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리 /허형만
허옇게 뼈만 남은
서어나무
골수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 구멍에서
까막딱따구리가 쪼다 남은
소리가 들렸다
딱다그르르
아득한 생애를 그리워라도 하듯
서어나무 으스스 몸 떠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이 산 어느 계곡 쯤으로
우레가 흐르는가
딱다글 딱다글
그 작은 구멍들마다
연두빛 잎 틔우는 소리로
가득 술렁였다
서어나무
잠시 생생한 모습을
드러냈다 금방 사라졌다
아니본 듯 떠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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