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회상回想/ 월정 강대실
밤중에 돌담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서녘 노을빛 곱게 물든 장동 할매
어지럽다며 아랫목에 돌아눕더만
산들바람 자듯이 가셨답니다
가뭄에 앞도랑이 자작자작 마르더니
집 떠나 고생을 사서 한 아래뜸 형
이슬길에 실족하여 된숨 내쉬더만
땡감이 떨어지듯이 가셨답니다
왕대밭에 대꽃 피고 시나브로 죽더니
축산에 원대한 꿈을 건 안고샅 양반
자꾸만 빈 우사 망연히 바라보더만
하늘이 내려앉듯이 가셨답니다
샘터길 감나무가 우지직 부러지더니
평생 밭고랑에 엎디어 산 기동 엄니
온 삭신이 쑥쑥 아려서 고생하더만
집스랑 끝 낮달 이울듯이 가셨답니다.
초2-885
2024.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