팔고리 동아줄에 꽁꽁 엮이어 권위와 인품에 먹칠 하고 인생 종지부 찍는다. 종당에는 빈손으로 칠성판에 엮이어 무덤으로 가는데 1. 오늘의 시 2015.12.04
큰누님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고이 모신 족보 배견하다 밀쳐놓고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남매간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갖혀서도 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양순이 누님 마음을 틀어쥔다 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 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 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 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 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 아님,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 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 어디메 꽃밭에 옹그리고 있는지 백화 만발했을 양순이 큰누님 생때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사시다 끝내 불덩이로 품고 가셨을 우리 부모님 ‘어머님 아버님!, 소녀 불효자 양순이.. 1. 오늘의 시 2015.11.16
자작골 편지 자작골 편지/ 월정 강대실 여보게, 친구! 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우거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새끼줄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이마 앞 양지받이에 초막간,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한 짐 쿡쿡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쳐 가며 군불 빵빵히 한 부석 넣세 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 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 다래주에 밤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닭서리 곰 사냥 물귀신 될 뻔한 일이랑 지새워, 밀쳐둔 얘기 보따리 풀세 한번. 자작골 편지(시화용16행) 여보게, 친구! 올 겨울 .. 1. 오늘의 시 2015.10.07
어청도 사랑 어청도 사랑 / 月靜 강 대 실 애틋한 기다림 찾아 떠난 망망 뱃길 세 시간 마음보다 더 멀리 마중 나온 너 시악시 청아한 자태에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리고 밤낮 모르고 사랑에 퐁당 빠졌다 버릴 수 없는 항구의 미련 때문에 짧은 등댓간 사랑 뿌리치고 기약 없는 이별 하던 날 우리의 슬픔은 바다 흰 포말이 되어 한사코 벼랑바위 가슴을 후비어 댔다 뱃전에 올라서자 너는 망부석으로 굳어버린 바위 다시, 애타는 기다림 수평선에 흑점으로 아른대더니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바다의 비련이었다. 1. 오늘의 시 2015.09.22
