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 어르신/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헐떡이며 한 마름 고개 넘더니
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도 묻어오는데
처마 끝 울상이 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
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
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
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논 갈다 땀범벅이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 ……
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에 맨발로 뛰쳐나가
고래고래 불러들여 부뚜막 앞에 앉혀 놓고
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
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
속살 드러나는 남루 입던 옷 찾아 갈아입히신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못내 눈시울 붉힌 어르신
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가셨으니
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
초2-788/2020.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