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 고재종 시/12. 수숫대 높이만큼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4. 10:40

수숫대 높이만큼

 

네가 그리다 말고 간
달이 휘영청 밝아서는
댓그림자 쓰윽 쓰윽
마당을 잘 쓸고 있다
백 리까지 확 트여서는
귀뚜라미 찌찌찌찌찌
너를 향해 타전을 하는데
아무 장애는 없다
바람이 한결 선선해져서
날개가 까실까실 잘 마른
씨르래기의 연주도
씨르릉 씨르릉 넘친다
텃밭의 수숫대 높이를 하곤
이 깊고 푸른 잔을 든다
나는 아직 견딜 만하다
시방 제 이름을 못 얻는
대숲 속의 저 새울음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