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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누이

막냇누이/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느지막이 점지 받은동냥젖 곡정수로는 뱃구레 못 채워 줘일찍이 밥물림을 해서 길렀던왜소한 체구 얼굴도래며 행동거지가영락없는 데다 흙에 묻혀 사는,오사리 딸기 어서 와서 맛보란 전화에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하우스 가득 향긋한 향연고양이 손도 빌려야 되겠기에반의반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지만몸에 안 배어 마음이 무거운 들돌인데,심성조차 이어 받았다, 땅 부치고날아가는 까마귀도 불러대는 게 빼닮았다말끝마다 일도 주변도 줄여보래도허리춤에 씨앗 주머니 차고 다니며한 뼘 빈 땅만 보면 후비적후비적 심고 가꾸어   식전부터 부리나케 챙기더니오만데다 부치고 내게까지 들려주며마냥 흔흔해 하는 막냇누이세 남매가 마냥 착해서 좋단다. (4-89.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5.04

자화상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가 지면 울 밖 넘봤다열두 가족 구식 위해 이슬을 쓰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배를 불린 줄 알았다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결국 나는 아버지 날벼락에 변놀이꾼 되었다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과 고락을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꼿꼿이 서고 싶었다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눈에 선하다.(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3

한 친구 아버지

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함께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드셨다.    새파란 까까머리가 첫인사 드린 후   뵐 적마다, 고향 집 안부는 물론   은행알 같은 티 없고 알진 우의 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산동네   아버지 거둥길 길라잡이 되라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근벌떡 달려간     곧잘 동네 앞길 지나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 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가 없다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심오한 적멸궁.

오늘의 시 2024.05.03

월리아짐

월리 아짐/ 월정 강대실 뒷등 자욱한 봄 안개 속에 대들보가 무너지자 설움도 한갓 호강이라는 듯 줄남생이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 안산 밑 자갈 배미 다랑논 묏등골 큰 밭 호락질로 휘어잡더니 청룡도 든 두억시니 같은 눌어붙은 日月의 더께 떨쳐낼 수 없었던가요 흙과 함께 굽은 등 삭은 나무토막처럼 드러누워 저승사자만 눈이 멀었다 나무라신다.

오늘의 시 2024.05.02

폭우暴雨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날 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빠진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2

사모곡思母曲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모곡思母曲2/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내로라한 병의원 찾아 나섰지만 명의 못 만나고갖은 첩약에 단방약 써보았지만 약발 없어끝내, 예순일곱에 명줄 슬며시 내려놓고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신 어머니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 계셔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면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저승걸음도 이리 진땀이다는 서글픈 눈빛,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고는 스르르 눈 감고된 숨 몰아쉬더니 끝끝내 말문 못 여신어젯밤 꿈길에 한 자식이라도 찾아들까밤새껏 선잠 깨어 눈이 시디시게..

오늘의 시 2024.05.02

내 안의 아버지

내 안의 아버지/ 월정 강대실 우리 아버지,십 남매 중 다섯째로 날 보셨다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문밖에서는 길라잡이로회중 가운데 당신을 불러 세우며삼킬 듯한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황망히 내게로 오셨다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노상 자식이 전부라서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

오늘의 시 2024.05.02

울 엄니

울 엄니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보고파서 못 잊어서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보고 싶도 않은 거여이제는 아주아주까막 잊고 계신 거여아냐!,  아냐!날 보고픈 울 엄니 맘무덤가 쑥잎 되어 저렇듯 돋는 거여쥐어뜯고 뽑아내도더욱더욱 싱거럽게정리가 솟는 거여.

오늘의 시 2024.05.02

대숲에 들면

대숲에 들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를 곧추세워야 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얼마나 심전을 갈고 부쳐야 비바람 눈서리 만나 더욱 푸르른, 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얼마나 심성이 곱고 발라야쉼 없이 구름 쓸어 하늘 드러내는, 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해 저문 고희 강 대숲에 들면한생,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  부끄러운 내 모습 보인다.

