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통 그림자/ 월정 강대실
우리글 알아야 학교 간다!
아버지 저녁상 물리면 아랫방에 불러들였다
누런 비료 포대 종이에 두부 칸 그려서 쓴
가 갸 거 겨... 후 휴 흐 히 본문과
1 2 3... 98 99 100까지를
읽고 쓰고 외워 바치게 하셨다
어느 날 등 뒤를 힐긋하다 깜짝 알게 되었다
등잔불 밑 내 머리통 그림자가
아랫목 아버지 머리보다 훨씬 큰,
내 머리통이 지붕 위 큰 호박만 한
가분수가 틀림없다 싶었다
끔찍했다 그리고 와락 남세스러웠다
학교에 가면 말려 줄 뒷배가 없어
동무들 알라리깔라리 놀려댈 게 뻔했다
생각을 말자 해도 자꾸만 도지는 걱정
공부는 먼산 보듯 건성건성 이었다
한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던 회초리, 끝내
발끈하더니 종아리가 띠앗띠앗했다.
초2-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