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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4 - 연동사 백구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4 연동사 백구 월정 강대실 금성산성 오름길에서 탁발하며산객들 길라잡이 맡아 앞장서 내려오는연동사 독경 소리에 귀 씻은 백구 먼빛에 간만에 찾는 나를 알아보고는단걸음에 달려와, 합장하듯 머리를 주억주억오늘은 사시불공 마침맞으니 길 열자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갈림길에 닿자수도하는 길은 이쪽, 멀고 험하다며발길 돌리자고 앞을 막아서다아직 마음 갈피 못 잡은 걸 알아챘는지 온광 일렁이는 눈빛, 길섶에 비켜 서서가슴속에 절간 하나 모시지 못하고언제까지 시루봉 올라 우화등선만 꿈꿀 테냐며연신 ‘나무관세음보살’을 왼다. 시를 함께하며 금성산성 오름길에서 만난 연동사의 백구는 여느 개와는 사뭇 다릅니다. 산객들의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화자를 알아보고는 합장하듯 머리를 주억..

1. 오늘의 시 2026.11.07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3 - 대숲에 들어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3대숲에 들어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가 곧아야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얼마나 마음밭을 갈아야비바람 눈서리 맞고 더욱 푸르른,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얼마나 심성이 고아야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 드러내는,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해 저문 종심강 대숲에 들어한생 뜨고도 보지 못한 청맹과니,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 시를 함께하며대숲의 대나무들은 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고, 비바람과 눈서리를 맞으면서도 더욱 푸르게 살아갑니다.화자는 그 꼿꼿함과 푸르름 속에서 곧은 심지와 맑은 마음, 고운 심성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을 드러내는 대숲의 모습은 세상을 맑히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일깨웁니다.그러나 대숲에 들어 마주한 ..

1. 오늘의 시 2026.10.30

시인으로의 길

시인(詩人)으로의 길 월정 강대실 쫓기듯 살아온 탓일까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내게 시(詩)가 있기에작은 것들 속에서 나를 찾아가만히 보듬으리.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내면의 무늬를 드러내정감 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고끝내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우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앉아마음에 드는 시 한 편 건져 올릴 그날까지오롯이 이 길을 가리.(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6.10.30

은행나무― 용초교의 혼

은행나무― 용초교의 혼 근 백 년 용초교 오천 동문들이여!밝은 두 눈을 가졌는가그만 꼭꼭 감아 버렸는가 넓은 운동장 서쪽 골대 옆마주 보고 서 있던 두 은행나무 친구추억 속에 손잡고 살지는 않는가 봄이면 연초록 블라우스여름이면 녹색 원피스가을이 왔다고 노오란 치마저고리 입고 한 해 공부가 깊어질수록운동장에 샛노란 이불을 깔아 주니좋아라 해동갑하여 뛰고 뒹굴고 “높이 솟은 뫼뿌리 장하도다 추월산”얼마나 목이 터져라창공에 입을 모아 불렀던가 오호통재로다! 아는가?근시 안경 쓴 좁은 소견의 교장님똥내가 풍긴다며염라대왕께 고이 바치셨는데 두 눈이 어두워 안 보이는가광대가 날뛰는 세상,어지러워 꼭꼭 감고 살아가려는가 바늘귀라도 열렸다면 들어보소저 푸른 창공을 뒤흔들며추월산이 대로하는 우레 소리!

1. 오늘의 시 2026.10.25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2 : 숲속을 걸으며

숲속을 걸으며월정 강대실 먼발치에서는 나무 외에는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숲속등어릴 쓰다듬고 손도 잡고내 마음과 숨결 첩첩이 불어넣으며이리저리 길 내고 걷는다긴긴 여정 끝, 아득한 침묵의 행자진대나무에 기대어 한숨 돌리면전율처럼 느껴 오는 숲 마을과 정겨움서로 손에 손 덧잡고갈맷빛 소망 하늘 끝 펼치고 있었다여기저기 둔 빈자리에 뿌리박은 너럭바위해와 달 들러서 가고갈 길 잃은 목숨과 지친 나래 감싸새 힘 받고 마음의 갈피 잡게 하였다숲속을 걷고 걸으며, 사람도한 물 되어 말 섞어 보지 않고는든 것도 본받을 것도 없다고지레짐작 말 않기로 했다. ※진대나무 : 산 속에 죽어서 넘어지거나 쓰러져 있는 나무.허형만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 화답하며 시를 함께하며 멀리서 바라보는 숲에는 나무밖에 없는 듯합니다. ..

