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가/ 허형만
사랑할 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나와 함께
조용히 창 앞에 서자.
이파리 화사한 웃음소리처럼
푸르른 하늘이 나린다.
넘쳐 흐르는 음정으로
한 계절이 나린다.
슬픈 또 하루가 흐르면
눈 감고 기도하는
갸륵한 마음씨를 간직했기에
이렇게 눈물을 잊을 수 있잖느냐.
가을을 닮아온 내가
내가 닮아온 계절 앞에서
소리없는 노래,
忍苦의 詩,
詩 같은 한 빛깔 믿음을
정성껏 繡놀 때
나와 함께
숨찬 생명의 음악을
환희에 넘치는
그 순간에 들을 것이다.
젊음이 성숙했을 때,
사랑할 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나와 함께
창 앞에 서노라면
나리는 푸른 하늘,
나리는 가을의 인사는 반갑고
쇠진한 고독을 달래기에 기쁘단다.
―「가을 戀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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