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월정 강대실
손끝이 게을러지더니
맘먹은 일마다 허방을 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내 낌새를 눈치 챈 정인들
살다보면 빨리 잊어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래야, 앞이 보인다고
후딱 마음 정리하라 이른다
기름 엎지르고 깨 줍는 격으로
산밭에 참깨 몇 두럭 심는다
두벌씨 산비둘기만 배 불려 주고
태반이 빈자리다
애잔한 것들, 잘 돌볼 생각에
해 동무 기다려 허둥지둥 찾으니
지나가는 골바람,
‘에끼, 가리새머리 없는 ... ! ’
이명처럼 울리더니
밀짚모자 낚아채 고랑에 꿍겨박고는
솔밭 쪽으로 줄달음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