1. 오늘의 시 2026.10.22

관방제림*

관방제림* 월정 강대실 푸조나무 팽나무 음나무고향 집 지키는 허리 굽은 노모처럼시름겹게 눌러살고 계셨네 죽장에 깨금발로 들머리 내다보며백 년 이백 년 삼백 년긴긴 기다림으로 버텨 사셨네 해가 설핏한데도한눈에 얼른 날 알아보고는연신 오색 꽃잎 날리시며 이제 가면 다시 또천년만년 학수고대하겠노라며눈시울 붉히셨네. ✽ 관방제림 : 담양천을 따라 이어진 천연기념물 제366호의 숲길. 2

숲속을 걸으며

숲속을 걸으며 월정 강대실 먼발치에서는 나무 외에는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숲속등어릴 쓰다듬고 손도 잡고 내 마음과 숨결 첩첩이 불어넣으며이리저리 길 내고 걷는다긴긴 여정 끝, 아득한 침묵의 행자 진대나무에 기대어 한숨 돌리면 전율처럼 느껴 오는 숲 마을과 정겨움서로 손에 손 덧잡고갈맷빛 소망 하늘 끝 펼치고 있었다 여기저기 둔 빈자리에 뿌리박은 너럭바위 해와 달 들러서 가고갈 길 잃은 목숨과 지친 나래 감싸 새 힘 받고 마음의 갈피 잡게 하였다숲속을 걷고 걸으며, 사람도 한 물 되어 말 섞어 보지 않고는 든 것도 본받을 것도 없다고 지레짐작 말 않기로 했다.※진대나무 : (순우리말) 산 속에 죽어서 넘어지거나 쓰러져 있는 나무. 허형만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 화답하며 작품 해설「숲속을 걸으며」는 ..

대숲을 바라보며

대숲을 바라보며 월정 강대실 자꾸만 달라붙는 보푸라기 생각들마음도 바람개비처럼 가만있지 못해창밖 산비알 대숲에 눈 돌린다 푸르른 대숲에 마음 잔잔해지고수다식구 삼시 세끼 녹록치 않아도항상 집안 가득 햇볕 불러다 놓고동네 어귀 왕대밭 사들이셨던 학자금 캐어 낼 생금밭 일구자며틈만 나면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땀 흘리며 말씀 일러 꿈을 심고울울창창 대밭 가꾸셨던 쥔 것 없는 죽물꾼 찾아오면어서 가 쪼개고 절어 본때 있게 살라며생대 한 짐 밀어주시고는뒷장날 죽물전 찾아 허기 함께 달래셨던 고향 마을 안 고샅 큰 어르신청대처럼 푸르른 뜻 보인다소래기 크고 너른 마음새록새록 떠오른다.

천서를 보다

천서(天書)를 보다 월정 강대실 도지는 역마살간밤에 쌓인 숫눈 밟으며산성산 마루 꼭두서니빛 햇살 마중 간다눈짐 진 솔가지 사이 스미는 빛살은전을 뿌린 듯 찬란한 눈밭길을 찾는 걸음아직 꿈속처럼 너무 서툰 나해장술에 대취한 듯 이리저리 흔들리다성루에 올라앉는다멀리서 들려오는 말 울음소리문득 먹먹해지는 가슴골감히 새 한 마리 날아들어 점찍지 않은아득한 설국나는 천서(天書)를 본다하늘과 땅 산과 강 신작로와 가로수의 행렬……에돎의 곡선마다신비로운 계시가 깃들고눈부신 아름다움이 살아난다.

대숲에 들어

대숲에 들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가 곧아야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마음밭을 갈아야비바람 눈서리 맞고 더욱 푸르른,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고아야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 드러내는,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종심강 대숲에 들어한생 뜨고도 보지 못한 청맹과니,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아내의 발

아내의 발 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쏘오옥 나온 두 발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세상 맵고 짠 것 다 심곡에 묻고한 생 바닥으로 살아온.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금이 가 벌어진 발뒤꿈치며여기저기 박인 옹이와 굳은살,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성자의 말씀 들린다내리 걸어야 할 길을 본다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참회의 뜨거운 경배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6.10.21

무당벌레

무당벌레 월정 강대실 사온일 거둥길 따라긴 동면 든 산방 찾는다나들문 빗장 열어 제치자덥석 집어삼키려는 시퍼런 냉기도망치듯 비집고 들어서니때꾼한 무당벌레 한 마리조아리며 비손하며 인기척한다이자가, 무단 투숙을!감히 어디라고 여기서반문 열고 끌어내려 하자갈쌍갈쌍한 눈빛,나그네가 외려 주인 노릇을…엄동설한 어이 건너라고!가슴 찔리는 소리 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언덕 위 미루나무

언덕 위 미루나무 월정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여기까지 달려왔다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곁가지도 되지 못하고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벅수처럼 서 있다언덕배기 드센 바람 혼자 버티고 서서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하늘 끝 치켜올리는 이 향기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바람 높은 둔덕네 발아래 서성인다.

