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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3 - 대숲에 들어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3 대숲에 들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가 곧아야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마음밭을 갈아야비바람 눈서리 맞고 더욱 푸르른,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고아야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 드러내는,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종심강 대숲에 들어한생 뜨고도 보지 못한 청맹과니,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 시를 함께하며 대숲의 대나무들은 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고, 비바람과 눈서리를 맞으면서도 더욱 푸르게 살아갑니다.화자는 그 꼿꼿함과 푸르름 속에서 곧은 심지와 맑은 마음, 고운 심성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을 드러내는 대숲의 모습은 세상을 맑히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일깨웁니다. 그러나 대..

1. 오늘의 시 2026.10.30

시인으로의 길

시인(詩人)으로의 길 월정 강대실 쫓기듯 살아온 탓일까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내게 시(詩)가 있기에작은 것들 속에서 나를 찾아가만히 보듬으리.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내면의 무늬를 드러내정감 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고끝내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우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앉아마음에 드는 시 한 편 건져 올릴 그날까지오롯이 이 길을 가리.(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6.10.30

은행나무― 용초교의 혼

은행나무― 용초교의 혼 근 백 년 용초교 오천 동문들이여!밝은 두 눈을 가졌는가그만 꼭꼭 감아 버렸는가 넓은 운동장 서쪽 골대 옆마주 보고 서 있던 두 은행나무 친구추억 속에 손잡고 살지는 않는가 봄이면 연초록 블라우스여름이면 녹색 원피스가을이 왔다고 노오란 치마저고리 입고 한 해 공부가 깊어질수록운동장에 샛노란 이불을 깔아 주니좋아라 해동갑하여 뛰고 뒹굴고 “높이 솟은 뫼뿌리 장하도다 추월산”얼마나 목이 터져라창공에 입을 모아 불렀던가 오호통재로다! 아는가?근시 안경 쓴 좁은 소견의 교장님똥내가 풍긴다며염라대왕께 고이 바치셨는데 두 눈이 어두워 안 보이는가광대가 날뛰는 세상,어지러워 꼭꼭 감고 살아가려는가 바늘귀라도 열렸다면 들어보소저 푸른 창공을 뒤흔들며추월산이 대로하는 우레 소리!

1. 오늘의 시 2026.10.25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2 : 숲속을 걸으며

숲속을 걸으며월정 강대실 먼발치에서는 나무 외에는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숲속등어릴 쓰다듬고 손도 잡고내 마음과 숨결 첩첩이 불어넣으며이리저리 길 내고 걷는다긴긴 여정 끝, 아득한 침묵의 행자진대나무에 기대어 한숨 돌리면전율처럼 느껴 오는 숲 마을과 정겨움서로 손에 손 덧잡고갈맷빛 소망 하늘 끝 펼치고 있었다여기저기 둔 빈자리에 뿌리박은 너럭바위해와 달 들러서 가고갈 길 잃은 목숨과 지친 나래 감싸새 힘 받고 마음의 갈피 잡게 하였다숲속을 걷고 걸으며, 사람도한 물 되어 말 섞어 보지 않고는든 것도 본받을 것도 없다고지레짐작 말 않기로 했다. ※진대나무 : 산 속에 죽어서 넘어지거나 쓰러져 있는 나무.허형만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 화답하며 시를 함께하며 멀리서 바라보는 숲에는 나무밖에 없는 듯합니다. ..

1. 오늘의 시 2026.10.22

관방제림*

관방제림* 월정 강대실 푸조나무 팽나무 음나무고향 집 지키는 허리 굽은 노모처럼시름겹게 눌러살고 계셨네 죽장에 깨금발로 들머리 내다보며백 년 이백 년 삼백 년긴긴 기다림으로 버텨 사셨네 해가 설핏한데도한눈에 얼른 날 알아보고는연신 오색 꽃잎 날리시며 이제 가면 다시 또천년만년 학수고대하겠노라며눈시울 붉히셨네. ✽ 관방제림 : 담양천을 따라 이어진 천연기념물 제366호의 숲길. 2

