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26

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1. 오늘의 시 2024.12.30

제야의 세목

제야의 세목洗沐/ 월정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나태의 각질 벗기고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

1. 오늘의 시 2024.12.30

새 눈뜨기, 새 눈뜨기2,새 눈뜨기3,

새 눈뜨기/ 월정 강대실                                                                             산에 갔다  몇몇이서 추월산에 올랐다산문에 들어서자 한 잎 풀잎홍송 청청한 그늘 아래서는구정물 노나먹은 잡물건넛봉 바위 바라보면산머리 뜬구름만 같은 나의 生수달 한 마리 산주인이 듯 반색하며 산이 내준 길이라고 가르쳐 준 낭길떡갈나무 밑에서 숨 돌려가며엉금엉금 걷다 기다 하였다온 몸 후줄근히 땀에 젖어 거뜬히 산정에 발 붙였다반석에 오두마니 앉아 사념 사르고사방으로 눈길 돌리자바늘귀만큼 새 눈 뜨이는 나산정에서 알았다세상은 땀 흘린 만큼 열리고그 사람 차지가 된다는 것을.  새 눈뜨기2 / 월정 강대실-부분일식을 보며                ..

1. 오늘의 시 2024.12.30

눈 내리는 밤이다

눈 내리는 밤이다/ 월정 강대실    나이가 드니 더 친구가 보고 싶다 일찍이, 타작마당 콩 튀어 나가듯  먼 바다로 헤엄쳐 가더니 전화 한 번 없는  길에서라도 만나 보릿국에 대폿잔 기울이며 죽마 타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따금씩 놀러 온 하리 맹순이 누님 형들이랑 둘러앉아 벌인 손목맞기 민화투 어쩌다, 뒷손이 잘 맞아 장원하게 되면  움켜쥐운 팔 후려치는 내 길고 매운 손가락  그 오동포동한 손목 만지고 싶은 큰댁 사랑방에 마실가셨던 아버지 밤이 이슥하면 발짐작이 어둠 헤쳐 와 에헴!, 큰기침 소리로 사립 열고 오신  가마솥 쇠죽 푸는 고무래 소리, 이라! 자라!  외양간 깃 주는 소리 듣고 싶은 딸 셋에 청상이 된 외할머니 큰딸 가마 뒤쫓아 와 핏덩이 열 받아 내고 우리 형제들 따라다니며 공부 뒷바..

1. 오늘의 시 2024.12.28

민들레꽃4

민들레꽃4/ 월정 강대실  발길 드문 데 찾아서 제 발 스스로 묶고 갖은 고난과 역경 일상으로 여기며감사와 염불로 사는 앉은뱅이꽃. 새해 첫머리 꽃샘바람 고집스레 불어쳐도  천지 만물의 넘치는 새 소망 발원하며봄의 길목에 샛노란 꽃등 보시하는 남의 꽃자리 넘어다보는 일 없이  날개는 접어 땅바닥에 납작 몸 낮추고 땅속 깊숙이 생명줄 다져 사는 민초 땅기운 공덕으로 받아 연신 피어낸 별꽃꽃대 높이 받쳐 올려 기도하다이유 없는 밟힘도 업고로 믿고 합장하는 어느 결 여물인 호호백발 두상 위 씨알바람의 날개 기다려 홀홀 떨쳐 보내고일체 만물이 다 공덕임을 실천하는.   한생이 깨달음의 향기 농농한 법문보면 볼수록 영락없는 보살올봄도 광명 바라 묵언 수행 중이다.초2-830/2023. 3. 29. (민들레꽃 )

1. 오늘의 시 2024.12.27

설산

설산雪山/ 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초2-809

1. 오늘의 시 2024.12.26

이웃사촌

이웃사촌/ 월정 강대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먼빛에 누가 그림자만 얼씬해도사나운 개를 본 듯 힐긋힐긋 눈총 따가워다붓한 뒷산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오늘도, 얼굴도 몸매도 제각각인 나무들손잡고 기도로 사는 산마을에 든다내 또래 머리가 성근 갈참나무 하나간밤 뜬눈에 연달은 외풍 막아서다힘이 부치고 어질해 깜빡 발을 삐었단다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웃들 식겁해아니다고, 한 번 몸 누이면 기신 힘들다고머리를 고이고 어깨 붙들고 등을 내주고...친살붙이같이 지극정성 일상을 걸었다옳아, 산마을에서나 사람 사는 동네나선뜻 내 낮은 손 내밀어 손 맞잡으면세상은 모두 다 어깨를 겯는 이웃사촌말없는 나무마을,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초2-793/2020. 9. 7.</iframe