약비 맞다 약비 맞다 월정 강 대 실 새벽 어두커니 고요를 밟고 냉기 들이켜며 문밖으로 나선다 방천길 논둑길 지나 댐 뚝방 올라선다 느닷없이 산성 너머 쏴아 몰려오는 비 떼, 황새목이 되어 기다리는 도토리 만 한 호박 빛바랜 밤꽃 앉은뱅이 땅찔레 좋아라 연신 머리 치세운다 낯빛들 차-암 싱그럽다 금방, 방긋이 박꽃 웃음 보일 듯이 나도 저들처럼 흠뻑 약비 맞은 터 사유의 뿌리 더 깊고 넓고 푸르게 뻗치고 황금 들판의 꿈 꾸어도 좋겠지 함초롬히 옷 젖었어도 마치 새색시 맞을 신랑처럼 마음 설레는 아침 집에 들어서자 쪽문이, 툭! 범종 타종하듯 머리통을 찐다, 무엇보다 먼저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듯. 1. 오늘의 시 2015.09.18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월정 강대실 손끝이 게을러지더니 맘먹은 일마다 허방을 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내 낌새를 눈치 챈 정인들 살다보면 빨리 잊어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래야, 앞이 보인다고 후딱 마음 정리하라 이른다 기름 엎지르고 깨 줍는 격으로 산밭에 참깨 몇 두럭 심는다 두벌씨 산비둘기만 배 불려 주고 태반이 빈자리다 애잔한 것들, 잘 돌볼 생각에 해 동무 기다려 허둥지둥 찾으니 지나가는 골바람, ‘에끼, 가리새머리 없는 ... ! ’ 이명처럼 울리더니 밀짚모자 낚아채 고랑에 꿍겨박고는 솔밭 쪽으로 줄달음친다. 1. 오늘의 시 2015.09.09
잃어버린 계절 잃어버린 계절/月靜 강 대 실 대침 같은 땡볕 쏟아져도 아픔 같은 거 몰랐습니다 억수로 내리붓는 작달비에도 피해 갈 생각 안 했습니다 가시풀 칙칙한 생로 달리며 늘 푸른 강물만 꿈꾸다 무심결에 눈에 든 서녘 놀빛 허허한 가슴 붉게 태웠습니다 정처 없이 허무의 강 서성이다 한 발짝도 내려서지 못하고 불현듯 불어닥친 회리바람 와르르 무너져 내린 가슴벽 또 다른 모습으로 덧칠해질 은빛 계절 목 놓아 부릅니다. 1. 오늘의 시 2015.09.01
관방제림 관방제림* / 월정 강대실 푸조나무 팽나무 음나무 고향 집 지키는 허리 굽은 노모처럼 시름겹게 눌러살고 계셨네 죽장에 깨금발로 들머리 내다보며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긴긴 기다림으로 버텨 사셨네 해가 설핏한데도 한눈에 얼른 날 알아보고는 연신 오색 꽃잎 날리시며 이제 가면 다시 또 천년만년 학수고대하겠노라며 눈시울 붉히셨네. * 관방제림: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읍을 감돌아 흐르는담양천의 북쪽 언덕에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 각종의 노거목이 줄지어 서 있으며 녹음과 아름다운 경치 바람을 막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 1. 오늘의 시 2015.08.10
애기똥풀 애기똥풀/ 월정 강대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데서순한 미소 지그시 물고 있다가도손대면 애기똥 같은 노오란 핏방울 달고 솔솔 비릿한 구린내 풍기는 눈길 마주치면 길가의 개똥처럼못 본 체 하거나 고개를 외로 틀었지만이 아침에는 여름의 푸르른 창가에어머니 빙긋이 이 자식을 반기신 모습이라 불현듯 생각나는,우리 어머니 온 삭신이 쑤시고 저리면갖은 초근목피랑 푹푹 달여 드시고는거뜬히 운신하여 온 밭 닦달하셨으니 약체에 가시고 삼십 년이 더 넘은 지금에사참 감사하고 구린내가 어머니 냄새로 풍겨 와두고두고 그 은혜 기억하고 싶은 애기똥풀진작, 왜 내가 몰랐을까! 1. 오늘의 시 2015.08.05
밥 대접 밥 대접 / 月靜 강대실 땅맛 알고 나서부터는 미물에게 밥 대접 하네 농골 산밭 지심 매다가 밭머리 솔가지에 걸어 둔 새참 고리 그늘 방석 위에 펼치네 우르르 달려드는 개미와 쇠파리 날아든 애기 풀벌레 한 마리 불현듯, 떠오르는 어머니 모습 고수레! 고수레! 사방에 음식 떼어 던지시던 숭고한 마음 헤아리다 함께 둘러앉아 맛있게 나누네 세상은 비잠주복(飛潛走伏)과도 더불어 산다는 걸 이 나이에사 알아차리네. 1. 오늘의 시 2015.07.25
