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비 맞다
월정 강 대 실
새벽 어두커니 고요를 밟고
냉기 들이켜며 문밖으로 나선다
방천길 논둑길 지나 댐 뚝방 올라선다
느닷없이 산성 너머 쏴아 몰려오는 비 떼,
황새목이 되어 기다리는
도토리 만 한 호박 빛바랜 밤꽃 앉은뱅이 땅찔레
좋아라 연신 머리 치세운다
낯빛들 차-암 싱그럽다
금방, 방긋이 박꽃 웃음 보일 듯이
나도 저들처럼 흠뻑 약비 맞은 터
사유의 뿌리 더 깊고 넓고 푸르게 뻗치고
황금 들판의 꿈 꾸어도 좋겠지
함초롬히 옷 젖었어도 마치
새색시 맞을 신랑처럼 마음 설레는 아침
집에 들어서자 쪽문이, 툭!
범종 타종하듯 머리통을 찐다, 무엇보다
먼저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