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1. 허형만 시/ 6. 전라도 안개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9. 16:56

전라도 안개/허형만

 

전라도 아침 안개는
앙징스럽게 꿈틀거리고 있다.

크나큰 한 마리 짐승
황톳빛 비늘 번득이는 짐승이 되어
탈 쓰고 환장하다가
韓半島의 목아질 물어 뜯다가
끝내는 아드득 이빨을 간다.

빛과 어둠, 그리고
유황보다 뜨겁게 입술이 타는
서럽도록 고요한 아침을
굴욕으로 끙끙 앓는
전라도 안개.
크나큰 한 마리 새
황톳빛 나래 파닥이는 새되어
구성진 육자배길 읊어대다가
韓半島의 발목을 물어 뜯다가
끝내는 칼날보다 예리한 부리를 깎는다.

차라리, 불꽃으로라도 타버리고자운
목마른 流配地에서
서툰 목청으로 사투리를 배우고
때로는, 진도 아리랑
비린 바닷내음에 피를 토하는
전라도 안개.

전라도 아침 안개는
앙징스럽게 꿈틀거리고 있다.
―「전라도 안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