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131

태왕봉 일기3-둘레길을 쓸다

태왕봉 일기3/강대실-둘레길을 쓸다 오늘도 그 누군가 둘레길을 쓸었다길 닦아 놓으니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고차마 발 들여놓기 부끄럽지만기분은 아침 강물에 세수한 듯 산뜻하다 불현듯 내 몫을 쓸고 싶은 생각 꿀떡 같다길가양 늘비한 마른 대나무가지 주워서머리가 까맸을 적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케케묵은 솜씨 대빗자루 맨다 숲속 칡넝쿨을 찾자니 알발로는 가당찮아눈에 불을 켜고 둘레길 더듬어필요 없이 매여 있는 끈을 주어다 묶는다손에 결은 솜씨 아직껏 쓸 만하다 유년 적 깨워서 마당과 고샅을 쓸라 하시고둘러보고는 정신이 개운하다며 흡족해하시던어머니 환한 얼굴 떠올리며 잡것 널브러진 내 마음도 함께 소제한다 서서히 해도 몇 발 못 가서 숨이 찬 미랭시남은 구간은 내일 모레를 예정하고혹은, 다른 사람의 이어 쓸기를 ..

1. 오늘의 시 09:11:42

서호, 풍암호 시화전

1. 주최: 광주문협 광주광역시 서구청 2. 일시: 제9회 서호시화전 2025.3. 28 .~ 4.10. 2025. 풍암호수 시화전 2025.5.16~5.29 3. 원고 청솔밭에서 묵언 입에 가득 사리물고어둑한 산코숭이 오솔길 따라 새날을 연다 단잠 깬 산새 한 마리고요의 장막 깨고, 푸드득!여명을 부르는 힘찬 나래짓 풋풋한 대기 그윽한 솔향허명에 부푼 내 속 파고들어티 없는 겸손을 알리고 청솔 창창한 산자락 질러와눈과 귀 씻어 주는은은한 예배당 종소리. 약력 월간 《韓國詩》 등단(1996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세상 눈뜨기」 수록무등문학회 회원시집 『바람의 미아들』 외 3권

광주문학

1. 광주문학 2025 봄 통권114호 2. 발행일 2025. 3. 10.3. 발행인: 이근모 4.발표시: 귀동 어르신 미움 5. 원고: 태왕봉※ 일기 태왕봉※ 일기 젊은 시절 첫 출근의 추억 소환하며면접도 이력서도 출근부도 다 소용없다고이제나저제나 발걸음 소리 애타게 기다리는태왕봉 새 터전으로 나선다번질번질 다림질 된 양복과 흰 와이셔츠아침마다 갈아매던 넥타이도 팽개치고겉에 자유로움 살짝 걸치고 간다뒷주머니에 작은 물병 잘 챙겨 넣고시집 메모지와 볼펜 손에 쥐고가재 뒷걸음 그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문은 사방으로 나고 산마을 벗들 말이 없어도초등학교 동창같이 격의 없다다만..

현대문예

1. 현대문예 2025 일이월호 136호 2. 발행일 2025. 2. 25.3. 발행인: 황하택 4.발표시: 귀동 어르신 미움 5. 원고 귀동 어르신 후유! 후유! 한 마름 고개티 헐떡이며 넘어서더니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 묻어오는데처마 끝 시무룩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뒷들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밭 갈다 새우등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 맨발로 따라 나가 고래고래 불러 세워 부뚜막 앞 들앉혀 놓고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속살 드러내는 남루 입던 옷 찾아 입히시던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한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