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71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0 : 숲 속을 거닐다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10 숲 속을 거닐다 월정 강대실 눈길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더듬는 동안 가슴은 켜켜이 쌓인 사랑이나 미움 따위 그늘에 널어 말린다. 그만 내려놓고 싶은 내가 짊어진 生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서로 어깨를 걸고 한세상 살아내는 나무들, 그 삶이 더 없이 부럽기만 한데 숲 속에 들어도 한 점 동화되지 않는 나 이방인(異邦人)처럼 낯설다. 시를 펴내며 숲길을 거닐며 화자는 나무 사이로 눈길을 옮기고,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사랑과 미움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서로 어깨를 걸고 한세상을 살아내는 나무들.그 모습은 저마다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위로와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숲 속에 들어서도 나무들과 하나 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화자는스스로를 낯선 이방인처럼 느낍니다. 자연..

1. 오늘의 시 2026.10.11

가을을 두고 간 여자

가을을 두고 간 여자 월정 강대실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까먼 하늘, 나의 별 가슴에 얼굴을 묻고지새워 목쉰 독백 나누었을까 팔려가는 송아지 같은 속울음 소리차창 밖 가을 산은 알아챘을까바람은 새살새살 달래 주었을까 하마, 망각의 강 질러 멀리멀리 갔을까산책길 붉나무, 연신 떨구는 잎새 헤며추억의 향기 헤적이고 있을까 계절이 오고 갈 때면 아리게 떠오르는가을을 두고 낙엽 따라 간 그 여자앙가슴에 꺼멓게 멍울지는 그리움.

가을 명상

가을 명상 월정 강대실 한 잎 두 잎 낙엽 지는말바우시장 은행나무 거리 지나부산히 북으로 북으로 시공을 달려고즈넉한 산마을에 든다산산이 날려버린 여름날 뒤안길침묵으로 돌아보고 서 있는도랑가 느티나무와 마주한다나도 이제 조락의 강 건너야 할 시간바람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얼마나 많고 많은 날들을가슴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태우며허위허위 시위를 당겨 왔던가한 마름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산방 적막 속에 밀쳐놓고찬연한 내일의 밑그림 이슥토록 밤 캔버스에 그린다

똘감나무 아래서

똘감나무 아래서 월정 강대실 비트적거리며 산에 오른다무지갯빛 산정은 아직 멀었는데힘에 부치고 숨이 목에 걸린다. 묵어, 흔적만 남은 무덤 옆맹감 찔레가시 욱은 똘감나무 아래선승처럼 가부좌 틀고 앉는다. 숨을 돌리고마음 가다듬자수간 속 맥박 치는 소리, 온 몸으로 스민다, 어디선가‘내리 봐야’ 길이 보인다는 환청 우레 같다. 감잎 하나 파르르 허공을 날아내 안으로 파고든다.

가을 산

가을 산 월정 강대실 저 높은 산 상상봉 멧부리아스라한 벼랑 끝에, 덩그맣게 내 목마른 영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울컥울컥 피 울음 토악질해그 서글픔 이 산 저 산에 저토록 영롱한 꽃등으로 피워 내걸고 나무처럼 계절 모른 기도로칼바람 진눈개비, 의젓이 언 강 건너 주저 없이 사랑의 나래 펼치련만 돌아보면 볼수록 이제는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안개처럼 덧없고기다란 그림자 찬란히 서러운 석양녘 다 타고 몽당비만큼 남은 여정이라도가을빛 속 또 다른 영롱한 빛이 되어절름절름 걸어서라도 가야 한다.

가을을 두고 간 여자

가을을 두고 간 여자 월정 강대실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까먼 하늘, 나의 별 가슴에 얼굴을 묻고지새워 목쉰 독백 나누었을까 팔려가는 송아지 같은 속울음 소리차창 밖 가을 산은 알아챘을까바람은 새살새살 달래 주었을까 하마, 망각의 강 질러 멀리멀리 갔을까산책길 붉나무, 연신 떨구는 잎새 헤며추억의 향기 헤적이고 있을까 계절이 오고 갈 때면 아리게 떠오르는가을을 두고 낙엽 따라 간 그 여자앙가슴에 꺼멓게 멍울지는 그리움.

가을이 보내는 메일

가을이 보내는 메일 월정 강대실 행여 보고 싶으면 오시오이왕 오려면 이 가을로거기 순한 앞바다 안고 오시오출구에서 새초롬히 기다리다눈길 마주치면 통성명하고불붙은 산 들앉은호변 한갓진 데로 갑시다개켜 둔 보고자움 붉게 털어내고잠깐 사자산 턱 밑 산방 들러시 향에 취해 봅시다절집 없는 절도 둘러보고꽃무릇 잉걸불로 그리움 사른 뒤해 넘어가기 전 서둘러 돌아섭시다다시 그리움 키워 살기로 하고.