오늘의 시 2024.05.02

풀 뽑는 노인장

풀 뽑는 노인장/ 월정 강대실    병원 앞 쌈지 공원 가로수 성근 그늘 아래수없는 질시와 발길질 아랑곳없이계절을 딛고 무심히 짓어 오른 잡풀 풀 뽑는다 환자복 입은 칠십객 노인장혹자는 거기가 해까닥 했거나 논팽일거라고흘깃대는 눈총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괘념 한 번 마음에 걸린다 싶으면사돈네 쉰 떡 보듯 그냥 못 두는 성미일까한 손에 링거대 움켜잡고 맨손으로 뽑는다 포장마차 호떡 굽는 너부죽한 아낙네파리 날리는 눈빛 뽀르르 쫓아가서는풀은 뽑아 뭐할라요, 내뱉고 휙 돌아선 뒤꼍 마음밭 자꾸만 돋는 노욕을 뽑아냈다며한사코 겸연스런 표정, 숨 고르는 노인장솔선이 막막한 인해의 촛불로 탄다.

오늘의 시 2024.05.01

정들다

정들다/ 월정 강대실  새로 둥지를 튼 근동십여 년을 같이 운동하는 여자 남편고향에 눌러산 큰형이 나와 갑장이라는내 셋째 동생뻘 되는 박 동생만나면 만날수록 정들어 친해지지요 길가 풀섶 언저리얼씬하면 오가는 발길에 짓밟히고고개 수그리고 앉아 두 눈을 크게 떠야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봄까치꽃보면 볼수록 정들어 예뻐지지요 북쪽 서낭당 고개 지나서오부 능선 길 굽이굽이 돌고 밀재 넘어잊어버리고 한참을 달려야 나오는 산마을전학 간 초등 동창의 고종 동생 산막다니면 다닐수록 정들어 가까워지지요                                                2024. 4. 13.

오늘의 시 2024.04.30

성묘

성묘2/ 월정 강대실  순창 팔덕면 창덕리 전 480의2유년적 아버지 졸졸 따라가 뵈었던조부님 사신 산마을로 나선다 실오리만 한 기억 앞세우고온 동네 기웃거려 보아도그날의 발자국 도무지 흔적이 없다 웃자란 풀숲 밟아 눕히며가늠으로 여기저기 찾아 헤매다불현듯, 내 안에 전율같이 번쩍이는 예감걸음걸음 발길 쫓는다 산이 내려와 참나무 키우는 데에지붕 가라앉은 빈빈한 집 한 채부끄럽고 면구하여 토방 밑 무릎 꿇자오-냐, 바쁜데도 안 잊었구나!  가슴속 솟구치는 아리디아린 불효. (2-53. 먼 산자락 바람꽃)

오늘의 시 2024.04.27

배롱나무

배롱나무/ 월정 강대실 담양호 관광단지 앞 굽이진 내리막길조심조심히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우측 길턱에 교통 표지판 안고 있는 화사한 나무 한 그루 있다어느 여름날 정처 없는 길 가다우연히 만나 길동무하고부터는영락없는 성자라고 생각하게 된오늘도 묵묵히 내 길목 지켜 서서 줄곧 서행을 당부하더니만 어느새 앞질러 왔는지 보리암에서 뵌 적 있는 부처님같이가부좌 틀고 앉아, 간절히 미소 공양으로 무사를 빌어 주는언제고 마음밭에 기르고픈 배롱나무.

오늘의 시 2024.04.25

뜬소문

뜬소문/ 월정 강대실돈 버는 일 그만두고 나면이왕이면 향리 쪽에다토막집이라도 하나 마련하여詩도 쓰고 고즈넉이 살고 싶었다 호젓한 산자드락 양지바른, 주춧돌 놓을 만한 자리 있을까 하고아내랑 여기저기 둘러보다안면 있는 몇몇 만났더니이젠 다 망해 굽도 젖도 할 수 없어 기어들란갑다고 비아냥대고몰래 숨어든 게 틀림없다고수런댄단 소문 자자했었지.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어지도록호박꽃 소망 고이고이 품고 고향 하늘 부끄럼 없이 우러르며살아 온 나, 어느 누가 알기나 했을까.