1. 오늘의 시 2024.12.26

불운과 기회

불운과 기회/월정 강대실  이십 년 남짓 오래전 어느 봄날부터좁은 마당귀 한자리에 발을 섞고 사는석류와 모과나무 한쪽은 땅 넓은 줄을 모르고다른 하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다연리지 하나 맺지 못한다 삼시선으로 찬란히 꽃 피워, 해마다발아래 마당에 선혈로 낭자하다고석류나무 가지 찍어 버렸더니 타의 불운은나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기회를 잡은 듯화들짝 꿈을 키운 모과나무둘이도 다 못한 결실을 해 냈다 오랜만에 울안에 가을이 그득하고뜨락에 기쁨이 넘실댄다.초2-696 /2011. 3. 22.

1. 오늘의 시 2024.12.22

땔나무하다

땔나무하다 /월정 강대실  한뎃부엌에 땔 나무 한 짐 해왔다하늘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한 눈,연신 시린 손 비비며 낯선 바람 따라가다길을 잃고 연신 울 넘어 든 나뭇잎해종일 새물대는 허허로운 마당 창 너머 빤히 내다보이는담장 밑 마당귀에 차곡차곡 쌓고헌 장판때기로 위를 덮는다가히 노적가리다 내도야 이제는 부자,나무가 묵으면 쌀도 묵는다지!자꾸만 내다본다 절로 배가 부르다.초2-708/2011. 12. 5.

1. 오늘의 시 2024.12.18

노을빛 그리움

노을빛 그리움/월정 강대실 정자나뭇집아련한 개 짖는 소리임 오시나 보다귀 마중 나가건만사립 앞 감나무파르르 흔들리는 감잎 하나 내님 오시나 보다 눈 마중 나가건만뒤울 너머 살구나무꽃 발롱발롱 피어나던 봄날곧 돌아오마 떠나더니영영 소식 없는 임이시어!박꽃 같은 그리움은 계절로 갈마들어나란히 거닐던 강 언덕산자락에 싱그러운데하마 잊으셨나요노을 진 강물이 뉘엿뉘엿서녘으로 집니다.초2-709.

1. 오늘의 시 2024.12.18

뜨락의 대추나무

뜨락의 대추나무/ 월정 강대실   그림자 기다랗게 달고 서서 좁은 마당만 어지럽게 한다고 찍어 던져 버리자 했다만 숨죽여 엿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든 게지 두 아들 세 살 여섯 살 적 봄날  맞아들였지 온 가족이 너희 집에 들러서형 나무 동생 나무로 이름표 붙여 누가누가 잘 자라나 눈여겨보았지 애들도 너희도 잔병치레 한 번 모르고 마당귀 담장 밑 햇볕 드물게 찾는 데서 번갈아 시새워 계절을 보듬고 키재기라도 하는 듯 키만 멀대 같이 자라 낯 두껍게 길 가는 큰애기 구두 소리  앞집 마당 웃음소리 엿듣더구나 어느 결 알알이 오색 꿈 키웠더냐  팔이 휘도록 수없이 별이 찾아 들더니 보람 맛보이는구나 달콤한 아쉬운 가을에 두 아들들 보란 듯이. 초2-712

