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 741

31. 황지우 시/14. 뼈아픈 후회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신상(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내 뼈..

31. 황지우 시//13. 무등

무등 - 황지우 山절망의 산,대가리를밀어버린, 민둥산, 벌거숭이산분노의산, 사랑의 산, 침묵의산, 함성의산, 증인의산, 죽음의산,부활의산, 영생하는산, 생의산, 회생의산, 숨가쁜산, 치밀어오르는산, 갈망하는산, 꿈꾸는산, 꿈의산, 그러나현실의산, 피의산피투성이산, 종교적인산, 아아너무나너무나폭발적인산, 힘든산, 힘센산, 일어나는산, 눈뜬산, 눈뜨는산, 새벽의산, 희망의산, 모두모두절정을이루는평등의산, 평등한산, 대지의산, 우리를감싸주는, 격하게, 넉넉하게, 우리를감싸주는어머니

31. 황지우 시/12.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 뿐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 뿐/ 황지우내가 먼저 待接받기를 바라진 않았어! 그러나하루라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다시 이쪽을 바라보기 위해나를 對岸으로 데려가려 하는환장하는 내 바바리 돛폭.만약 내가 없다면이 강을 나는 건널 수 있으리.나를 없애는 방법,죽기 아니면 사랑하기뿐!사랑하니까네 앞에서나는 없다.작두날 위에 나를 무중력으로 세우는그 힘

31. 황지우 시/11.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생이 끔찍해졌다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바깥을 거닌다, 바깥;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 버리고 싶은 생;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먼 눈으로..

31. 황지우 시/10. 안부 1

안부 1/ 황지우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31. 황지우 시/9. 손을 씻는다

손을 씻는다/ 황지우하루를 나갔다 오면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내심으로는 내키지 않는 그 자와도흔쾌하게 악수를 했다이 손으로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스스럼없이 만졌다義手를 외투 속에 꽂고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코리아나 호텔 앞나는 共同正犯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비누로 손을 씻는다비누가 나를 씻는 것인지내가 비누를 씻는 것인지미끌미끌하다

31. 황지우 시/8. 소나무에 대한 예배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지우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너를 포기한 것이 아닌,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잠시 진저리친다.

31. 황지우 시/7.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삼천리 화려 강산의을숙도에서 일정한 군 (群)을 이루며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쭬세상을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우리도 우리들끼리낄낄대면서깔죽대면서우리의 대열을 이루며한 세상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길이 보전하세로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주저앉는다.

31. 황지우 시/6. 눈보라

눈보라/ 황지우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 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 소리가 짐승 같구나슬픔은 왜 독인가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우리 앞에 꼭 ..

31. 황지우 시/5. 나무는 여러번 살아서 좋겠다

나무는 여러번 살아서 좋겠다- 황지우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아, 이 생(生)이 마구 가렵다어언 내가 마흔이라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을 때,하늘은 컴퓨터 화면처럼 푸르고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왜정 시대의 로마네스크식 관공서 건물 그림자를가로수가 있는 보도에까지 늘어뜨리고 있다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내가 어떻게 마흔인가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11월의 나무는아직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환자처럼, 추하다그래도 나무는 여러 번 살아서 좋겠다

31. 황지우 시/4.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 황지우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미아리 점쟁이 집 고갯길에 피었습니다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파주 인천 서부전선 능선마다 피었습니다백목련 꽃이 피었습니다방배동 부잣집 철책담 위로 피었습니다철쭉꽃이 피었습니다지리산 노고단 상상봉 구름 밑에 피었습니다라일락꽃이 피었습니다이화여자대학 후문 뒤에 피었습니다유채 꽃이 피었습니다서귀포 앞 남마라도 산록에 피었습니다안개풀꽃이 피었습니다망월리 무덤 무덤에 피었습니다망초 꽃이 피었습니다동두천 생연리 봉순이네 집 시궁창에 피었습니다수국꽃이 피었습니다순천 송광사 명부전(冥府殿) 그늘에 피었습니다칸나꽃이 피었습니다수도육군통합병원 화단에 피었습니다백일홍 꽃이 피었습니다태백산 탄광 간이역 침목가에 피었습니다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봉천동 판자촌 공중변소 문짝 앞에 피었..

31. 황지우 시/3.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황지우나무는 자기 몸으로나무이다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영하 20도 지상에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온몸이 으스러지도록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아아, 마침내, 끝끝내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꽃피는 나무이다.

