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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

무당벌레 월정 강대실 사온일 거둥길 따라긴 동면 든 산방 찾는다나들문 빗장 열어 제치자덥석 집어삼키려는 시퍼런 냉기도망치듯 비집고 들어서니때꾼한 무당벌레 한 마리조아리며 비손하며 인기척한다이자가, 무단 투숙을!감히 어디라고 여기서반문 열고 끌어내려 하자갈쌍갈쌍한 눈빛,나그네가 외려 주인 노릇을…엄동설한 어이 건너라고!가슴 찔리는 소리 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언덕 위 미루나무

언덕 위 미루나무 월정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여기까지 달려왔다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곁가지도 되지 못하고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벅수처럼 서 있다언덕배기 드센 바람 혼자 버티고 서서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하늘 끝 치켜올리는 이 향기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바람 높은 둔덕네 발아래 서성인다.

호수

호수 월정 강대실 외진 마을에 호수가 들어섰다산이 슬그니 다가가 보듬자 산수(山水)는 수려한 금실에 살게 되었다 만화방창한 어느 춘일 우연히 수면 위 자기 모습 본 산, 풍광 찾아드는 그 어떤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자신감에대처로 떠날 꾀를 부렸다호수의 깊은 마음 떨칠 요량으로남몰래 온몸 두레질하여 한여름에 이를 즈음에는허벅지가 빤히 드러나 보였다, 어느 날 이를 눈치 챈 호수, 속앓이하다가때마침 들른 먹구름께 아뢰니연거푸 한숨 몰아쉬더니 이제는 산까지 바람 들었다며 삼일곡을 해댔다 호수는 다시 안온히 산 품고산은 호수 얼굴 보며 잘 살고 있다.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월정 강대실 가마골 길목 외진 산마을 소년촌가파른 산자락 밑 폐교지경의 열아홉 그루 메타세쿼이아 학동깊어가는 산빛에 흠뻑 젖어애초의 선생님 말씀 저버리지 않는다일 열로 길게 세워진 채로운동장 가득 푸른 그림자 담고오늘도 허허로운 학교 지켜 서 있다어깨 너머 들은 배움이련만가뭄 세상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듯한 번을 틈 버그러진 일 없다서로 어깨 나란히 겯고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도란도란산 너머 먼 산읍 길 까치발로 내다보며그때 함성보다 더 푸른 기상높고 넓은 하늘에 펼친다.

노거수(老巨樹) 2

노거수(老巨樹) 2 월정 강대실 별의별 병이 다 있나 보다인술도 청순한 바람도 소용없어더는 회생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터덕거리며 삼동의 강 겨우 넘더니성큼성큼 찾아오는 화신에도생의 끝자락 틀어쥐고눈을 한번 깜짝할 생각이 없다 부끄럼 없는 나들잇길에삶과 바꾼 생채기만 덕지덕지 안고이제는 본향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름다운 결단의 길에살아도 살았달 수 없는 천한 목숨,이리 우러러 가슴앓이만 한다.

하늘길

하늘길 월정 강대실 공원 초입 외따로이 선 모과나무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만바라보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철이 되면 늘 그랬듯잎과 꽃 피우고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훌쩍 올라앉아 종용히뒤를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부단히 마음공부 하여눈에 안 띄게 조금씩 조금씩오늘도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한없이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

송강정에서

송강정(松江亭)에서 월정 강대실 송림 속 가파른 돌계단시인의 향기 좇아한 단 한 단 밟아 오르니 누마루 지키고 선노송 긴 그림자길손 반겨 옆자리 내주고 증암천 백사장 에두른질펀한 창평 들판황금물결 일렁이어 오면 반짝이는 청댓잎, 연신 사운대며임을 연모하는 여인의 노래애절히 읊조리는데 저만치 가년스런 산죽(山竹)들주인 오실 날만 고대하며줄줄이 늘어서 있다.

면앙정에서

면앙정(俛仰亭)에서 월정 강대실 댓잎 스적이는 소리 귀를 씻는죽림 속 끊어진 듯 이어지는돌계단 밟아 오르니 주인의 숨결 오롯이 어린우람하고 청청한 참나무 한 그루솔솔바람에 실려 오는 임의 향취 사방 확 트인 정자툇마루에 동그맣게 올라앉으면발아래 산천 아득히 펼쳐지고하늘 땅 가이없는데 강호 제현 모여들어 유유자적하다국사를 개탄하던 아픈 심상뜨락에 여태 아른거린다.