1. 오늘의 시 2024.12.18

참깨를 털다

참깨를 털다/ 월정 강대실  흙은 아무나 파먹고 사나!아직도 참새 방앗간 찾는 눈치 보기,참깨 베러 갔다가 아주 털어 왔다.  남이 장에 가니까 씨오쟁이 지고 가듯산밭 윗머리에 참깨 몇 고랑 심어 놓고낫 들고 나가는 이웃 보고는 들로 나선다 웬걸, 주니가 났던지 어느새 잎 다 떨구고멀거니 들머리에 눈을 둔 녀석들여태껏 어디다 딴눈 팔고 있느냐는 듯 땅과 새와 벌레들과 나누고도흘린 땀의 몫으론 너무나 감지덕지해거두어 멍석에 널어놓고 바라보니 오달지고 천석꾼이 부러운 것이 없는데고마운 아내, 언제 사다 놓았는지된장 풋고추에 막걸리 한 병 성큼 내온다. 초2-710/2015. 10. 5.

1. 오늘의 시 2024.12.18

흰죽

흰죽/월정 강대실       하이얀 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가슴 저며 오는 흑백의 기억 한 조각. 앞산에 진달래 꽃망울 발롱대더니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동네에 쫙 소문이 퍼진 기동댁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대롱 양반울 너머 나직한 목소리로 보낸 손사래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간 넷째 아들 곧장 가서 미음 끓여 드리도록 해라며지게에 짊어 준 바싹 마른 장작 몇 개비에손에 꼭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푹 끓인 흰죽 먹고는거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봄내 여름내여기저기 그 많은 밭 휘젓고 다닌 기동댁. 흔들리는 권좌를 비상계엄으로 막는 대통령자국만을 위해 엄포를 쏘아대는 당선자민심을 앞세워 당리당략 좇는 금배지기업을 사유화 하는 회장께 간곡히 바라옵기는 진작에 기동댁이..

1. 오늘의 시 2024.12.14

동네 밥잔치

동네 밥잔치/ 월정 강대실  기세가 시퍼런 설한에 두 발 꽁꽁 묶이어아랫목 요 밑에 발 뻗고 앉아건성건성 책장 넘기며 詩 만나다가 사립 앞 눈이라도 치우고밥값 하자는 생각에 온몸 싸매고 나가니풍겨 오는 콩나물밥 익는 냄새 코를 앞세우고 졸래졸래 따라 들자회당 가득 희색이 만면한 일촌 식구들어서 오라며 보내는 소의 눈빛 어울려 그림책도 보고 운동도 하자고동네 밥잔치 벌인다고부지런한 사람만이 찾아 먹을 수 있다고 겸연쩍은 마음, 틈새에 끼여 앉아양념장에 고봉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초2-737/2014. 12.22.

1. 오늘의 시 2024.12.09

뜨락의 대추나무

뜨락의 대추나무/ 월정 강대실  그림자 기다랗게 밟고 서서 좁은 마당만 어지럽게 한다고 찍어 던져 버리자 했다만 숨죽여 엿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든 게지 두 애들 세 살 여섯 살 적 봄날  맞아들였지 온 가족이 너희 동네로 가서형 나무 동생 나무로 이름표 붙여 누가누가 잘 자라나 보자며 애들처럼 네들도 잔병치레 한 번 모르고 좁은 뜨락  담장 밑 햇살 드문 데서 번갈아 시새워 계절을 보듬더니 키재기라도 하는 듯 키만 멀대 같이 커 낯 두껍게 담 넘어 크내기 구두 소리  앞집 마당 웃음소리 엿듣더니 어느 결 알알이 오색빛 꿈 키웠더냐  팔이 휘도록 수없이 별을 달더니 보람 맛보는구나 달콤한 삭막한 가을에 두 머이매들 보란 듯이.  초2-712.

1. 오늘의 시 2024.12.07

새벽2

새벽 2/ 월정 강대실자명종,고 3년생을 둔 아내를 깨우고정성을 씻는 씽크대 물소리잠이 서운한 눈을 연다5분 전을 경고하는서너 번의 파열음에도잠꼬대 속메아리로 오는 '잠깐만'이 흐르고서야녀석의 짠한 거동이 시작되면적막 자락 헤치며앞산 둔덕 터벅이는 내게솔가지에 걸려 졸던 새벽달거연히 그림자로 따라나서자놀란 멧새 한 마리깃 털어 애먼 길을 나선다.제1시집1-97

1. 오늘의 시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