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왕봉 일기3/강대실-둘레길을 쓸다 오늘도 그 누군가 둘레길을 쓸었다길 닦아 놓으니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고차마 발 들여놓기 부끄럽지만기분은 아침 강물에 세수한 듯 산뜻하다 불현듯 내 몫을 쓸고 싶은 생각 꿀떡 같다길가양 늘비한 마른 대나무가지 주워서머리가 까맸을 적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케케묵은 솜씨 대빗자루 맨다 숲속 칡넝쿨을 찾자니 알발로는 가당찮아눈에 불을 켜고 둘레길 더듬어필요 없이 매여 있는 끈을 주어다 묶는다손에 결은 솜씨 아직껏 쓸 만하다 유년 적 깨워서 마당과 고샅을 쓸라 하시고둘러보고는 정신이 개운하다며 흡족해하시던어머니 환한 얼굴 떠올리며 잡것 널브러진 내 마음도 함께 소제한다 서서히 해도 몇 발 못 가서 숨이 찬 미랭시남은 구간은 내일 모레를 예정하고혹은, 다른 사람의 이어 쓸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