어머니의 호미 어머니의 호미 월정 강대실 물외 꽃 흐드러지면 쌀보리 먹감 익는 서릿가을에는 고구마 거두어 고봉밥이 출출한 새끼들 뱃구레 채우게 한 큰밭 쟁기질하다 김매다가 눈에 채이어 시나브로 골라낸 돌멩이 오종종히 웅크리고 앉아 조는 밭귀퉁이 시들말라 바스러진 환삼덩굴 밑에 봉선화 꽃물 같은 그리움 벌겋게 절은 어머니의 자루 없는 닳고 닳은 호미, 허기 때운 둥 만 둥 손 꼭 잡고 동동걸음을 쳐 앞들 뒷밭 그 많은 밭뙈기 김을 매 가꾸며 한 많은 세월 산보다 더 서러운 눈물 함께 훔쳤을 굽은 허리 엎디어 세월 반추하다 잃은 살붙이를 만난 듯 쏘옥 내민 낫등 따라 나오는 어머니 밤마다 그려 보는 얼굴. 1. 오늘의 시 2015.06.09
내 앞 상서 내 앞 상서 / 月靜 강대실 아버지, 휜 허리 곧추세우며 발 받쳐 주셔 가까스로 면무식했지요. 서릿발 일갈에 쫓겨 들어선 길 때론, 원망의 뉘 눈 떴으나 삼십여 년 붙박이별 마음 붙안고 변리 장수로 처자들 근근이 구입하다 망망대해에 닻 내렸습니다 덥석 이제, 내 안 번듯한 길보다는 부나방 날개 앞 호롱불 마음 다잡으며 풀 나고 돌멩이 궁굴고 순수가 꽃물처럼 찬란한 샛길로 에돌랍니다 소도 개도 닭도 만나서 유정하고 日月을 거머쥔 갑부로, 혼자 푸른 향리의 당산나무같이 살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하나 꼭 써 착하게 살아도 눈먼 복록에 설운 이들 가슴굽 한기 녹여 주는 질화로 속 잿불이라도 되게 할랍니다. 1. 오늘의 시 2015.05.13
개나리꽃 개나리꽃 / 월정 강대실 아이고머니나! 미쳤어, 미쳐! 보소, 보소! 퍼떡 좀 보이소 저어기 언덕배기 봄 처녀들 화냥년인 양 요염하게 차리고 앉아 샛노란 웃음 던지고 있는 거. 1. 오늘의 시 2015.04.15
우수 우수 雨水/ 월정 강대실 앞들 둔덕 아래서는 각시풀 코딱지나물 개불알풀 開眼! 開眼! 부스스 잠 깨는 소리 뒷산 산코숭이에서는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 花開! 花開! 쿨럭이는 기침 소리 산마을 호수, 간밤 속닥이는 소리에 잠을 설쳐 얼굴이 부석부석. 1. 오늘의 시 2015.03.03
기다림2 기다림2 - 시 : 월정/강대실 - 바람의 미아들 우짖음에 초저녁잠은 부지깽이같이 짧고 뒤척임으로 야위어 가는 밤 투욱! 울을 뛰어넘는 소리에 두벌잠은 온데간데없고 희뿌연 여명에, 뜨락 정숙한 침묵 속 어정거리면 울 밑에 웅크리고 있는 샛노란 모과 하나 된서리 흠뻑 둘러쓰고 너무너무 미안해, 불쑥 내가 먼저 손 내민다. 1. 오늘의 시 2014.11.28
개 짖는 밤 - 시 : 월정/강대실 - 외딴집 꺼멍이 산촌을 독식한다. 여흘여흘 흐르는 개울물 소리 바람에 쫓기는 낙엽의 발걸음 소리 이장댁 암소 산고의 울음소리 재를 넘는 짐차 가뿐 숨소리를 물어뜯는다. 길 건너 두서넛 흔들리는 불빛 둘러서서 앙탈 부리는 산 죄지은 것같이 대꾸 없는 하늘 내 어질머리 나게 끈적이는 그리움을 그예 통차지한다. 밤이 이슥토록 컹컹 짖어 대며 세상을 하얗게 먹어 치운다. 1. 오늘의 시 2014.11.06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스산히 낙엽이 뒹군다 한 생 아름답게 살더니 어느새 스르르 스러진 나뭇잎 하이얀 얼굴 지르밟고 고독히 걷는다 바사삭! 바람으로 다시 만나자 새로운 결별의 외마디 내 영혼 채질하는 찬란한 노래여! 결코 아파하지 말자 끝 날까지 사랑으로 보듬자며 내 속 깊이 큼직한 바위 하나 품고 훌쩍, 성자처럼 미련 없이 떠나 왔건만 사랑꽃 꽃눈 하나 틔워 내지 못하고 어스름 강둑에 눈 흘기고 서 있으니 어이 죄 아니랄 수 있으랴 사랑을 노래한다 하랴 꽃잎이 다시 피어날 그 날까지 기어이 돌아서지 않으리라. 1. 오늘의 시 2014.11.02
귀천歸泉 귀천歸泉 시 : 월정/강대실 - 훤칠하고 번듯한 이목구비 가지런한 발자국에 호탕한 제일이형도 끝내는 넘고야 만 문턱, 눈 귀 놀라게, 입을 즐겁게 마음속까지를 부르게 하면 못 이룰 게 없더라 하며 세상이 좁아 산을 날고 물 위 뛰고 세간의 요술 방맹이 고향 뒷산 큰바위 얼굴 되더만 혼미한 기억에 혈육 보고 싶단 말은 단말마의 고통이었나, 끝내 눈 못 떠 이루지 못 하고 꿈 키우던 노령의 준령 밀잿길 아련히 바라보이는 영락공원 황토 땅 영생 낙원 찾누나. 1. 오늘의 시 2014.09.22