청솔밭에서

청솔밭에서 월정 강대실 묵언(默言) 한입 가득 사리물고어둑한 산코숭이 오솔길 따라새날의 문을 연다 단잠 깬 산새 한 마리고요의 장막 박차고, 푸드득!여명을 부르는 힘찬 날갯짓 풋풋한 대기, 그윽한 솔향허명(虛名) 부푼 가슴 파고들어티 없는 겸손을 일깨우고 청솔 창창한 산자락 가로질러눈과 귀 씻어 주는은은한 예배당 종소리.

⑦ 자연·산·숲·꽃·나무

⑦ 자연·산·숲·꽃·나무제1집● 담쟁이● 양각산(羊角山) 산보길● 노거수● 영혼의 바위● 산정(山頂)에서● 벼랑에 핀 꽃● 산이 좋아● 청솔밭에서● 면앙정(俛仰亭)에서● 송강정(松江亭)에서● 노송(老松)● 월야(月夜)● 들꽃● 민들레꽃 3● 유도화(油桃花) 제2집● 산밭 1● 산방 일기 1● 산방 일기 2● 산방 일기 3● 산방 일기 4● 쑥잎● 며느리밑씻개● 일출(日出)● 담쟁이 2● 소래 포구● 연동사(煙洞寺)● 바람● 수양산에 가다 1● 산 찾은 날● 정도리 구계등에서● 산사 찾아가는 날 1● 화분을 들이며● 낙화를 꿈꾸다● 산을 바라봅니다 제3집● 숲 속을 거닐다● 폭우● 바람의 행로● 비 개인 아침● 천리향● 억새풀 인생● 꽃씨를 심으며● 서글픈 소나무● 옥녀봉● 개나리꽃● 병아리눈물꽃● 하늘길..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1 : 아내의 발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1 아내의 발 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쏘오옥 나온 두 발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세상 맵고 짠 것 다 심곡에 묻고한 생 바닥으로 살아온.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금이 가 벌어진 발뒤꿈치며여기저기 박인 옹이와 굳은살,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성자의 말씀 들린다내리 걸어야 할 길을 본다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참회의 뜨거운 경배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 시를 펴내며 가족을 위해 한평생 묵묵히 걸어온 아내의 발.구부러진 발가락과 굳은살, 갈라진 발뒤꿈치에는말없이 견뎌온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그 발이 가족의 삶을 떠받치는 동안화자는 미..

1. 오늘의 시 2026.10.16

흰죽

흰죽 월정 강대실 앞산에 진달래 꽃망울 발롱대더니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파다하게 소문이 퍼진 뒤주골댁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대롱 양반울 너머 나직한 목소리로 보낸 손사래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간 아들 곧장 가서 미음 끓여 드리도록 해라며짊어 준 바싹 마른 장작 몇 개비와손에 꼭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푹 끓인 흰죽 먹고는거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봄내 여름내여기저기 그 많은 밭 휘젓고 다닌 뒤주골댁 흰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가슴 저며 오는 흑백의 기억 한 조각. ✽가슴애피: 가슴앓이의 방언(제5시집 가난한 마음의 기도)

어머니 산

어머니 산 월정 강대실 무등산은 우리 어머니입니다둥지에 알 둔 새 마음 같아 첫새벽 일어나 부뚜막에 정화수 중발 올려놓고자식들 잘되기만을 눈물로 비손하는. 숯등걸 된 가슴 불쑥 찾으면행여나 하고 눈이 까매지게 내다봤다며 달려나와 두 손 덥석 잡는 어머니같이가슴의 멍울 스러지게 합니다 죽지를 다 못 펴 안달음을 놓으면기회는 준비한 네게 새벽처럼 찾아온다며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는 어머니같이마음을 차분히 먹게 합니다 갈피를 못 잡고 허둥지둥 일어서면눈앞 샛길로 말고 큰길을 찾아 가야 한다며가슴을 열고 꼬옥 걷어 안는 어머니같이허욕에 들뜨지 않게 합니다 무등산은 오늘도 나처럼 안 살고, 내 자식무등 잘 살게 돌봐 주십사 눈물로 기도하시는 우리 어머니 마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