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227

어머니1.2.3/ 울 엄니1.2/ 사모곡1.2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되뇌어도 오오-냐, 오냐!금시라도 반가이 오실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지새웁니다. 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북풍한설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꽃 소식얼비치는데 심연深淵끌어안고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

1. 오늘의 시 2024.11.30

어머니1.2.3/울엄니1.2/사모곡1.2

어머니1/ 월정 강대실저승 하늘 하도 멀어들리지 않음이요어머니, 보고 싶소!되뇌어도오오-냐, 오냐!금시라도 반가이 오실어머니 모습이 밤에도애타게 그리운 얼굴오롯이 간직한 채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무서리북풍한설한恨 길어 녹이셨지요봄바람꽃 소식얼비치는데심연深淵끌어안고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보고파 어이 살까요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울 엄니, 울 엄니는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보고파서 못 잊어서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보고 싶도 않은 거여이제는 아주아주까..

1. 오늘의 시 2024.11.30

울 엄니2

울 엄니2 / 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한 마를 헐떡이며 넘더니훈풍에다 가끔씩은 꼬순내 묻어오는데웬걸, 처마 끝 낮 달 따라 훌쩍 떠나신. 허리띠 졸라매고 하늘 누우런 봄이면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벌컥벌컥 맹물을 들이켜고 허기를 때운 발길들 당산 거리며 윗골 동구 밖 자갈밭에 나가는 북실이 엄씨 지실 댁 한골 댁 ……그림자 쫓는 꺼멍이 짖어대는 소리 들리면 고래고래 불러서 부엌에 데리고 들어가어서 먹어라며 된장국에 꾹꾹 밥 만 양푼 디밀고속살 드러내는 남루 갈아입히신 보내 놓고는 혀를 끌끌 차며 안쓰러워하신 울 엄니주머니 없는 단벌옷에 빈손으로 가셨으니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 초2-7882020. 5. 29.

1. 오늘의 시 2024.11.30

겨울바람

겨울바람/ 월정 강대실  일손 거둔 허수아비 움츠려 서 있는텅 빈 논배미 진구렁 싸다니다가 언덕배기 미루나무 높다란 가지 위덜덜 떨어대는 까치집 흔들다가 산코숭이 가시덤불 속 웅크려 앉아할딱할딱 가쁜 숨 몰아쉬다가 구동을 건널 데는 어디에 있느냐고샛강 얼음장같이 울부짖다가 얼어붙은 오금 절름절름 끌고솔폭 밑으로 얼른 꽁지를 감춘다. 초2-783

1. 오늘의 시 2024.11.29

11. 박두진 시/7. 유 방 (乳 房)(수석열전)

유 방 (乳 房)(수석열전)    누구가  저기를  올라갈까    꿈으로  쌓아올린  하늘  닿는 저 꼭지    터지면  샘물솟을  융기의  저  내밀    누구가  저기를  올라갈까    손  씻고  발  씻고  넋을  마저  씻고서도    그대  아니  가슴  열면  기웃조차  할  수  없는    정해라  펄펄  오는  꽃의  사태  그  너머    희디하얀  저  봉우리를  누구가  올라갈까[출처] 유방(박두진 선생 詩와 수석 소개) (무찰수석-수석취미동호회) | 작성자 무위

11. 박두진 시/7. 향현(香峴)

향현(香峴)박두진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 넘어, 큰 산 그 넘어 산 안 보이어,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들어섰고, 머루 다래넝쿨 바위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깔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사토끼,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산, 산, 산들! 누거 만년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 즉 하매,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확 치밀어 오를 화염을내 기다려도 좋으랴!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리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11. 박두진 시/6. 별

별박두진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길을 다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여 왔더이라백엽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엽 같이 불리우며 물소리에 흰 돌 되어 씻기 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잊고 왔더니라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이고 서 있고 풍운에 깍이어 날선 봉우리 훌훌훌 창천에 흰 구름 날리며 섰더니라쏴아 - 한종일내 - 쉬지 않고 부는 물소리 안은 바람소리 ... 구월 고운 낙엽은 날리여 푸른 담 위에흐르르르 낙화 같이 지더니라.어젯밤 잠자던 동해안 어촌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는 장엄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별드르이 보았느니.이제 나의 이 오늘밤 산장에도 얼어붙는 바람 속우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 같이난만하여라.

11. 박두진 시/5. 청산도

청산도박두진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너멋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엎드리면, 나는 가슴이울어라.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그리워라.가슴으로 그리워라.티끌 부는 세상에도,벌레 같은 세상에도,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홀로 서서 눈물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티어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

11. 박두진 시/4. 오도(午禱)

오도(午禱)박두진백(百) 천만(千萬) 만만(萬萬) 억(億)겹찬란한 빛살이 어깨에 내립니다.자꾸 더 나의 위에압도(壓倒)하여 주십시요.이리도 새도 없고,나무도 꽃도 없고,쨍 쨍, 영겁(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광야(曠野)에온 몸을 벌거벗고바위처럼 꿇어,귀, 눈, 살, 터럭,온 심혼(心魂), 전(全) 영(靈)이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너무도 당신은 가차이 오십니다.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요.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요.핏방울이 더욱도 곱게 하여 주십시요.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피 흘린 상처(傷處)마다 만져 주시고,기진한 숨을 다시불어 넣어 주시는,당신은 나의 힘.당신은 나의 주(主).당신은 나의 생명(生命)당신은 나의 모두……스스로 버리려는벌레 같은 이,나 하나 끓은 ..