숲속을 걸으며

숲속을 걸으며 월정 강대실 먼발치에서는 나무 외에는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숲속등어릴 쓰다듬고 손도 잡고 내 마음과 숨결 첩첩이 불어넣으며이리저리 길 내고 걷는다긴긴 여정 끝, 아득한 침묵의 행자 진대나무에 기대어 한숨 돌리면 전율처럼 느껴 오는 숲 마을과 정겨움서로 손에 손 덧잡고갈맷빛 소망 하늘 끝 펼치고 있었다 여기저기 둔 빈자리에 뿌리박은 너럭바위 해와 달 들러서 가고갈 길 잃은 목숨과 지친 나래 감싸 새 힘 받고 마음의 갈피 잡게 하였다숲속을 걷고 걸으며, 사람도 한 물 되어 말 섞어 보지 않고는 든 것도 본받을 것도 없다고 지레짐작 말 않기로 했다.※진대나무 : (순우리말) 산 속에 죽어서 넘어지거나 쓰러져 있는 나무. 허형만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 화답하며 작품 해설「숲속을 걸으며」는 ..

대숲을 바라보며

대숲을 바라보며 월정 강대실 자꾸만 달라붙는 보푸라기 생각들마음도 바람개비처럼 가만있지 못해창밖 산비알 대숲에 눈 돌린다 푸르른 대숲에 마음 잔잔해지고수다식구 삼시 세끼 녹록치 않아도항상 집안 가득 햇볕 불러다 놓고동네 어귀 왕대밭 사들이셨던 학자금 캐어 낼 생금밭 일구자며틈만 나면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땀 흘리며 말씀 일러 꿈을 심고울울창창 대밭 가꾸셨던 쥔 것 없는 죽물꾼 찾아오면어서 가 쪼개고 절어 본때 있게 살라며생대 한 짐 밀어주시고는뒷장날 죽물전 찾아 허기 함께 달래셨던 고향 마을 안 고샅 큰 어르신청대처럼 푸르른 뜻 보인다소래기 크고 너른 마음새록새록 떠오른다.

천서를 보다

천서(天書)를 보다 월정 강대실 도지는 역마살간밤에 쌓인 숫눈 밟으며산성산 마루 꼭두서니빛 햇살 마중 간다눈짐 진 솔가지 사이 스미는 빛살은전을 뿌린 듯 찬란한 눈밭길을 찾는 걸음아직 꿈속처럼 너무 서툰 나해장술에 대취한 듯 이리저리 흔들리다성루에 올라앉는다멀리서 들려오는 말 울음소리문득 먹먹해지는 가슴골감히 새 한 마리 날아들어 점찍지 않은아득한 설국나는 천서(天書)를 본다하늘과 땅 산과 강 신작로와 가로수의 행렬……에돎의 곡선마다신비로운 계시가 깃들고눈부신 아름다움이 살아난다.

대숲에 들어

대숲에 들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가 곧아야눌리고 비틀려도 끝내 꺾이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마음밭을 갈아야비바람 눈서리 맞고 더욱 푸르른,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고아야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 드러내는,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종심강 대숲에 들어한생 뜨고도 보지 못한 청맹과니,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아내의 발

아내의 발 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쏘오옥 나온 두 발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세상 맵고 짠 것 다 심곡에 묻고한 생 바닥으로 살아온.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금이 가 벌어진 발뒤꿈치며여기저기 박인 옹이와 굳은살,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성자의 말씀 들린다내리 걸어야 할 길을 본다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참회의 뜨거운 경배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6.10.21

무당벌레

무당벌레 월정 강대실 사온일 거둥길 따라긴 동면 든 산방 찾는다나들문 빗장 열어 제치자덥석 집어삼키려는 시퍼런 냉기도망치듯 비집고 들어서니때꾼한 무당벌레 한 마리조아리며 비손하며 인기척한다이자가, 무단 투숙을!감히 어디라고 여기서반문 열고 끌어내려 하자갈쌍갈쌍한 눈빛,나그네가 외려 주인 노릇을…엄동설한 어이 건너라고!가슴 찔리는 소리 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언덕 위 미루나무

언덕 위 미루나무 월정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여기까지 달려왔다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곁가지도 되지 못하고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벅수처럼 서 있다언덕배기 드센 바람 혼자 버티고 서서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하늘 끝 치켜올리는 이 향기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바람 높은 둔덕네 발아래 서성인다.

