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989

제비꽃

제비꽃/월정 강대실 길섶 돌 틈 사이면 어떠나요발붙인 땅에 정들어 살라네요채이고 밟히는 아픔 같은 거대궁 끝 꽃으로 피워올리며봄의 초행에 반가이 눈 주더니깜찍하다 옆에 쪼그려 앉더니 환희에 차 머리를 쓰다듬다그만 눈에 눈물이 어린 당신불현듯 왜 내 가슴 쥐어뜯나요그리 슬쩍 버리고 일어서나요미어지는 아픔 한아름 부등코남은 이 봄을 지새워 살라네요.(초2-910/2025. 3. 4.)

1. 오늘의 시 2025.03.04

정도리 구계등에서

정도리 구계등에서/ 월정 강대실  억겁을 매를 맞아둥굴둥굴 만월보살 닮은 얼굴오늘도 매를 벌고 있다즐비하니 맨몸 맞대고 앉아하루에도 수천수만 번처얼썩 철썩 득도의 물매 받는다몽돌밭 들어서다, 여태모난 말의 뼈 다 발라내지 못한 나화끈 달아오르는 부끄러움한 발짝도 달싹 못하고밤톨만 한 돌멩이 하나 집어 들고우두망찰 먼 섬 바라보다고개를 떨구고 돌아서 나오자귓속을 꿰뚫는 바람 소리앙가슴 지르는 물매 소리종아리에 떨어지는 아버지 회초리 소리.(2-77.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5.03.04

봄앓이2

봄 앓이2/ 월정 강대실  어디랄 것 없이여기저기가 쑤시고 저려노루잠 깨어 뒤척이는 밤어디선가 송곳같이 파고드는적막 깨는 소리,귀를 재면또-옥 똑 낙숫물 듣는 소리창밖 여명의 유혹에화-알-짝 나들문 열고 나오니겹겹이 쌓인 침묵의 뜨락에새악씨 볼에 피는 부끄럼처럼춘색 머금은 석류나무치렁치렁한 실가지 끝송알송알 맺힌 빗방울.(3-59)

1. 오늘의 시 2025.03.02

국수

국수/ 월정 강 대 실  담양 땅 찾아갈 때는관방제 초입 초사막 국수거리 들러멸치국수 한 대접 하고 간다기다라니 늘어선 느티나무 가지 아래머리를 맞대어 내놓인 평상손님들 틈서리 비집고 올라서한쪽 빈 상머리에 자리 잡고 앉으면국수 한 그릇 꼬옥 먹고 잡더라만문 앞에까지 갔다가는 그냥...하시며허리춤에 묻어 온 박하사탕가댁질 치다 우르르 달려드는자식들 입 속에 물리시던 어머니백지장같이 창백한 얼굴흔흔한 미소 뒤에 갈앉힌 허기원추리 새순처럼 뾰조롬 솟아올라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배고픔 대신 채우고 간다.(2-20/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감상평 (네이버카페 시인의 정원https://cafe.naver.com/6419)김시향강대실 선생님의 시 '국수'는 단순한 국수 한 그릇에 담긴 깊은 그리움과 애틋한 ..

1. 오늘의 시 2025.02.24

대숲에 들어

대숲에 들어/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가 곧아야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심전을 갈아야비바람 눈서리 맞고 더욱 푸르른,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고아야쉼 없이 비질하여 하늘 드러내는,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종심강 대숲에 들어한생,  뜨고도 못 보는 청맹과니부끄러운 내 모습 본다.(4-14. 수정. 시화)

1. 오늘의 시 2025.02.22

귀촌 인사

귀촌 인사/월정 강대실    울 밖에서 나는 인기척 소리에살째기 나들문 밀치고 마당에 나가니앞산이 훌쩍 치달아 온다간밤에 이슥토록 창에 불빛이 환해걸음걸음 길 따라 내려왔단다아직 돌짐도 걸머질 것 같은데아주 왔느냐며 이마 앞 파고든다지금껏 어디서 뭘 하며 지내고식솔은 몇이냐 꼬치꼬치 캐묻는다장돌뱅이는 아닌 것 같다며비 맞은 중놈처럼 중얼거리더니오면가면 형제 같이 살잔다저만치서 물끄럼말끄럼 쳐다보던 노송고개를 끄덕끄덕 한다.(4-106.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5.02.22

귀동 어르신

귀동 어르신/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한 마름 고개티 헐떡이며 넘어서더니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 묻어오는데처마 끝 시무룩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 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뒷들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밭 갈다 새우등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 맨발로 따라 나가 고래고래 불러 세워 부뚜막 앞 들앉혀 놓고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속살 드러내는 남루 입던 옷 찾아 입히시던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한동안 말을 잃은 어르신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떠났으니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초2-788/2020. 5. 29

