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0

8. 문병란 시/1. 문병란 시 모음 33편

문병란 시 모음 33편☆★☆★☆★☆★☆★☆★☆★☆★☆★☆★☆★☆★《1》9월의 시문병란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2》가을의 여백에 앉아서문병란가을은 먼저4만 원짜리 횟감 두 접시와우리들의 단란한 술잔 속에 와서비린내도 향그러운 가을바다아침이슬 한 잔씩을 가득 채웠다.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모처럼 하늘이 높고 푸..

6. 나태주 시//6. 겨울 연가

겨울 연가나태주한겨울에 하도 심심해도로 찾아 꺼내 보는당신의 눈썹 한 켤레.지난 여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그것들.움쩍 못하게 얼어붙은저승의 이빨 사이저 건너 하늘의 한복판에.간혹 매운 바람이 걸어 놓고 가는당신의 빛나는 알몸.아무리 헤쳐도 헤쳐도보이지 않던 그 속살의 깊이.숙였던 이마를 들어 보일 때눈물에 망가진 눈두덩이.그래서 더욱 당신의 눈썹 검게 보일 때.도로 찾아 드는대이파리 잎마다에 부서져잔잔히 흐느끼는옷 벗은 당신의 흐느낌 소리.가만가만 삭아 드는 한숨의 소리.

5. 김춘수 시/ 2. 꽃

꽃김춘수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남조1/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김남조-​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그대 있음에내 맘이 자라거늘오, 그리움이여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나를 불러 손잡게 해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그대 있음에사람의 뜻을 배우니오, 그리움이여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출처] 그대 있음에/김남조|작성자 자유로운 영혼

가을의 권면

가을의 권면/ 월정 강대실                           산모롱이 돌아가는 갈바람 봐요 서산마루 기우는 달을 보아요 가슴을 뒤흔들고 잘도 가지요 속엣정 주고도 그냥 지지요 똬리 진 푸른 날의 하많은 애증 가도 가도 끝없는 사금파리 길왜 그리도 피멍울로 맺히나요 맵고 따가운 회초리가 되나요  골 깊은 산이 더 아름다워요 물 깊은 강에 큰 고기가 들어요 높은 가을 산처럼 털고 넘어요넓고 넓은 바다를 안고 살아요. (초2-903/2024. 11. 17.)

1. 오늘의 시 2024.11.21

째마리

째마리*/ 월정 강대실 심심풀이로 그지없는 땅콩,동삼을 가보처럼 깊이 갈무리했다가토방 봄볕과 마주앉아 탱탱한 걸로 골랐지요조심스레 땅의 궁실 열어 다져 넣고는 약속처럼 연초록 얼굴 기다렸으나더러는 곯고, 서생원 웬 떡이냐 훔쳐갔지요장에서 애기모 모셔다 두벌 심고는땡볕 숨 고르는 틈새에 정성으로 돌보며알뜰히 수확의 기쁨 키웠지요웬걸, 들짐승이 다 뒤져 먹고 난 처진가리뿐하천해도 흙의 고결한 마음 감지덕지해 샅샅이 이삭 주워 모았지요 우리 부모님 허리가 휘어지게 농사지어좋은 것만 골라 따로 두었다가, 지성으로기제사며 식솔 생일상 차린 모습 선했지요 애잔한 농심, 우선 씨오쟁이 채우고 나니남은 건 손자들 입에 물리고 싶지 않은, 오십년 째마리 같은 생 박차고 코숭이로 기어든 내 차지, 째마리뿐이지요..

1. 오늘의 시 2024.11.20

다시 너를

다시 너를 /월정 강대실손사래 향한 헤픈 미소로바람처럼 돌아선 너,  눈길은 하냥 뒤를 쫓지만달랑 빈 깡통처럼 남겨두고산모롱이 돌아서 사라졌다가눌 길 없는 허전함, 개울가 검바위를 찾는다잔바람에 꽃잎 하르르 날리는 오후의 적막한 신작로 너머 가슴 숭숭한 산 어슬렁이다  멧부리 위 두둥실 흰 구름 멀거니 바라보며 흐르다가 여직 잠 깨지 않아 앙상한 가지 많은 은행나무 붙들고  또 한 겹 고독의 더깨 쌓으며앞산 붉어질 날 기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11.14

낙엽 인생

낙엽 인생人生                                                  월정 강대실                                             여름이다  했더니 어느새 삭풍 일세청청한 이파리 연기 없이 붉게 타떨어져 쫓기는 서러움이내 가슴 파고든다. 산정 향해 오른 길 어느새 하산 일세오르면 내려야 온당한 인간산데 세월 강 허무타 말자인생은 낙엽 이리.(초2-863) 초2-863

1. 오늘의 시 2024.11.13

가을 산

가을 산/ 월정 강대실                                저 높은 산 상상봉 멧부리아스라한 벼랑 끝에, 덩그맣게 내 목마른 영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울컥울컥 피 울음 토악질해그 서글픔 이 산 저 산에 저토록   영롱한 꽃등으로 피워 내걸고 나무처럼 계절 모른 기도로칼바람 진눈개비, 의젓이 언 강 건너 주저 없이 사랑의 나래 펼치련만 돌아보면 볼수록 이제는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안개처럼 덧없고기다란 그림자 찬란히 서러운 석양녘 타고 몽당비만큼 남은 여정이라도가을빛 속 또 다른 영롱한 빛이 되어절름절름 걸어서라도 가야 한다.초2-848

1. 오늘의 시 2024.11.11

함석헌 시1//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천리 길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면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이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라고 믿어 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예" 보다도 "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 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사람을! ☆★☆★☆★☆★☆★☆★☆★☆★☆★☆★☆★☆★

은행잎 연가

은행잎 연가/ 월정 강대실 누구를 찾아 여길 오셨나요 아리따운 꿈에 부푼 어느 문학소녀 손에 든 시집 책갈피 이어야 하는데 스산한 포도 위를 방황하시나요 낯선 바람 흐드러진 너스레에 발목 잡혀 허둥지둥 뒤 따르다 낮고 젖은 데에 흩날리는 처량함 오가는 발길에 그지없이 짓밟혀 끝내 해어지고 만 노오란 가슴 밤이 이슥하면 하늘가 별 하나 만나 날밤을 지새워 샛노란 밀어 나누다 어느새 온 몸을 적시는 차디찬 이슬 길섶에 갈한 메아리로 스러지시나요. 초2-857

1. 오늘의 시 2024.11.08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스산히 낙엽이 뒹군다 한 생 아름답게 살더니 어느새 스르르 스러진 나뭇잎 하이얀 얼굴 지르밟고 고독히 걷는다 바사삭! 바람으로 다시 만나자 새로운 결별의 외마디 내 영혼 채질하는 찬란한 노래여! 결코 아파하지 말자 끝 날까지 사랑으로 보듬자며 속에 깊숙이 큼직한 바위 하나 품고 훌쩍, 성자처럼 미련없이 떠나 왔건만 사랑꽃 꽃눈 하나 틔워 내지 못하고 어스름 강둑에 눈 흘기고 서 있으니 어이 죄 아니랄 수 있으랴 사랑을 노래한다 하랴 꽃잎이 다시 피어날 그 날까지 기어이 돌아서지 않으리라.

1. 오늘의 시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