빈 들의 감나무

빈 들의 감나무 월정 강 대 실 서넛 잎 겨우 매달린 찢긴 잎새하늘 바라보며파들파들 몸부림치고 홍시 하나터질 듯한 가슴 부둥켜안고매부리 눈 흘기면 낯 뜨거워 돌아서는 내게말라빠진 가시랭이가바짓가랑이 붙든다. (남겨진 것들의 쓸쓸한 자존을 바라보며, 버티고 선 존재들의외로움과 생의 끈기를 헤아려 봅니다.)(1-72.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가을 아침 일기

가을 아침 일기 월정 강대실 성큼성큼 걸어초초한 군상들 틈 비집고 서자뉘댁이시냐며돌개바람 시설궂게/수선스럽게 달려든다 어느새 가로수로 몰려가더니냅다 가지를 흔들어나뭇잎 우수수 쏟아져 뒹굴고선뜩선뜩 가을비 내린다 부리나케 우산을 받쳐 들자샛노란 이파리 하나 또르르 달려와이지렁스레/ 능청스레 발등에 날름 올라앉아눈빛을 마주하더니 추워지는 날씨에내 머무를 마땅한 곳 어디냐며들릴락 말락 엉두덜엉두덜한다 구름 덮인 하늘 훔쳐보며얼른 버스에 올라선다. (바람과 낙엽, 스치는 생각들이 겹쳐지던 아침이었습니다.일상이 곧 계절의 기록임을 느끼던 순간입니다.) (1-69.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초주의 길손

초추(初秋)의 길손 월정 강대실 바람의 헤살질 딛고 일어서한껏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산국그 향기 물섶에 진동한 외져 발길 떨어진 고요로운 호수긴 벤치 오늘도 홀로이 찾은 초추의 길손 밀려갔다 밀려드는 파문깨어져 수없이 반짝이는 윤슬에 실려 그윽이 풍겨 오는 물 내음 등에 얹힌 멍에 스르르 사라지고붉어오는 나뭇잎의 체온오롯이 가슴에 담는다.

가을 문 앞에서

가을 문 앞에서월정 강대실 도망자였더냐골짜기로 들녘으로마을 안까지 쫓겨 다니다 한 계절 내내 물벼락에녹초가 된 너 탕자처럼 기진하여본색 한 번 제대로드러내지 못하더니 아픈 땅 위로청명한 하늘도둑같이 몰려온다 (지나간 계절의 지친 숨을 돌아보던 자리입니다.끝이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던 순간입니다.)(1-66. 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한가위 달밤

한가위 달밤 월정 강대실 어머니!앞산 마루 휘영청 밝은 달밤땀에 찌든 농무(農務) 사립 밖에 밀쳐놓고혹여 누가 볼까 봐 뒤꼍이었어요 맨드라미 빨갛고 노란 연한 잎 송당송당 썰어 넣어동그란 보름달로 부쳐낸 전, 한사코 떼어서 입에 넣어 주셨지요어머니!곱기도 하다며 함께 바라보던 보름달오늘은 어머니의 반가운 얼굴, 사무치는 그리움에 이슥토록 마주합니다자식 앞에서는 차마 보이고 싶지 않았던볼 위로 조르르 흐른 두 줄기 눈물 달빛 아래 너무나 선연했습니다그 의미 지금도 다 알지 못한 채가슴속 깊이 박혀 살아서는 지울 수 없는아픔으로 또다시 도집니다. (기억 속 어머니는 늘 달빛 곁에 서 계시던 모습입니다.)(1-20.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시인의 말한가위 보름달은 누구에게나 환하지만, 그 환한 빛 뒤에는..

초추의 길손

초추(初秋)의 길손 월정 강대실 바람의 헤살질 딛고 일어서한껏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산국그 향기 물섶에 진동한 외져 발길 떨어진 고요로운 호수긴 벤치 오늘도 홀로이 찾은 초추의 길손 밀려갔다 밀려드는 파문깨어져 수없이 반짝이는 윤슬에 실려 그윽이 풍겨 오는 물 내음 등에 얹힌 멍에 스르르 사라지고붉어오는 나뭇잎의 체온오롯이 가슴에 담는다.

