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6

나를 만나다

나를 만나다 /월정 강대실  이제 가차 없이세월의 누더기 벗어던지고 싶다. 뒤죽박죽된 서실 정리하다가 느지막이 아침 때운다.차 한 잔 챙겨 들고 우두망찰하다 지나온 길 본다. 예제없이 널린 삶의 편린들인연의 얼레를 감고 푼 하많은 사람들……돌연 탈박 둘러쓴 나를 만난다. 꾸물대다 세월이 벼린 바람 맞고 에움길 돌다간당간당 회한의 강 건너는 얼뜨기, 정수리에 성근 땀내 밴 머리칼점점 눈멀고 귀먹더니이제, 삐뚤어진 주둥이 헛나발 불며 거들먹거리는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5

동네 경사가 났다

동네 경사가 났다/ 월정 강대실넷째야, 동네 경사가 났다 아래 고샅 상 큰댁 네 순기 형순하디순하고 일 잘 하는 씨어미산고를 앞산이 다 쩌렁쩌렁 따라 울더니순산했는갑다 아까참에 네 배 째다, 잠잠해졌다 인제는  야야!, 낼 아침에는 식전에 갈초랑 큰 소쿠리에다 속겨 꼭꼭 눌러 담아   살째기 한행부 짊어다 주어라 먹고 새끼 젖 잘 물리고 얼른 힘 타 농골 수렁배미 애갈이해야 쓴다 해토하면그러고, 단단히 일러두어라 이참에는 송아치 암수 간에 젖 떨어지면 기스락 밑에라도 꼭 판도치 숙부네 집에소고삐 매어 줄 생각 하라고 소 뜯기던 언덕 너머 금살 소 울음소리 망각의 강 질러오는 아버지 말씀.

오늘의 시 2024.05.05

아픈 회상

아픈 회상回想/ 월정 강대실                  밤중에 돌담이 와르르 무너지더니서녘 노을빛 곱게 물들었던 장동 할매어지럽다며 아랫목에 돌아눕더만산들바람이 자듯이 가셨답니다가뭄에 도랑물이 자작자작 마르더니  집 떠나 고생을 사서 하였던 아래뜸 형이슬길에 실족하여 된숨 내쉬더만땡감이 떨어지듯이 가셨답니다왕대밭에 흰 대꽃이 피고 죽어 가더니축산에 원대한 꿈을 걸었던 안고샅 양반자꾸만 빈 우사 망연히 바라보더만하늘이 내려앉듯이 가셨답니다샘터길 감나무가 우지직 부러지더니평생 밭고랑에 엎디어 살았던 기동 엄니온 삭신이 쑥쑥 아려서 고생하더만집스랑 끝 낮달 이울듯이 가셨답니다.

오늘의 시 2024.05.05

큰누님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모신 족보 배견하다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갇혀서도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큰누님 내 마음 틀어쥔다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어디메 꽃밭에 백화 만발해 옹그리고 있는지가슴에 묻고 가신 부모님 전에‘어머님 아버님!, 불효자 양순이옵니다’진작에 찾아 납작 엎드려 용서 빌고왕부모님이랑 서둘러 떠난 두 형들일곱 식구 오붓이 사시나 몰라 지금..

오늘의 시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