11. 박두진 시/3. 해

해박두진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달빛이 싫여 달빛이 싫여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빛이 싫여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뉘가사 오면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휠훨휠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사슴 따라 사슴을 따라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워어이 위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11. 박두진 시/2. 묘지송

묘지송박두진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수가 빛나리향그런 주검의 내도 풍기리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11. 박두진 시/1. 박두진 시 모음 37편

박두진 시 모음 37편☆★☆★☆★☆★☆★☆★☆★☆★☆★☆★☆★☆★《1》가을 당신에게박두진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홀로 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2》갈대박두진갈대가 날리는 노래다.별과 별에 가 닿아라.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언어는 이슬 방울,사상은 계절풍,믿음은 업고(業苦)사랑은 피 흘림,영원 - 너에의손짓은하얀 꽃 갈대꽃..

10. 천상병 시 //6. 나의 가난은

나의 가난은-천상병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가난은 내 직업이지만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깐······나의 과거와 미래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내 무덤가 무성한 풀섭으로 때론 와서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씽씽 바람 불어라····· [출처] 천상병의 |작성자 어쩌다나

10. 천상병 시 /5.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천상병 시인-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져 왔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나와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나는 왜 자꾸만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출처] [좋은시 추천]천상병 시인의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작성자 반지다방

10. 천상병 시 /4. 새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 터에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날,그 다름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하는다는 것과의 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슬픔과 기쁨의 주일,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새여 너는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10. 천상병 시 /1. 천상병 시 모음 20편

천상병 시 모음 20편☆★☆★☆★☆★☆★☆★☆★☆★☆★☆★☆★☆★《1》귀천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 하리라☆★☆★☆★☆★☆★☆★☆★☆★☆★☆★☆★☆★《2》갈대천상병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불어오는 바람 속에서안타까움을 달래며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환한 달빛 속에서갈대와 나는눈물에 젖어 있었다.☆★☆★☆★☆★☆★☆★☆★☆★☆★☆★☆★☆★《3》갈매기천상병그대로의 그리움이갈매기로 하여금구름이 되게 하였다.기꺼운 듯푸른 바다의 이름으로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보내어이제 파도도빛나는 ..

9. 조지훈 시 /9. 역사 앞에서

역사 앞에서/ 조지훈 만신(滿身)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내 홀로 무슨 노래를 부른다언제나 찬란히 틔어 올 새로운 하늘을 위해패자(敗者)의 영광이여 내게 있으라.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허공에 못박힌 듯 서서 부른다.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릴영원한 나의 보람이여묘막(渺漠)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 가는 설움이 되라.

9. 조지훈 시 /8. 풀잎 단장(斷章)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무너진 성(城)터 아랜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나 아 우리들 태초(太初)의 생명(生命)의 아름다운 분신(分身)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히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조지훈 시선」(조지훈 지음, 오형엽 해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년) 중에서.

9. 조지훈 시 /6. 파초우(芭蕉雨)

파초우(芭蕉雨)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비ㅅ방울파초ㅅ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 간 구름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조지훈 시선」(오형엽 해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9. 조지훈 시 /5. 봉황수(鳳凰愁)

봉황수(鳳凰愁)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들기도 둥주리를 마구 첬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르량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9. 조지훈 시 //4. 승무(僧舞)

승무(僧舞)조지훈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9. 조지훈 시 /3. 산상(山上)의 노래

산상(山上)의 노래조지훈높으디 높은 산마루낡은 고목에 못박힌 듯 기대여내 홀로 긴 밤을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아아 이 아침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이제 눈감아도 오히려꽃다운 하늘이거니내 영혼의 촛불로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환히 트이는 이마 우떠오르는 햇살은시월 상달의 꿈과 같고나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오래 잊었던 피리의가락을 더듬노니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사슴과 토끼는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내 홀로 서서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9. 조지훈 시 /1. 조지훈 시 모음 25편

조지훈 시 모음 25편☆★☆★☆★☆★☆★☆★☆★☆★☆★☆★☆★☆★가야금(伽倻琴)조지훈1. 휘영청 달 밝은 제 창 열고 홀로 앉다품에 가득 국화 향기 외로움이 병이어라푸른 담배 연기 하늘에 바람 차고붉은 술그림자 두 뺨이 더워온다천지가 괴괴한데 찾아올 이 하나 없다宇宙가 茫茫해도 옛 생각은 새로워라달 아래 쓰러지니 깊은 밤은 바다런 듯蒼茫한 물결 소리 草屋이 떠나간다2. 조각배 노 젓듯이 가얏고를 앞에 놓고열두 줄 고른 다음 벽에 기대 말이 없다눈 스르르 감고 나니 흥이 먼저 앞서노라춤추는 열 손가락 제대로 맡길랏다구름끝 드높은 길 외기러기 울고 가네銀河 맑은 물에 뭇별이 잠기다니내 무슨 恨이 있어 興亡도 꿈속으로잊은 듯 되살아서 임 이름 부르는고3. 風流 가얏고에 이는 꿈이 가이 없다열두 줄 다 끊어도 ..

8. 문병란 시/9. 꽃씨

[출처] 문병란 시 모음 // 9월의 시 등 33편|작성자 염생이 꽃씨​문병란​가을날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빛나는 여름의 오후,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기인 기다림의 창변에화려한 어젯 날의 대화를 묻는다.

8. 문병란 시/8. 9월의 시

9월의 시 문병란​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8. 문병란 시/8. 희망가

희망가문병란얼음장 밑에서도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매화는 꽃망울을 튼다절망 속에서도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사막의 고통 속에서도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보리는 뿌리를 뻗고마늘은 빙점에서도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절망은 희망의 어머니고통은 행복의 스승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인생 항로파도는 높고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한 고비 지나면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