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허형만 시/ 9. 금호동 물지게
금호동 물지게/허형만 금호동 山 10번지, 빈민촌 물지게는제 손으로 뽑아 준 의원님댁 문고리보다일금 2원整의 흐늑임에 한결 더 무겁다.처마 끝에 오직 하나 굴비 한 줄이듯한 줄로 칭칭 엮인 모진 목숨들,차라리 하늘 우러러 눈물 막는 지아비가제 업보, 제 어깨에 짊어진 물지게.그 어느 벼랑 끝을, 피안의 벼랑 끝을못다 한 죽음이라도 짊어지고 걸어간들물지게야, 물지게야, 이만큼은 더 할까,이마엔 보송보송 굴욕의 비늘이 가시로 돋고,낮은 포복으로 대롱대롱 매달린 물통 속에서서러운 한국의 햇살,이마가 깨지고 피를 쏟으며아프게 열 두 번씩 자맥질 하나니금호동 山 10번지, 오르는 길은일수 딸라돈 이자보다 턱숨이 차고오늘에사 서녘노을 인왕산도 고개 돌려 돌앉는다.―「금호동 물지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