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허형만
비 나리는 밤이면
어머니는
팔순의 외할머니 생각에
방문 여는 버릇이 있다.
방문을 열면
눈먼 외할머니 소식이
소문으로 묻어 들려오는지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기대앉던
육순의 어머니.
공양미 삼백석이야 판소리에나 있는 거
어쩔 수 없는 가난을 씹고 살지만
꿈자리가 뒤숭숭하시다?
외가댁에 다녀오신 오늘,
묘하게도 밤비 내리고
방문을 여신 어머니는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젖어
차라리 돌아가시제.
돌아가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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