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991

사모곡

사모곡思母曲 / 월정 강대실 아들 딸 맘대로 둘 수 있냐고둘러앉은 손자들 어르며꽃터 하나씩 팔아보라고훤히 웃으시더니 사는 것 맘대로 할 수 있냐고허줄히 지나는 이 손짓하여옷가지 요깃거리 챙겨 주시며흔흔해 하시더니 죽는 것 맘대로 안 된다고사자 귀신 원망하며용한 의원 예제 찾아 헤매다삼베옷 한 벌로 떠나신 당신 어머니, 이젠 편안하신가요하늘 세상 좋고 좋은지한 아름 미소로꿈길 들러 가시고.

1. 오늘의 시 2025.05.09

꽃애기에게

꽃애기에게/강대실 별처럼 총총한 까까머리 시절의 추억바람 따라 진외가 찾아 나섰다고샅고샅 이 집 저 집 돌아보다감나무 그늘 아래서 소꿉놀이하던 너깜짝 눈길이 마주쳤다볼수록 어찌나 참하고 어여쁜지해는 서둘러 서녘으로 드는데돌아갈 시간까지 깜빡했다 삼촌댁, 먼 갈 길이 얼마나 걱정스러웠는지순히 일러서 꼭 안겨 주었다 품에 너를꽃애기야!네가 씹어 넘긴 속울음이더냐녹두장군 발자취 따라 갈재령 막 올라서자어스름 하늘 질금 눈물 흘리더니오늘은 복에 젖어 방실대는 널 보고는속에 낀 죄스러움 마저 씻어낸다우리 내외 지극한 호강 받으며뜨락 가득히 손을 두어서 대를 잇고세 식구 서로 좋은 반려자가 되자.(초2-918/ 2025. 3. 10.)

1. 오늘의 시 2025.05.04

가난한 마음 노래

가난한 마음 노래/강대실 오소서 동산 위 열려 오는 여명처럼풍기는 그윽한 향기 한입 가득 머금고기다림의 노을이 걸린 나의 남창에로 길게 굽이쳐 흐르는 강물 따라바람도 돌아가는 산모롱이 지나 고개 넘어약속의 시간 이듯 사알짜기 오소서 그대 샘물 같은 눈망울 마주하는 날이면어디선지 나도 몰래 숨어든 허욕도긴긴 일월 못 버려 뿌리 깊은 미움도 그만 꽃밭을 가꾸리다 어머니의 가슴으로천리향보다 방향 은은한 겸양의 꽃하루하루를 마지막 받은 선물로 여기며 끝내는 달뜬 마음 내 나이 겨울을 향해개어귀 바위틈에 꽁꽁 매인 배를 풀어유유히 꽃노을 강 노 저어 가리.(초2-919. 2025. 3. 11.)

1. 오늘의 시 2025.04.22

귀동 어르신과 꺼멍이

귀동 어르신과 꺼멍이/강대실 향리 매방아 안 고샅 귀동 어르신세끼 밥 잡수고도 늘 배가 고팠다남몰래 이웃들 배고픔 그러안고 사셨다 사립 앞 맥없는 발소리에 꺼멍이 짖으면냉큼 뒤쫓아 정지깐 데리고 들어가된장국물에 꾹꾹 밥 말아 요기 시켰다 곁에서 먹이를 맛볼 수도 있는 꺼멍이보내고 붙들어야 할 얼굴 알아채고안으로 대고 컹컹 출입을 알렸다 어르신 말이 없이도 늘 한마음이라고평생 강아지 들일 때는 검은 옷 고르고꺼멍이 한 이름을 지어 불렀다.(초2-921/2025. 4. 8.)

1. 오늘의 시 2025.04.10

시인과 시

시인과 시/ 강대실 강산이 몇 번을 변하는 동안시와 그 변방에서 먹물이 든,하지만 시를 계속 써야 진정한 시인이라고 비운 것 내려놓은 것 없는 몸에서수도 없이 덖고 비비고 말려시 한 편 뽑아내고 나면 조막만 한 이내 몸은대양을 돌아 모천으로 회귀하여산란을 마친 연어같이녹초를 부른다. 허나 마루판에 박힌 옹이처럼세월에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시 같은 시 꼭 하나 쓰고 싶은 힘으로 벌떡 나를 일으켜 세운다.(초2-920. 2025. 4. 7.)

1. 오늘의 시 2025.04.07

탐매

탐매/월정 강대실-화엄매  산동골 산수유꽃 샛노란 소식 주면꽃 마음 내 님이랑 꽃구경 가렸더니들리네 구례 화엄사 화엄매 꽃향내. 각황전 삼동설한 염불로 지새우며길상암※ 들매화 사무치게 기렸더냐장하다 천연기념물※ 입적했네 홍매도. 서둘러 버얼거니 아리따운 꽃단장에그윽한 향 백매랑 화엄을 이뤄 내니사바의 구름 중생들 경탄성이 더 높네.  ※길상암: 화엄사 대웅전 뒷길로 호젓이 가면      구층암을 지나서 있음. 수령 450년의 화엄매      (들매화. 백매. 천연기념물 485호)가 있음.※천연기념물: 들매에 이어 홍매도 2024년 봄      천연기념물 화엄매로 추가 지정 됨.(초2-881)