1. 오늘의 시 2026.10.08

가을 문 앞에서

가을 문 앞에서 월정 강대실 도망자였더냐골짜기로 들녘으로마을 안까지 쫓겨 다니다 한 계절 물벼락에녹초가 된 너 탕자처럼 기진하여본색 한 번 제대로드러내지 못하더니 아픈 땅 위로청명한 하늘도둑같이 몰려온다 (지나간 계절의 지친 숨을 돌아보던 자리입니다.끝이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던 순간입니다.)(1-66. 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6.10.08

내 시의 분류(계절·주제별)

내 시의 분류(계절·주제별) ① 봄 제1집● 봄눈● 봄 오는 길목● 영산홍● 오월을 맞으며● 오월 제2집● 자작골 봄밤● 봄앓이 1● 봄날 엽서● 꽃마중● 아카시아꽃 그리움● 봄비● 격포의 봄●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오동꽃 피는 봄날● 원추리꽃 제3집● 봄앓이 3● 꽃씨를 심으며● 개나리꽃● 봄앓이 2 제4집● 어느 봄날● 수선화● 첫봄 풍경● 꽃 냄새● 한식날● 우수● 애기똥풀 제5집● 봄의 길처에서● 탐매● 꽃불● 해토비(解土雨)● 하늘 맑은 봄날● 새봄을 위하여● 자작골의 새날● 민들레꽃 4● 참꽃 피었어요! ② 여름제1집● 고향의 여름밤● 뜨락의 여름● 뱀사골 여름밤● 탐부리 해변에서● 팍상한 계곡에서 제2집● 어느 여름날 1● 어느 여름날 2 제3집● 여름밤● 달구비 제4집● 백중 ..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9 : 언덕 위 미루나무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9 언덕 위 미루나무 월정 강대실 너를 만나려고우듬지 높다란 까치집 보며여기까지 달려왔다한 그루 나무가 못되고곁가지도 되지 못하고시려운 강변에 어설픈 해거름벅수처럼 서 있다언덕배기 드센 바람 혼자 버티고 서서까치 부부 사랑을 끌어안고하늘 끝 치켜올리는 이 향기나를 안기에도 내 가슴이늘 부족하기만 한 무지렁이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바람 높은 둔덕네 발아래 서성인다. 시를 펴내며 언덕 위에 홀로 선 미루나무를 바라보며화자는 까치집을 품은 나무에게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비추어 봅니다. 거센 바람을 홀로 견디면서도까치 부부의 사랑을 품고하늘 끝까지 가지를 치켜올리는 미루나무. 그 앞에서 화자는 오히려자신의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돌아봅니다. 마지막의“드레드레 부끄러움 매달고 / 바람 높은 둔덕..

1. 오늘의 시 2026.10.04

2026. 무등문학회 문집 원고

2026. 무등문학회 문집 원고 나를 마주하다 세월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망념들한 겹 한 겹 벗어던지자비로소 눈에 들어온다화려한 가면 속에 숨어 살아온초라하고 늙수그레한 사내 하나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 없는 주제에목 꼿꼿이 세우고얼마나 어깨를 으스대며 걸었던가세상을 향했던 매서운 손가락이내 쪽으로 힘없이 돌아선다 허명의 자리 돋운 의자 차지하고 앉아온전한 나인 양 지낸 시간들한 자락 소슬한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며뒷산처럼 끄떡없을 줄로만 알았다 껍데기 살라 버리고 남은 재 한 줌그 속에서 쭈글쭈글 비어져 나오는손바닥만 한 민낯을 뜯어보며서녘에 낮게 낮게 지는 연시빛 놀 따라오늘, 잃어버린 나를 마주한다. 풀솔 한 이불 속 형제들 다 딴솥 챙겨서 나가고어머니 그만 노을 따라 가시자막냇동생 외로이 삭망..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8 : 똘감나무 아래서

강대실 시인의 전자시 8 똘감나무 아래서 월정 강대실 비트적거리며 산에 오른다무지갯빛 산정은 아직 멀었는데힘에 부치고 숨이 목에 걸린다. 묵어, 흔적만 남은 무덤 옆맹감 찔레가시 욱은 똘감나무 아래선승처럼 가부좌 틀고 앉는다. 숨을 돌리고마음 가다듬자수간 속 맥박 치는 소리, 온 몸으로 스민다, 어디선가‘내리 봐야’ 길이 보인다는 환청 우레 같다. 감잎 하나 파르르 허공을 날아내 안으로 파고든다. 시를 펴내며 힘겨운 걸음을 옮겨 산을 오르다잠시 똘감나무 아래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몸의 숨결과 마음의 맥박이 하나로 이어집니다.높은 곳만 바라보며 오르던 화자에게‘내리 봐야’ 길이 보인다는 울림이 전해집니다. 때로는 더 높이 오르는 것보다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낮추어 보는 일이새로운 길을 찾게 하는 ..

1. 오늘의 시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