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와도 피어나지 못하는 한라산 철쭉/ 허형만
이 나라에 태어나
난생 처음 한라산 상상봉을 오르면서
오월 산천 흐드러진 철쭉
여기서만은 꽃망울도 터지지 않았다.
으레 봄날이 오면 피려니 했던
철쭉 한 송이도 피어내지 못하는
한라산 상상봉을 오르면서
우리는 얼마나
크낙한 희망으로 서있는지
우리는 얼마나
심원한 핏줄기로 뿌리박고 있는지
안개 속 가녀린 햇살에도
괴로워했다.
그렇구나, 한라산 상상봉까지
떠밀리고 떠밀리어
오월이 와도 피어나지 못하는
이 나라의 서러운 철쭉을 두고
누가 아름답다 하느냐
봄이라 하느냐.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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