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손택수 시//13. 아버지와 느티나무
아버지와 느티나무 아버지의 스무살은 흑백사진, 구겨진 흑백사진 속의 구겨진 느티나무, 둥치에 기대어 있다 무슨 노랜가를 부르고 있는지 기타를 품고, 사진 밖의 어느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젖은 눈으로, 어느 누군가가 언제라도 말없이 기대어올 것처럼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느티와 함께 있다 나무는 지친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주기 위하여 그렇게 기울어 간 것이나 아닌지, 쓰러질 듯 기울어가면서도 기울어가는 둥치를 끌어당기느라 뿌리를 잔뜩 긴장하고 서 있는 것이나 아닌지 그 사람들 등의 굴곡에 가장 알맞은 모습으로 기울어 가기 위하여 한평생을 고단하게 쓰러져갔을 나무, 풍성한 머릿결을 바람에 비다듬고 내가 알 수 없는 노래에 수만의 귀를 쫑긋거리고 있다 구겨지고 구겨진 흑백 속에서도 그 노래 빳빳하게 살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