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머리통 그림자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6. 13:19

(사진: 인터넷 이미지)

 
머리통 그림자/ 월정 강대실 
 
 

우리글 알아야 학교 간다!
아버지 저녁상 물리면 아랫방에 불러들였다
누런 비료 포대 종이에 두부 칸 그려서 쓴 
가 갸 거 겨... 후 휴 흐 히 본문과
1 2 3... 98 99 100까지를
읽고 쓰고 외워 바치게 하셨다
어느 날 등 뒤를 힐긋하다 깜짝 알게 되었다
등잔불 밑 내 머리통 그림자가
아랫목 아버지 머리보다 훨씬 큰,
내 머리통이 지붕 위 큰 호박만 한
가분수가 틀림없다 싶었다

끔찍했다 그리고 와락 남세스러웠다
학교에 가면 말려 줄 뒷배가 없어

동무들 알라리깔라리 놀려댈 게 뻔했다
생각을 말자 해도 자꾸만 도지는 걱정
공부는 먼산 보듯 건성건성 이었다

한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던 회초리, 끝내

발끈하더니 종아리가 띠앗띠앗했다. 
초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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