1. 오늘의 시 2025.02.07

머리통 그림자

머리통 그림자/ 월정 강대실   우리글 알아야 학교 간다!아버지 저녁상 물리면 아랫방에 불러들였다누런 비료 포대 종이에 두부 칸 그려서 쓴 가 갸 거 겨... 후 휴 흐 히 본문과1 2 3... 98 99 100까지를읽고 쓰고 외워 바치게 하셨다어느 날 등 뒤를 힐긋하다 깜짝 알게 되었다등잔불 밑 내 머리통 그림자가아랫목 아버지 머리보다 훨씬 큰,내 머리통이 지붕 위 큰 호박만 한가분수가 틀림없다 싶었다끔찍했다 그리고 와락 남세스러웠다학교에 가면 말려 줄 뒷배가 없어동무들 알라리깔라리 놀려댈 게 뻔했다생각을 말자 해도 자꾸만 도지는 걱정공부는 먼산 보듯 건성건성 이었다한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던 회초리, 끝내발끈하더니 종아리가 띠앗띠앗했다. 초2-907

1. 오늘의 시 2025.02.06

꿈결의 시

꿈결의 시詩/월정 강대실 끓는 용광로 속 쇳물 같은 욕망오감을 끌어안고 끙끙대지만도대체 아무 기미 보이지 않는다 바람 날개 타고 솟대 끝 오르고천지 사방 들개처럼 이슬 쓸고 다녀도잠자리 눈꼽만치도 낌새 없다 첩첩산중 굶주린 짐승같이 싸대다파도가 물기둥 치는 벼랑에 서서공룡처럼 으르릉으르릉 울부짖는다 이내, 창포물에 쫙쫙 감아 땋은 머리항라 치마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새악시같이 이리따운 詩 한 편 붉은 뺨에 살포시 외짝 보조개 지으며꿈속 오솔길 은빛 바람결 따라하느작하느작 내 품에 안겨 온다.초2-728/2009. 8. 26.

1. 오늘의 시 2025.01.28

태왕봉 일기

태왕봉※일기/ 월정 강대실                                                                                젊은 시절 첫 출근의 추억 소환하며면접도 이력서도 출근부도 다 없앴다고이제나저제나 발소리 눈이 까매지게 기다리는태왕봉 새 터전으로 나선다번질번질 다림질 된 양복과 흰 와이셔츠아침마다 갈아매던 넥타이도 버리고겉에 자유로움 살짝 걸치고가재 뒷걸음 떠올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문은 사방에 나고 산마을 벗들 말이 없어도초등학교 동창같이 임의롭다한 가지 명심할 건 놀빛보다 더 붉게종심의 아름다운 생 꽃피우라 한다서슴서슴 산그늘 드는 정자의 쥔장 되어길 잃은 복록에 지친 가슴들이랑 시도 애음하며우화등선, 하늘에 오른 양 살라 이른다.초2-823 ※태왕..

1. 오늘의 시 2025.01.16

가시나무

가시나무/ 월정 강대실언약이 있었길래타는 기다림으로신열 후끈후끈 앓았습니다 하많은 밤을 지새운 탓에선뜻 계절 따라 떨칠 수는 없었으나그만 휑하니 구멍 뚫리고메시지로 보내 주신진정 사랑했었단 한마디 말은이제는 잊자는 슬픈 위로일가요바람 드센 산마루터기아픔 많은 가시나무로 욱어언제까지나 홀로이 울란 말이겠지요.초2-822

1. 오늘의 시 2025.01.16

겨울산2

겨울산2 /月靜  강  대  실    침묵하는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곳 와서 본다.  눈짐 지고도 아무렇지 않는 듯 태연한 겨울산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생각 한다.  눈물로 지새웠을 많은 밤들을 생각한다.  가만히 있다고 말이 없다고 고통이나 번민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노송 한그루 끌어안고 살아 온 길 물어 봐라 강 건너 불 보듯 살아 왔는가? 스스럼없이 마음 활짝 열어 주는 겨울산에 들어(제3시집 3-17)

1. 오늘의 시 2025.01.01

새해 기도

새해 기도 /월정 강 대 실                    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바위 하나 품게 하소서,모진 세파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앞만 보고 다소곳이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다순 눈 뜨게 하소서,그릇 된 편견 떨쳐 버리고속내 읽고 다독여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호수로 채워 주소서,굴욕과 가위눌림 안으로 삭여화평과 평안 안고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촛불 하나 켜게 하소서,질투와 외면의 빗장 살라버리고축복을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밝아오는 새해에는마음속 등불 하나 밝혀 주소서,음울의 터널 허위허위 뚫고광명과 진리 좇아 살게 하소서.

