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6

월리아짐

월리 아짐/ 월정 강대실 뒷등 자욱한 봄 안개 속에 대들보가 무너지자 설움도 한갓 호강이라는 듯 줄남생이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 안산 밑 자갈 배미 다랑논 묏등골 큰 밭 호락질로 휘어잡더니 청룡도 든 두억시니 같은 눌어붙은 日月의 더께 떨쳐낼 수 없던가요 흙과 함께 굽은 등 삭은 나무토막처럼 드러누워 저승사자만 눈이 멀었다 나무라신다.

오늘의 시 2024.05.02

폭우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나를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잃은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3-21.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2

사모곡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모곡思母曲2/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하는 명의 찾았지만 용한 의사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다 썼으나 약발 못 받아  끝내 예순일곱에 귀한 명줄 내려놓으신 어머니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시더니 꼭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만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 진땀이냐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시고는 스르르 눈 감고 된 숨 몰아쉬더니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

오늘의 시 2024.05.02

내 안의 아버지

내 안의 아버지/ 월정 강대실 천생의 농사꾼 우리 아버지십 남매 중 다섯째로 날 낳으셨다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문밖에서는 길라잡이 등불로회중 가운데로 늘 불러 세워지며몰아치는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황망히 내게로 오셨다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노상 자식이 전부라서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

오늘의 시 2024.05.02

울 엄니

울 엄니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보고파서 못 잊어서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보고 싶도 않은 거여이제는 아주아주까막 잊고 계신 거여아냐!,  아냐!날 보고픈 울 엄니 맘무덤가 쑥잎 되어 저렇듯 돋는 거여쥐어뜯고 뽑아내도더욱더욱 싱거럽게정리가 솟는 거여.

오늘의 시 2024.05.02

대숲에 들면

대숲에 들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를 곧추세워야 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얼마나 심전을 갈고 부쳐야 비바람 눈서리 만나 더욱 푸르른, 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얼마나 심성이 곱고 발라야쉼 없이 구름 쓸어 하늘 드러내는, 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해 저문 고희 강 대숲에 들면한생,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  부끄러운 내 모습 보인다.

오늘의 시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