호수

호수 월정 강대실 외진 마을에 호수가 들어섰다산이 슬그니 다가가 보듬자 산수(山水)는 수려한 금실에 살게 되었다 만화방창한 어느 춘일 우연히 수면 위 자기 모습 본 산, 풍광 찾아드는 그 어떤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자신감에대처로 떠날 꾀를 부렸다호수의 깊은 마음 떨칠 요량으로남몰래 온몸 두레질하여 한여름에 이를 즈음에는허벅지가 빤히 드러나 보였다, 어느 날 이를 눈치 챈 호수, 속앓이하다가때마침 들른 먹구름께 아뢰니연거푸 한숨 몰아쉬더니 이제는 산까지 바람 들었다며 삼일곡을 해댔다 호수는 다시 안온히 산 품고산은 호수 얼굴 보며 잘 살고 있다.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월정 강대실 가마골 길목 외진 산마을 소년촌가파른 산자락 밑 폐교지경의 열아홉 그루 메타세쿼이아 학동깊어가는 산빛에 흠뻑 젖어애초의 선생님 말씀 저버리지 않는다일 열로 길게 세워진 채로운동장 가득 푸른 그림자 담고오늘도 허허로운 학교 지켜 서 있다어깨 너머 들은 배움이련만가뭄 세상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듯한 번을 틈 버그러진 일 없다서로 어깨 나란히 겯고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도란도란산 너머 먼 산읍 길 까치발로 내다보며그때 함성보다 더 푸른 기상높고 넓은 하늘에 펼친다.

용동 느티나무

용동 느티나무 월정 강대실 앞들 샛강 돌둑 바로 옆에느티나무 어르신 한 분 계시다.풍채 의젓하고 기력 왕성하고슬하에 식솔도 몇 거느린 것을 보면사오백년은 족히 사셨으리라.한동안 큰 산맥같이 끄떡 않더니복사꽃 유혹에 연초록 염발한한참 바람난 총각이시다.아마, 올여름 휴가철에도 한바탕선남선녀들 불러들여 잔치 벌이리라.근데, 노구에 무슨 정력 인지 몰라살짝이 다가가 살펴보니, 웬걸몸에 커닿게 빈 창고 하나 갖고 계시다.세상살이 어찌 그리 알고 비워냈는지창자도 쓸개도 다 들어내고밑 없는 항아리 품어 사신 거다.

배롱나무

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앞 굽이진 내리막길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영락없는 성자라고 생각하게 된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만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언제고 마음밭에 기르고픈 배롱나무.

망초꽃

망초꽃 월정 강대실 청청하늘에서날벼락이라도 내리치던가요한 돌기 연륜 채 감지 못한서른아홉 젊으나젊은 나이에고샅길 뒹구는 땡감처럼 꼭두새벽에 뚝 떨어지더니두 눈 다 못 감고 황망히 망초꽃 흐드러진 길로 떠난 형이여!못 잊어셨나요, 남긴 떡잎 둘 해마다 그맘때 두견이 울어대면 풀빛 짙은 들길 하얗게 서성이다무덤가에 발돋움하고 서서동구 밖 먼 신작로 바라 보다곰삭은 그리움에 스러지는서녘 놀 붉게 타오를수록마음속 서러움 우러나는 꽃.

노거수(老巨樹) 2

노거수(老巨樹) 2 월정 강대실 별의별 병이 다 있나 보다인술도 청순한 바람도 소용없어더는 회생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터덕거리며 삼동의 강 겨우 넘더니성큼성큼 찾아오는 화신에도생의 끝자락 틀어쥐고눈을 한번 깜짝할 생각이 없다 부끄럼 없는 나들잇길에삶과 바꾼 생채기만 덕지덕지 안고이제는 본향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름다운 결단의 길에살아도 살았달 수 없는 천한 목숨,이리 우러러 가슴앓이만 한다.

하늘길

하늘길 월정 강대실 공원 초입 외따로이 선 모과나무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만바라보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철이 되면 늘 그랬듯잎과 꽃 피우고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훌쩍 올라앉아 종용히뒤를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부단히 마음공부 하여눈에 안 띄게 조금씩 조금씩오늘도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한없이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