오늘의 시 2024.04.25

병아리눈물꽃

병아리눈물꽃/ 월정 강대실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머리 조아리고 앉아눈물  뚝뚝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 눈에 띌세라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앙증스런 자태로옴실옴실 모여 앉은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참깨 알 같은 꽃절대 겸허가 몸에 배인 그 꽃. 병아리눈물꽃

오늘의 시 2024.04.25

아내의 발

아내의 발/월정 강대실 길마 무거운 소, 드러눕더니 며칠째 꼼짝 못하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자락 쏘-옥 나온 두 발 오롯, 가족들 바람의 고임돌 되어 세상의 질고 매운 것 다 심곡에 묻고 한 生 바닥으로 살아온. 구부정한 발가락 거뭇거뭇한 발톱 금이 가 벌어진 발뒤꿈치며 여기저기에 박인 옹이와 굳은살, 도짓소로 살아온 세월의 유산. 한밤, 구도자 고행의 훈장에서 성자의 말씀 들린다 내리 걸어야 할 길 본다 두 발이 몰래 흘렸을 눈물 헤아리다 마음속 촛대에 불 밝히고 참회의 뜨거운 경배 발볼에 기-인 입맞춤 한다.

오늘의 시 2024.04.24

큰댁 형수

큰댁 형수/월정 강대실 안 잊고 꼭 상골 찾습니다 큰댁 형수가 동구 밖 벅수처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십니다 해와 달 번갈아 이고 지고 한세상 밭고랑창 묻히어 사시다 허위허위 녹두밭 윗머리에 선 앞 고샅 돌멩이 채이는 소리에 고무래처럼 휜 허리 일으켜 뒤뚱뒤뚱 사립까지 걸어 나오시는 아재요, 나는 아주 잊은 줄 알았어! 두 손 덥석 받아 쥐고 한사코 안으로만 들자십니다 마주 앉으면 그새 더 왜소해진 모습 여기저기에 거뭇거뭇한 저승꽃 가슴이 아르르 저며 옵니다.

오늘의 시 2024.04.22

고향에 띄운 편지

고향에 띄운 편지/ 월정 강대실 울 밖 한쪽에 슬슬 뿌린 푸성귀 시나브로 앞들 뒷산으로 퍼져나가 나서면 달래 냉이 참취… 나물거리라니! 볕받이 막에서 새끼 치던 짐승 알게 모르게 야음 타고 뛰쳐나가 까투리 토끼 멧돼지… 사냥감 천지라니! 친구, 참말로 재수가 불붙었네 그려 바쁜데 뿌리고 돌보지 않아도 산열매 칡뿌리 산삼 녹아든 물 먹고 해와 달 별을 보며 우둥푸둥 살찐다니 여보게 친구, 꼭 부탁하네! 올여름 죽마고우 탁족회 날 잡히면 연락 주시게, 인제는 나도 안 빠지려네 벼르던 모교에 들러고 어우렁더우렁 한 사나흘 고향의 명소도 쭉 둘러보며 나물 캐고 사냥도 넉넉히 하세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장만한 안주에 친구네 잘 익은 가양주 권커니 잣거니 정리 듬뿍 쌓아보세.

오늘의 시 2024.04.21

골목길

골목길 / 월정 강 대 실 골목길을 좋아한다풀잎 향 그윽한 들판 오솔길이나갯냄새 물씬 풍기는 바닷길도 좋지만인정이 뭉뚝뭉뚝 묻어나는 골목길이 더 좋다 먼동 트면 서로 먼저 내 집 앞 깔끔히 쓸어새날을 기도의 마음으로 열어서 좋고살살이 어느 틈에 종종걸음 쳐 나와깔깔깔 그림자 쫓는 반가운 인사가 좋다 울담 위로 슬그머니 고개 내민 장미쏟아붓는 새빨간 미소를 만나 좋고삐그시 열린 자그마한 쪽문 사이로주인댁 소박한 일상 들여다보여 좋다성근 울 틈으로 성깔지게 흘러나오는갓난애 보채는 소리 절창처럼 좋고개구쟁이들 모아들어 가댁질치다 쏟아내는해맑은 웃음과 우정이 답쌓여서 좋다  바람길 그늘터 평상에 모여 앉은 이웃사촌도란도란 나누는 구수한 이야기꽃 좋고손님을 맞고 보낼 때에는 대문 앞에 나와주고받는 살가운 정이 정..