31. 황지우 시/2. 거룩한 식사

거룩한 식사/ 황지우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그 어린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먹는 일의 거룩함이여이 세상에서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파고다공원 뒤편 순대집에서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31. 황지우 시/1. 황지우 시 모음

황지우 시 모음 * 황지우시인 -1952년 전남 해남 출생-1980년 중앙일보 입선,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 등단,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1. 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나이를 생각하면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30. 도종환 시/15. 서리꽃/도종환

서리꽃/도종환 서리꽃 하얗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삭정이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늦도록 무슨 생각을 하다 그냥 두고 갔는지나뭇가지마다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았습니다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삭정이다발 묶으며 삽니다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우리는 가져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오늘도 가야 할 몇 십리길이 있습니다오늘도 서리가 하얗게 길을 덮은 아침들에 나섭니다

30. 도종환 시/14. 쓸쓸한 세상/도종환

쓸쓸한 세상/도종환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 도종환시집[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30. 도종환 시/13. 당신의 무덤가에/도종환

당신의 무덤가에/도종환 당신의 무덤가에 패랭이꽃 두고 오면당신은 구름으로 시루봉 넘어 날 따라오고당신의 무덤 앞에 소지 한 장 올리고 오면당신은 초전녁별을 들고 내 뒤를 따라오고당신의 무덤가에 노래 한 줄 남기고 오면당신은 풀벌레 울음으로 문간까지 따라오고당신의 무덤 위에 눈물 한 올 던지고 오면당신은 빗줄기 되어 속살이 젖어오네 *

30. 도종환 시//12.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 도종환시집[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30. 도종환 시/10. 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도종환

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도종환사랑을 하면서도 잎 지는 소리에 마음 더 쏠려라사랑을 하다가도 흩어지는 산향기에 마음 더 끌려라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나는 소쩍새 소리에 마음 더 끌려라사랑을 하다가도 사라지는 별똥 한 줄기에 마음 더 쏠려라 ** 도종환시집[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30. 도종환 시/9. 처음 가는 길/도종환

처음 가는 길/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 베드로시안은[그런 길은 없다]에서 "아무도 걸어가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고 한 바 있다.* 도종환시집[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30. 도종환 시/8. 어떤 마을 - 도종환

어떤 마을 -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굴뚝 가까이 내려오던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 도종환시집[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30. 도종환 시/7. 저녁노을/ 도종환

저녁노을/ 도종환​​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저녁 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선홍빛 노을로 번져 가는광활한 하늘을 봅니다​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당신의 얼굴 한 쪽을물들이기를 바랬습니다​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한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사라지는 저녁 노을이기를내 눈빛이 한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그러면 그 시는 내 죄후의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될지 모른다..

30. 도종환 시/6. 들길 / 도종환

들길 / 도종환​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마리 만나거든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출처] 도종환시인, 좋은시 모음|작성자 캘리랑

30. 도종환 시/5.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 도종환​​저것은 벽어쩔수 없는 벽이라고우리가 느낄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살아 남을 수 없는거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앞으로 나간다한뼘이라도 꼭 여럿이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거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고개를 떨구고 있을때담쟁이 잎 하나는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출처] 도종환시인, 좋은시 모음|작성자 캘리랑

30. 도종환 시/4. 봉숭아 / 도종환

봉숭아 / 도종환​​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네가 내 살속에 내가네 꽃잎속에 서로 붉게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열에 열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지워지지 않는 것이냐그리움도 손끝마다핏물이 배여사랑아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남아 있는 것이냐[출처] 도종환시인, 좋은시 모음|작성자 캘리랑

30. 도종환 시/3. 단풍드는날/도종환

단풍드는날/도종환​​버려야 할 것이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제 삶의 이유였던 것제 몸의 전부였던 것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방하착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내려 놓으면서가장 활홀한 빛깔로우리도 물이 드는 날[출처] 도종환시인, 좋은시 모음|작성자 캘리랑

30. 도종환 시/2.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시집[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30. 도종환 시/1. 도종환 시 모음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시집[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단풍드는날/도종환​​버려야 할 것이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제 삶의 이유였던 것제 몸의 전부였던 것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방하착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내려 놓으면서가장 활홀한 빛깔로우리도 물이 드는 날[출처] 도종환시인, 좋은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