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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5 : 큰댁 형수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5 큰댁 형수월정 강대실 안 잊고 꼭 상골 찾습니다큰댁 형수, 동구 밖 벅수처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십니다해와 달 번갈아 이고 지며한세상 밭고랑창에 묻혀 사시다허위허위 녹두밭 윗머리에 다다르신 앞 고샅 돌멩이 채이는 소리에고무래처럼 휜 허리 일으켜뒤뚱뒤뚱 사립까지 걸어 나오시는“아재요, 나는 아주 잊은 줄 알았어!”두 손 덥석 받아 쥐고한사코 안으로만 들자 하십니다마주 앉으면 그새 더 왜소해진 데다 여기저기 거뭇거뭇한 저승꽃 가슴이 아르르 저며 옵니다. 시를 펴내며고향을 찾을 때마다 기다려 주시던 큰댁 형수.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한 사람의 모습 속에고향의 정과 가족의 따뜻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번 주부터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을 무료(100% 할인)로 만나 보..

1. 오늘의 시 2026.09.05

원율*당산할아범

원율*당산할아범 원율 서쪽 어귀 귀기 띤 당산할아범우람한 풍채에다 언제부터인가할망이듯 흔연히 돌 하나 품고 산다칠야 캄캄한 밤 보쌈에 걸려 왔는지빗길에 잠깐 쉬어 가자며 든 것인지팔 척 장신 멀쑥한 허우대에다가가도 내외하지 않았을 듯한긴긴날 소 닭처럼 물끄럼말끄럼 바라보다동한 마음, 날마다 품을 넓혀 가아픔 삼키며 제 살로 끌어안고는그예, 연리지락 누리게 되었으리라동네 사람들 들면날면 그냥 안 보고는,온 동네가 한마음 한뜻이라야당산할아범 진노 안 하신단 생각이 들었는지물 한 바가지도 나누자 하고정월 대보름날 다짐으로 올리는 동신제,마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원율: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

1. 오늘의 시 2026.09.04

빗속을 거닐며

center> 빗속을 거닐며/월정 강대실비가 온다벌겋게 봇드는 대지의 가슴 위에기다렸던 약속이듯 비가 내린다후드득후드득 두드리다가, 어느새간질이듯 여우비 비치더니외발로 버텨 온 내 한뉘처럼지적지적 궂은비 내린다우산도 없이 빗속을 나선다절절히 마음 나누다 세파에 떠밀려세월 강 굽이굽이 침전된 사연들함초롬 젖은 그리움 되어연신 머리 들이밀며 가슴 후빈다후닥닥 장대비 쏟아진다길바닥에 흥건히 고이는 빗물푸른 시절의 꿈처럼 일고 지는 물거품낮은 데로 낮은 데로 오종종히 모인다허둥지둥 고갯마루로 쫓겨가는내 허기진 발길처럼물머리 따라 빗물 흘러든다그 속에 휩쓸려 무심한 내 강 흐른다.

1. 오늘의 시 2026.09.04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4 : 국수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4: 국수 국수월정 강대실 담양 땅 당도하면관방제 초입, 초사막 국수거리 들러멸치국수 한 대접 하고 간다. 기다라니 늘어선 느티나무 그늘 아래이마를 맞대 내놓인 평상손님들 틈서리 비집고 올라서한쪽 빈 상머리에 자리 잡고 앉으면 국수 한 그릇 꼬옥 먹고 잡더라만문 앞까지 갔다가는 그냥... 하시며허리춤에 묻어 온 박하사탕가댁질 치다 우르르 달려드는 자식들입에 눈물처럼 물리시던 어머니.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 위로흔흔한 미소 뒤에 가라앉힌 허기, 원추리 새순처럼 뾰조롬 솟아올라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들이킨다. 내 안의 배고픔 대신 채우고 간다. 「국수」는 제2시집에 실린 작품입니다. 담양 관방제 국수거리에서 멸치국수 한 그릇을 마주한 순간, 시인의 기억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1. 오늘의 시 2026.08.30

담양의 대나무와 사람들(수필)

담양의 대나무와 사람들(수필) 담양 하면 사람들은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나는 언제나 대숲부터 떠올린다.바람이 불 때마다 댓잎이 서걱이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들은 쉼 없이 구름을 쓸어낸다. 어린 시절부터 문을 열면 바라보던 풍경이다.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면 내가 바라본 것은 단순히 푸른 대숲만은 아니었다.그곳에는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대밭을 가꾸던 부모님이 계셨고, 대를 쪼개고 대오리를 절어 죽물전을 찾는 가난한 이웃들이 있었다.그러므로 내게 대숲은 숲이기 전에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생금밭우리 부모님에게 대밭은 또 하나의 곡간이었다.산골짜기에서 하늘만 쳐다보는 비탈진 논밭농사로는 늘 가난에 쫓기는 생활이었다. 필요할 때 대톱 하나만 들고 들어가면 급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그런 대밭을..