1. 오늘의 시 2025.03.23

태왕봉 일기2

태왕봉 일기2 /월정 강대실-나무 따라가다   신새벽 무탈을 기도하며 태왕봉 찾는다다듬다듬 산문에  닿자 어여 따르라며허리 꼿꼿이 세운 왕대나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음 재촉한다 두 다리가 탄탄한 젊은 소나무일월의 상흔 덕지덕지한 노송 부축하며앞뒤로 애기나무 몇몇 달고불그레한 얼굴 산턱 함께 넘잔다첫눈에 세수 지긋한 굴참나무 어느 결 봉마루에 나볏이 올라앉아 쓰러져 곰삭은 진대나무 망연히 바라보다어서 오라 얼른 옆을 내준다  나뭇개비 같은 나 찬찬히 쳐다보더니지금까지 탈 없이 항해 해 다행이다며 건너 쪽 산발 노거수 가지 아래고적한 요양원 가리킨다. (초2-908/2025. 3. 2.) ※태왕봉: 필자의 거처 인근의 자그마한 뒷산.둘레길 정자 등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찾음.

1. 오늘의 시 2025.03.13

태왕봉 일기

태왕봉※ 일기/ 월정 강대실                                                                                  젊은 시절 첫 출근의 추억 소환하며면접도 이력서도 출근부도 다 없앴다고이제나저제나 발소리 눈이 까매지게 기다리는태왕봉 새 터전으로 나선다번질번질 다림질 된 양복과 흰 와이셔츠아침마다 갈아매던 넥타이도 버리고겉에 자유로움 살짝 걸치고가재 뒷걸음 떠올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문은 사방에 나고 산마을 벗들 말이 없어도초등학교 동창같이 임의롭다한 가지 명심할 건 놀빛보다 더 붉게종심의 아름다운 생 꽃피우라 한다서슴서슴 산그늘 드는 정자의 쥔장 되어길 잃은 복록에 지친 가슴들이랑 시도 애음하며우화등선, 하늘에 오른 양 살라 이른다.초2-823 ..

1. 오늘의 시 2025.03.13

오월을 맞으며

오월을 맞으며 /월정 강대실                         키재기로 솟아오르는 회색 숲 틈새 시간이 멈춰 서 도시 숨구멍으로 남은 한 점 손바닥만한 공간 칠팔월 넘보는 오월 초하루 햇살 질펀히 내려앉고 서러운 풀잎 흐드러지는 계절 숨이 턱에 닿도록 어깨를 짓누른 붙박이 일 내려놓고 푸르름 마신다. (1-59.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11

못/ 월정 강대실 탕! 탕! 못 박았다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다 깨소금처럼 고소했다마음의 탕개가 풀려 눈에 뵈는 게 없고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해 보면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으나세상을 막사는 개망나니짓,질매를 당한다 해도 버릇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녹슬고 못 쓴 지 오래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았던 생 돌아본다속죄의 거울 닦고 닦는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그 못대침 되어 내 야윈 앙가슴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초2-838/2023. 9. 10. 감상평 (네이버카페 시인의 정원https://cafe.naver.com/6419) 김시향강대실 선생님의 시 '못'을 읽으며, 마치 ..

1. 오늘의 시 2025.03.11

못 잊을 사랑

못 잊을 사랑 / 월정 강대실  눈길 걷다 작달비 생각난다고 어깨를 들썩이던 사람아 강 속 덩그런 달 너무 곱다고 울먹이며 전활 주던 못 잊을 사랑아잊었느냐 그 약속, 어느 날 앞산 곰바위가 벌떡 일어나 세상 그리움 죄다 쓸어 간대도 우리들 사랑만은 변치 말자던 오늘도 고향 동구 밖 선돌로 서서 그리움의 꽃밭 가꾸다 이우는 꽃잎 너무 서럽고 떠나보낸 가슴 바람처럼 차가운데  여자야, 못 잊을 내 사람아! 올봄에도 청매실밭 에두른 언덕배기 놀빛 젖은 찔레 향 너무 그윽한데왜 이다지 네가 그리운 게냐! (3-41.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5.03.10

태왕봉 일기3 -산의 마음 동냥하란다

태왕봉 일기3 /월정 강대실 -산의 마음 동냥하란다                마음먹은 일 마다 꼬이고숨이 컥컥 막힐 때가 있다그럴 때면 살짝 태왕봉으로 나선다 산 기운 만큼이나 싸한 마음 휘청거리는 발길이 문 앞에 당도하면 두말없이 화알짝 열리는 산문 어느 누구 어떤 모습도 편견 없이 맞으려 애 쓰는가 여느 일 어떤 언사에도 마음 문 열어 낙락히 안아 보았는가 뜨끔한 가슴꿀 먹은 벙어리 되어 청솔가지 밑 바장이자 마른 솔잎 하나파르르 머리 위로 떨어지며 산의 마음을 동냥하란다. (초2-917/2025. 3. 10.)

