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약비 맞다

월정月靜 강대실 2015. 9. 18. 19:59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약비 맞다

 

                                월정 강 대 실

 

 

새벽 어두커니 고요를 밟고

냉기 들이켜며 문밖으로 나선다

방천길 논둑길 지나 댐 뚝방 올라선다

느닷없이 산성 너머 쏴아 몰려오는 비 떼,

황새목이 되어 기다리는

도토리 만 한 호박 빛바랜 밤꽃 앉은뱅이 땅찔레

좋아라 연신 머리 치세운다

낯빛들 차-암 싱그럽다

금방, 방긋이 박꽃 웃음 보일 듯이

나도 저들처럼 흠뻑 약비 맞은 터

사유의 뿌리 더 깊고 넓고 푸르게 뻗치고

황금 들판의 꿈 꾸어도 좋겠지

함초롬히 옷 젖었어도 마치

새색시 맞을 신랑처럼 마음 설레는 아침

집에 들어서자 쪽문이, !

범종 타종하듯 머리통을 찐다, 무엇보다

먼저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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