호수

호수 월정 강대실 외진 마을에 호수가 들어섰다산이 슬그니 다가가 보듬자 산수(山水)는 수려한 금실에 살게 되었다 만화방창한 어느 춘일 우연히 수면 위 자기 모습 본 산, 풍광 찾아드는 그 어떤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자신감에대처로 떠날 꾀를 부렸다호수의 깊은 마음 떨칠 요량으로남몰래 온몸 두레질하여 한여름에 이를 즈음에는허벅지가 빤히 드러나 보였다, 어느 날 이를 눈치 챈 호수, 속앓이하다가때마침 들른 먹구름께 아뢰니연거푸 한숨 몰아쉬더니 이제는 산까지 바람 들었다며 삼일곡을 해댔다 호수는 다시 안온히 산 품고산은 호수 얼굴 보며 잘 살고 있다.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폐교의 메타세쿼이아 학동 월정 강대실 가마골 길목 외진 산마을 소년촌가파른 산자락 밑 폐교지경의 열아홉 그루 메타세쿼이아 학동깊어가는 산빛에 흠뻑 젖어애초의 선생님 말씀 저버리지 않는다일 열로 길게 세워진 채로운동장 가득 푸른 그림자 담고오늘도 허허로운 학교 지켜 서 있다어깨 너머 들은 배움이련만가뭄 세상에 본이 되어야 한다는 듯한 번을 틈 버그러진 일 없다서로 어깨 나란히 겯고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도란도란산 너머 먼 산읍 길 까치발로 내다보며그때 함성보다 더 푸른 기상높고 넓은 하늘에 펼친다.

용동 느티나무

용동 느티나무 월정 강대실 앞들 샛강 돌둑 바로 옆에느티나무 어르신 한 분 계시다.풍채 의젓하고 기력 왕성하고슬하에 식솔도 몇 거느린 것을 보면사오백년은 족히 사셨으리라.한동안 큰 산맥같이 끄떡 않더니복사꽃 유혹에 연초록 염발한한참 바람난 총각이시다.아마, 올여름 휴가철에도 한바탕선남선녀들 불러들여 잔치 벌이리라.근데, 노구에 무슨 정력 인지 몰라살짝이 다가가 살펴보니, 웬걸몸에 커닿게 빈 창고 하나 갖고 계시다.세상살이 어찌 그리 알고 비워냈는지창자도 쓸개도 다 들어내고밑 없는 항아리 품어 사신 거다.

배롱나무

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앞 굽이진 내리막길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영락없는 성자라고 생각하게 된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만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언제고 마음밭에 기르고픈 배롱나무.

망초꽃

망초꽃 월정 강대실 청청하늘에서날벼락이라도 내리치던가요한 돌기 연륜 채 감지 못한서른아홉 젊으나젊은 나이에고샅길 뒹구는 땡감처럼 꼭두새벽에 뚝 떨어지더니두 눈 다 못 감고 황망히 망초꽃 흐드러진 길로 떠난 형이여!못 잊어셨나요, 남긴 떡잎 둘 해마다 그맘때 두견이 울어대면 풀빛 짙은 들길 하얗게 서성이다무덤가에 발돋움하고 서서동구 밖 먼 신작로 바라 보다곰삭은 그리움에 스러지는서녘 놀 붉게 타오를수록마음속 서러움 우러나는 꽃.

노거수(老巨樹) 2

노거수(老巨樹) 2 월정 강대실 별의별 병이 다 있나 보다인술도 청순한 바람도 소용없어더는 회생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터덕거리며 삼동의 강 겨우 넘더니성큼성큼 찾아오는 화신에도생의 끝자락 틀어쥐고눈을 한번 깜짝할 생각이 없다 부끄럼 없는 나들잇길에삶과 바꾼 생채기만 덕지덕지 안고이제는 본향으로 가시려나 보다 아름다운 결단의 길에살아도 살았달 수 없는 천한 목숨,이리 우러러 가슴앓이만 한다.

하늘길

하늘길 월정 강대실 공원 초입 외따로이 선 모과나무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만바라보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철이 되면 늘 그랬듯잎과 꽃 피우고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훌쩍 올라앉아 종용히뒤를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부단히 마음공부 하여눈에 안 띄게 조금씩 조금씩오늘도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한없이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

송강정에서

송강정(松江亭)에서 월정 강대실 송림 속 가파른 돌계단시인의 향기 좇아한 단 한 단 밟아 오르니 누마루 지키고 선노송 긴 그림자길손 반겨 옆자리 내주고 증암천 백사장 에두른질펀한 창평 들판황금물결 일렁이어 오면 반짝이는 청댓잎, 연신 사운대며임을 연모하는 여인의 노래애절히 읊조리는데 저만치 가년스런 산죽(山竹)들주인 오실 날만 고대하며줄줄이 늘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