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어머니1.2.3/울엄니/사모곡1.2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30. 06:31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 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 되뇌어도 오오-냐, 오냐! 금시라도 반가이 오실 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 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 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 북풍한설 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 꽃 소식 얼비치는데 심연深淵 끌어안고 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 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 보고파서 못 잊어서 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 보고 싶도 않은 거여 이제는 아주아주 까막 잊고 계신 거여 아냐!, 아냐! 날 보고픈 울 엄니 맘 무덤가 쑥잎 되어 저렇듯 돋는 거여 쥐어뜯고 뽑아내도 더욱더욱 싱거럽게 정리가 솟는 거여.



 
    사모곡思母曲2 /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하는 명의 찾았지만 용한 의사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다 썼으나 약발 못 받아 끝내 예순일곱에 귀한 명줄 내려놓으신 어머니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시더니 꼭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만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 진땀이냐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시고는 스르르 눈 감고 된 숨 몰아쉬더니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꿈길에, 한 자식이라도 찾아들까 하고 선잠 깨어서 밤새껏 눈이 시디시게 서낭당 고개 내다보시는 모습 너무 선연해 희밋한 먼동 속 입은 채로 한달음에 찾았습니다 어이해, 여기저기에 마련하셨던 좋은 땅 두고 칙칙한 가난뿐인 농군의 아내로 낮에는 호미 자루 밤엔 하염없는 졸음에 허벅살 쥐어뜯으며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대삿갓 절어서 얼기설기 마련하신 넘밭등 비알밭 한 귀퉁이 지키고 계시나요 삼태기만 한 봉분 뽑아도 뽑아도 청청한 쑥잎은 어머니 영생불멸 고결한 숨결이요 금시라도 화들짝 꽃망울 터뜨릴 지경의 영산홍 세파에 찌든 자식들 마음 포근히 녹여주시던 어머니 훈훈한 사랑의 미소입니다 살아생전 따스운 진짓상 한 번 못 올리고 날만 좀 궂을 성싶으면 영검하게도 미리 알고 쏙쏙 쑤시는 두 다리 쭈욱 펴고 쉴 편안한 자리 챙겨 못 드린 막심한 불효 분하고 원통한 세월 되어 눈물로 흐릅니다 꽃마음에 세상이 온통 예쁜 꽃이고 하늘마음이라야 생에 하늘냄새 풍긴다 하셨던 생전의 말씀, 금이요 옥입니다 언제까지라도 내내 편안히 쉬시옵소서. (4-90.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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