여름밤 여름밤/ 월정 강대실 첩첩한 산중 산막 오랜 친구 하나 찾아 왔네 먼길 가다 하룻밤 묵고 싶은 길손처럼 소리 소문 없이 들이닥쳤네 기억의 단편은 강 밑바닥 무늬 돌 같이 희미하였네 勤한 별들 기웃대는 하늘 보며 권커니 잡거니 쌓인 회포 풀었네 “잔은 꼭 나가서 들지만 몸은 천하없어도 들어가 눕힌다”고 지새워 소쩍새 노래에 젖으라며 훌쩍 길 나서는 친구, 멀어져가는 등 뒤를 사자봉* 마루 덩두렷이 기다리든 열엿새 달이 졸래졸래 따라나섰네. *사자봉: 필자의 고향 거처 뒷산. 1. 오늘의 시 2014.09.10
옥녀봉 옥녀玉女봉 / 월정 강대실 天水에 목간하다 넌짓넌짓 훔쳐보더니 요사스런 낯빛으로 가만히 손짓하네 풍암 호반 홍송밭 물바람 여울목에서 머잖은 날 짬 내 스리슬쩍 한번 보자고. 1. 오늘의 시 2014.07.13
나의 길 나의 길 월정 강대실 뚜벅뚜벅 외길 걸어 왔다 어느덧 산천이 변한 세월 몇 번이나 흘렀는데도 아직도 까치발이다. 詩의 길은 갈수록 형극의 길 쫓기는 짐승같이 숨 차오르고 기인 목 넘보는 세월이었다 이제 물 본 기러기 날갯짓으로 마음속 큰 길 찾아가리 끝끝내 지평을 열고 열어 연연한 시 한 편 쓸 그날까지. 1. 오늘의 시 2014.06.02
못 잊을 사랑 못 잊을 사랑 / 월정 강대실 눈길 걷다 작달비 생각난다고 어깨를 들썩이던 사람아 강 속 덩그런 달 너무 곱다고 울먹이며 전활 주던 못 잊을 사랑아잊었느냐 그 약속, 어느 날 앞산 곰바위가 벌떡 일어나 세상 그리움 죄다 쓸어 간대도 우리들 사랑만은 변치 말자던 오늘도 고향 동구 밖 선돌로 서서 그리움의 꽃밭 가꾸다 이우는 꽃잎 너무 서럽고 떠나보낸 가슴 바람처럼 차가운데 여자야, 못 잊을 내 사람아! 올봄에도 청매실밭 에두른 언덕배기 놀빛 젖은 찔레 향 너무 그윽한데왜 이다지 네가 그리운 게냐! (3-41.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14.04.28
내 탓 내 탓/월정 강대실 역전 샛골목 딸 다섯 둔 과붓집 막걸리께나 팔아주었는데 술독에 며칠 쉬었더니 일전에 문 닫았단 얘기 들리고 로터리 통닭집 새 주인이 들어와 산뜻이 신장개업 했대도 한 번도 못 들렀더니 다시금 쥔 바뀌었단 소문나고 1. 오늘의 시 2014.02.08
귀향歸鄕 귀향歸鄕/월정 강대실 하늘 노랗고 해 긴긴 춘삼월 앞산보다 더 높은 보릿고개 허리띠 졸라매기 진절머리 난다며 열여섯에 어린 동생 업고 이삿짐 보퉁이 짊어진 어머니 따라 말만 들은 서울행 기차 탄 쌀순씨. 한강물 풀리면 꽃소식 물어오고 향수가 모닥불 타면 바람 타고 와 돌나물 쑥국 향에 객수 씻던. 해 기울기 전에 객짓밥 청산하고 부르는 손짓 빤히 보일 만한 데다 조붓한 처소라도 한 칸 내겠다더니 청댓잎 서걱이는 소리 잇는 담양호 상류 복리암 언덕배기에 제비 집같이 아담한 둥지 마련 사십오 년 망향의 설움 접고 홑몸 귀향 날, 산천이 앞서 반겼다. 산도 물도 설고 낯까지 서러웠건만 어느새 격이 없어 일촌이 다 사촌 두루두루 쌓은 도타운 정리 꽃 보고 텃밭 갈고 운동 챙기고…… 잃은 반생애 되찾아 산다. 1. 오늘의 시 2013.12.15
하늘길 하늘길 / 월정 강대실 마당귀 모과나무 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 바라보는 줄 알았습니다. 때가 되면 늘 그랬듯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 훌쩍 올라앉아 조용히 뒤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 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 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마음공부 하여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1. 오늘의 시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