14. 문학 산책 2026.08.28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3 : 어머니 2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3 어머니 2 월정 강대실 무서리북풍한설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꽃 소식눈앞에 아른아른하는데 심연(深淵)끌어안고노을빛 따라가셨지요. 「어머니 2」는 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에 실린 작품입니다. 무서리와 북풍한설의 세월을 견디며 한을 녹여 오신 어머니. 봄바람에 꽃 소식이 아른거리는 삶의 끝에서, 깊은 심연을 끌어안고 노을빛을 따라가신어머니의 모습을 짧은 시 안에 담았습니다. 몇 줄의 시어이지만 한 사람의 긴 생애와 자식의 깊은 그리움이 함께 스며 있는 시입니다. ▶ 전자시집 보기유페이퍼 강대실 시인관https://dskang100.upaper.kr/

1. 오늘의 시 2026.08.22

개미를 읽다

개미를 읽다 월정 강대실 바람도 선뜻 발길이 내키지 않는둘레길 벌어진 보도 틈새 궁벽한 땅먼지 같은 검은 개미 떼 며칠째 진을 쳤다. 다투지도 탐하지도 않는지극한 평화의 정중동가히 글로는 다 못할 찬란한 문장 “야야, 비 오려나 보다!”유년의 산밭길 어머니 말씀 떠올라갈수록 곧추서는 의문의 촉수머리 푸욱 수그리고 엎드려 뒤쫓아온 어둠도 따라 혼을 앗겼다 수도 없는 미물이 하나로 어울려가닿지 못할 서사를 이루는데언제까지라도 함께하겠다 해 놓고불식간 말을 잃은 시어들이 못내 아쉬워 숨소리라도 들릴세라, 오늘도오금이 저리게 쪼그려 앉아낯빛 하나하나 눈귀에 주워 담는다. 어스름 녘 호젓이 깃들어아릿다운 말들 가만히 불러 일깨우며다시 작고 낮게 웅크린 시를 빚는다.(초2-935. 2026. 4. 19.)

1. 오늘의 시 2026.08.19

나를 마주하다

나를 마주하다 월정 강대실 세월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망념들한 겹 한 겹 벗어던지자비로소 눈에 들어온다화려한 가면 속에 숨어 살아온초라하고 늙수그레한 사내 하나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 없는 처지에목 꼿꼿이 세우고얼마나 어깨를 으스대며 걸었던가세상을 향했던 매서운 손가락이내 쪽으로 힘없이 돌아선다 허명의 자리 돋운 의자 차지하고 앉아온전한 나인 양 지낸 시간들한 자락 소슬한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며뒷산처럼 끄떡없을 줄로만 알았다 껍데기 살라 버리고 남은 재 한 줌그 속에서 쭈글쭈글 비어져 나오는손바닥만 한 민낯을 뜯어보며서녘에 낮게 낮게 지는 연시빛 놀 따라오늘, 잃어버린 나를 마주한다.(초2-937. 2026. 7. 27.)

1. 오늘의 시 2026.08.17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2 : 생가(生家)

강대실 시인의 전자 시 2 생가(生家) 월정 강대실 개울가 당산나무허허로운 가슴 쓸며시나브로 늘어가는 빈 집들지켜 서 있는 산골 동네 매방앗간 고샅 지나탱자나무집 뒷고샅아들네 다니러 간 새 주인기다리다 지쳐 녹슨 철문은문패마저 떨구고 있다 거지반 허물어진 강담거들뜬 눈 넘어다본 집 안뒤틀린 마룻바닥엔흙먼지 뿌옇게 앉고텃새들 발자국 어지러운데 영혼의 숨결인 양돌부리 솟아나는 마당봄볕이 한가득 널리고쑥잎들 토방 아래 졸다귀 익은 소리에 고개를 든다. 「생가(生家)」는 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에 실린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빈집만 늘어가는 산골 고향.녹슨 철문과 허물어진 강담, 흙먼지 앉은 마룻바닥을 바라보며 시인은 떠나간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습니다.그러나 마지막에는 봄볕과 쑥잎, ..

1. 오늘의 시 2026.08.15

담양의 대나무와 사람들/칼럼

담양의 대나무와 사람들/칼럼― 자연·생활·문화·정신을 잇는 푸른 군자 이야기 ―담양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아마 많은 사람은 대나무를 떠올릴 것이다.푸른 대숲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대나무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사각거리는 소리. 곧게 뻗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어 들어선 풍경은 어느새 담양의 얼굴이 되었다.그러나 담양의 대나무를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만 바라본다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담양의 대나무에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이야기와 땀이 있고, 가족의 꿈이 있으며, 한 시대의 생활과 문화가 있다.대나무는 담양 사람들에게 먹거리였고, 생활도구였으며, 생업이었다. 놀이와 세시풍속이 되었고, 선비정신의 상징이 되었으며, 시와 그림 속에서 군자의 모습으로 다시 ..

14. 문학 산책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