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월정月靜 강대실 2015. 9. 9. 06:18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

 

                           월정 강대실

 

 

손끝이 게을러지더니

맘먹은 일마다 허방을 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내 낌새를 눈치 챈 정인들 

살다보면 빨리 잊어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래야, 앞이 보인다고

후딱 마음 정리하라 이른다 

기름 엎지르고 깨 줍는 격으로

산밭에 참깨 몇 두럭 심는다

두벌씨 산비둘기만 배 불려 주고

태반이 빈자리다

애잔한 것들, 잘 돌볼 생각에

해 동무 기다려 허둥지둥 찾으니

지나가는 골바람,

‘에끼, 가리새머리 없는 ... ! ’

이명처럼 울리더니

밀짚모자 낚아채 고랑에 꿍겨박고는

솔밭 쪽으로 줄달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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