1. 오늘의 시 2025.03.10

춘래불사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월정 강대실  봄은 왔는데내 안은 봄이 아니어가시덤불 앙상궂은 마음으로봄맞이 간다 물아래로                           둔덕 밑 양지받이에새뜻하게 단장하고옹기종기 앉아 있던 봄아씨들 심곡의 봄은, 그리고생은 다 이런 것 이라해답이라도 줄 것처럼눈길을 건네더니 굴속 같은 일상 허위허위 털고늘 푸르른 소망에 산다는 듯빙긋이 웃는다.(초2-916.)

1. 오늘의 시 2025.03.07

새봄을 위하여

새봄을 위하여/월정 강대실 긴 일월의 시간 막다른 골목에 붙박여선뜻 내치고 일어서지 못합니다얼부푼 가슴 컥컥 숨이 막혀도맘껏 장탄식 내뱉을 수 없습니다회한은 차곡차곡 아픔으로 쌓이고기다림은 어느덧 일상이 되어갈급한 바람 서러운 길목에 서서 붉게 물든 서녘 하늘 바라봅니다 지새워 손가락을 건 적은 없어도이 봄에는 무엇이든 좋은 일 하나는 꼭선뜻 선물처럼 안겨 주시어날마다 감사가 넘치는 삶 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여미어 청심촉을 밝히고끝까지 애잔한 기도라도 받치렵니다그늘받이 무욕의 풀잎 하나하나가환희에 찬 얼굴 벙읏이 내밀 모습 그리며.(초2-915. 2025. 3. 7)

1. 오늘의 시 2025.03.07

한식날

한식날 /월정 강대실  순창 평지리 꽃동네이사 길에 집에 들러 하룻밤 유하셨던증 고조부님 동문까지 마중 나오셨네 근엄한 모습에다한없이 인자하고 흡족한 표정들이신 고맙다!, 네 덕분에윗대 할아버님 모시고 무탈하게 지낸다 그동안, 타촌 야로나 겨우 면한 협실에서얼마나 마음고생 하셨을까를 생각하니면목 없고 몸 둘 바 몰라 조촐한 주안상에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올릴 때 저 건너 아미산 훌쩍 치달아왔네키 큰 산벚나무 환히 웃었네.(4-75/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5.03.06

자작골 봄밤

자작골 봄밤/ 월정 강대실  쑥잎 다보록이 돋아나하늘 희뿌옇게 장막 진 봄날산정 곰바위 빤히 내려다보는 자작골산방에 다들 모여들었다 세상 사는 것처럼 꼭 한 번 살자더니돌아보면 물 위에 떠도는 나뭇잎기대할 건 대답 없는 바람뿐이라고골짜기보다 더 깊은 회한앞산 자락 어느덧 어둑발 깊다주배 돌아갈수록 넘치는 우정방 안 가득히 흐르는 취기함께 있어도 혼자 고독을 고독하고주검처럼 천장 서까래 응시한다노래방 옛 노래 목이 메어서바람은 꽃잎 몰아다 쉼 없이 문을 때리고두 눈 말똥말똥한 불면 속속절없는 봄밤 길기만 하다.(2-26/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6

봄날의 초대

봄날의 초대/ 월정 강대실 꽃바람에 봄소식 일러 보내네가난 벗어나겠다고 철없이 등진 고향꿈속에서도 헤맨다며 전화를 한 불알친구 봄날의 잔치에 초대하네 오늘도 그 자리 지키는 물통골 약수터 쉼 없이 석간수 길어 올려강으로 들판으로 흘려보내서향촌은 온통 능라로 단장한다고 비 바람에 씻겨 기도로 사는 감나무텃새들 노래에 잔가지 왕관등 내걸고벌 나비 한바탕 분칠한 꽃자리장두감 다닥다닥 매단다고 바람 잔 언덕에 쑥잎 다보록이 돋고돌미나리 실개울가에..

1. 오늘의 시 2025.03.05

산을 바라봅니다

산을 바라봅니다/ 월정 강대실산이 그리운 날 있습니다죄 진 것처럼 마음이 한 줌만 해지고저절로 먼 산에 눈길이 갈 때가 있습니다.욕망의 구렁에서 허우적이다불현듯 내가 부끄러워지면한이 없이 산을 바라봅니다분수를 아는오뇌의 동아줄에 꽁꽁 옥죄여그지없이 내가 나약해지면하염없이 산을 바라봅니다흔들릴 줄 모르는 세월의 갈피에 놀빛 배어들고속절없이 내가 허망해지면시름에 겨워 산을 바라봅니다계절을 부둥키는. 외길로 앞만 보고 걷다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다 여겨지면나도 모르게 먼 산 바라봅니다도반으로 함께 가고 싶어집니다.(2-102/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5

영산홍

영산홍/월정 강대실                                            영안실 앞마당 무더기 무더기 찾아들어 봄날이 시새워 잎새 연방 고갤 내밀면 아무런 기색 없이 꽃자리 내주고 수술 끝 대롱 달린다 봄바람 오열 소리 묻어 오면 살포시 발 아래 내려앉아 오월 끌어안고 핏빛 머금은 채 이울다.(1-58/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