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귀동 어르신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30. 06:24

(사진 : 인터넷 이미지)

 
귀동 어르신/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한 마름 고개티 헐떡이며 넘어서더니

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 묻어오는데

처마 끝 시무룩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

 

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

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

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뒷들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밭 갈다 새우등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

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 맨발로 따라 나가

 

고래고래 불러 세워 부뚜막 앞 들앉혀 놓고

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

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

속살 드러내는 남루 입던 옷 찾아 입히시던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한동안 말을 잃은 어르신

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떠났으니

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

초2-788/202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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