1. 오늘의 시 2024.12.30

제야의 세목

제야의 세목洗沐/ 월정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나태의 각질 벗기고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

1. 오늘의 시 2024.12.30

새 눈뜨기, 새 눈뜨기2,새 눈뜨기3,

새 눈뜨기/ 월정 강대실                                                                             산에 갔다  몇몇이서 추월산에 올랐다산문에 들어서자 한 잎 풀잎홍송 청청한 그늘 아래서는구정물 노나먹은 잡물건넛봉 바위 바라보면산머리 뜬구름만 같은 나의 生수달 한 마리 산주인이 듯 반색하며 산이 내준 길이라고 가르쳐 준 낭길떡갈나무 밑에서 숨 돌려가며엉금엉금 걷다 기다 하였다온 몸 후줄근히 땀에 젖어 거뜬히 산정에 발 붙였다반석에 오두마니 앉아 사념 사르고사방으로 눈길 돌리자바늘귀만큼 새 눈 뜨이는 나산정에서 알았다세상은 땀 흘린 만큼 열리고그 사람 차지가 된다는 것을.  새 눈뜨기2 / 월정 강대실-부분일식을 보며                ..

1. 오늘의 시 2024.12.30

눈 내리는 밤이다

눈 내리는 밤이다/ 월정 강대실    나이가 드니 더 친구가 보고 싶다 일찍이, 타작마당 콩 튀어 나가듯  먼 바다로 헤엄쳐 가더니 전화 한 번 없는  길에서라도 만나 보릿국에 대폿잔 기울이며 죽마 타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따금씩 놀러 온 하리 맹순이 누님 형들이랑 둘러앉아 벌인 손목맞기 민화투 어쩌다, 뒷손이 잘 맞아 장원하게 되면  움켜쥐운 팔 후려치는 내 길고 매운 손가락  그 오동포동한 손목 만지고 싶은 큰댁 사랑방에 마실가셨던 아버지 밤이 이슥하면 발짐작이 어둠 헤쳐 와 에헴!, 큰기침 소리로 사립 열고 오신  가마솥 쇠죽 푸는 고무래 소리, 이라! 자라!  외양간 깃 주는 소리 듣고 싶은 딸 셋에 청상이 된 외할머니 큰딸 가마 뒤쫓아 와 핏덩이 열 받아 내고 우리 형제들 따라다니며 공부 뒷바..

1. 오늘의 시 2024.12.28

민들레꽃4

민들레꽃4/ 월정 강대실  발길 드문 데 찾아서 제 발 스스로 묶고 갖은 고난과 역경 일상으로 여기며감사와 염불로 사는 앉은뱅이꽃. 새해 첫머리 꽃샘바람 고집스레 불어쳐도  천지 만물의 넘치는 새 소망 발원하며봄의 길목에 샛노란 꽃등 보시하는 남의 꽃자리 넘어다보는 일 없이  날개는 접어 땅바닥에 납작 몸 낮추고 땅속 깊숙이 생명줄 다져 사는 민초 땅기운 공덕으로 받아 연신 피어낸 별꽃꽃대 높이 받쳐 올려 기도하다이유 없는 밟힘도 업고로 믿고 합장하는 어느 결 여물인 호호백발 두상 위 씨알바람의 날개 기다려 홀홀 떨쳐 보내고일체 만물이 다 공덕임을 실천하는.   한생이 깨달음의 향기 농농한 법문보면 볼수록 영락없는 보살올봄도 광명 바라 묵언 수행 중이다.초2-830/2023. 3. 29. (민들레꽃 )

1. 오늘의 시 2024.12.27

설산

설산雪山/ 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초2-809

1. 오늘의 시 2024.12.26

이웃사촌

이웃사촌/ 월정 강대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먼빛에 누가 그림자만 얼씬해도사나운 개를 본 듯 힐긋힐긋 눈총 따가워다붓한 뒷산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오늘도, 얼굴도 몸매도 제각각인 나무들손잡고 기도로 사는 산마을에 든다내 또래 머리가 성근 갈참나무 하나간밤 뜬눈에 연달은 외풍 막아서다힘이 부치고 어질해 깜빡 발을 삐었단다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웃들 식겁해아니다고, 한 번 몸 누이면 기신 힘들다고머리를 고이고 어깨 붙들고 등을 내주고...친살붙이같이 지극정성 일상을 걸었다옳아, 산마을에서나 사람 사는 동네나선뜻 내 낮은 손 내밀어 손 맞잡으면세상은 모두 다 어깨를 겯는 이웃사촌말없는 나무마을,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초2-793/2020. 9. 7.</iframe

1. 오늘의 시 2024.12.26

불운과 기회

불운과 기회/월정 강대실  이십 년 남짓 전 어느 봄날부터좁은 마당귀 한자리에 발을 섞고 사는석류와 모과나무 하나는 땅 넓은 줄을 모르고다른 하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다연리지 하나 맺지 못한다 삼시선으로 찬란히 꽃 피워, 해마다발아래 마당에 선혈로 낭자하다고석류나무 가지 찍어 버렸더니 타의 불운은나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가! 두 번 다시없을 기회를 잡은 듯화들짝 꿈을 키운 모과나무모처럼 둘이도 못한 결실을 냈다 오랜만에 울안에 수확의 가을이 들고뜨락에 기쁨이 넘실댄다.초2-696 /2011. 3. 22.

1. 오늘의 시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