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귀동 어르신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7. 21:37
(사진: 인터넷 이미지)

 
귀동 어르신/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헐떡이며 한 마름 고개 넘더니
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도 묻어오는데
처마 끝 울상이 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
 
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
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
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논 갈다 땀범벅이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 ……
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에 맨발로 뛰쳐나가
 
고래고래 불러들여 부뚜막 앞에 앉혀 놓고
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
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
속살 드러나는 남루 입던 옷 찾아 갈아입히신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못내 눈시울 붉힌 어르신
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가셨으니
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
초2-788/2020. 5. 29.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통 그림자  (0) 2025.02.06
꿈결의 시  (0) 2025.01.28
태왕봉 일기  (0) 2025.01.16
(겨울 )가시나무ㅡ요수  (0) 2025.01.16
겨울 산  (0)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