오늘의 시 2024.04.19

꽃잎 지것다

꽃잎 지것다/ 월정 강대실 엊그제 봄비에 벙긋벙긋 꽃숭어리 비바람 치면 어떡하나 꽃잎 아깝게 지것다 바람길 심등 켜고 기다렸다고 꽃그늘 꽃자리에 앉아 눈도 맞추고 한 마리 꽃나비가 되고 싶은데 간힘을 주어 예쁘게 피운 꽃 오늘밤은 바람비 내리친단 예본데 꽃잎 하염없이 지것다 마음의 탕개를 조인 봄의 역사가 일순의 비바람에 오고 간다고 생의 여정도 같다 일러 주려는 듯.

오늘의 시 2024.04.09

봄 오는 길목

봄 오는 길목/ 월정 강대실 돌아서지 못한 계절 움츠려 있다 배시시 웃는 햇 살에 녹아 버린 언덕바지 아래 지난 가을의 흔적 옹기종기 둘러앉아 옛이야기 수군대면 대지가 몸 풀어 봄 애기 뾰조록이 머리 내밀고 강에 진치고 있는 동장군 남녘에서 올려 보낸 화신에 전열 풀 고 화평을 화답하는 노래 부르면 마른 풀덤불 속 몸 사리고 있던 갯버들강아지 시름 잊은 듯 창 열고 해동갑하여 연초록 물 품어 올려 단장한다. (1-57.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오늘의 시 2024.04.01

부끄러운 날2 -몸살 앓는 산하

부끄러운 날2 /월정 강대실 -몸살 앓는 산하 씨알로 떨어진 땅에서 한 발짝도 꼼짝 않고 눌러산다고 허리 굽은 노송 말을 붙인다 언제인가 생겨난 뒤로 한 번도 바람에 장단 맞춰 춤춘 적 없다고 곰바위가 말 보탠다 어디서 뺨을 얻어맞았는지 눈에 모를 세우고 떼거리로 몰려 와 걸신같이 먹고 마시며 게걸게걸 떠들다 도토리만 한 묘수라도 났는지 결코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입찬소리하다 그만 술에 떨어져 즐빗이 퍼질러 자더니 ​ 갈 때는, 난장판을 쳐 놓고는 나 몰라라 달랑 빈 배낭 하나 걸쳐 매고 빚쟁이 야반도주하듯 날라 버린다고 줏대도 제 곬도 없는 코푸렁이들 백 번이라도 뺨을 맞아도 싸다고 열이 받친 바람 다발총처럼 말을 갈겨댄다. 2024. 3. 22.

오늘의 시 2024.03.28

탐매-화엄매

탐매-화엄매/월정 강대실 산동골 산수유꽃 흐드러진 소문에 꽃 같은 내 님이랑 꽃구경 가렸더니 들리네 구례 화엄사 화엄매 찾는 음성. 각황전 긴 삼동을 염불로 지새우며 길상암※ 들매를 사무치게 기리더니 올봄엔 천연기념물※ 입적했네 홍매도. 서둘러 벌거니 꽃단장한 아리따움 그윽한 향 백매랑 화음을 이뤄 내니 사바의 구름 중생들 경탄해 마지않네. ※길상암: 화엄사 대웅전 뒷길로 호젓이 가면 구층암을 지나서 있음. 수령 450년의 화엄매 (들매화. 백매. 천연기념물 485호)가 있음. ※천연기념물: 들매에 이어 홍매도 올봄 천연기념물 화엄매로 추가 지정 됨.

오늘의 시 2024.03.24

봄날 엽서

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 훔친 하늘에 금살 넘실댑니다 구례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흐르는 섬진강 탓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에 외로 나동그라진 차디찬 돌멩이여서가 아니고 사무치는 그리움 못 참아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긴긴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하 많은 바람의 싹 파릇이 못 틔워 내고 떨쳐 버리지도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스러지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이 아니고 거기 그냥 서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은 정말로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너무도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붉게 타는 저 노을의 아름다움 감히 그대는 까맣게 몰라서 입니다. (2-3..

오늘의 시 202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