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無心) 아침 햇살이 은사시나무 우듬지에서 파르르 떨고산골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내 귀에서 맑다나는 지금 어머니를 따라 산사(山寺)를 찾아가고 있다어머니 그동안 이 고개를 몇번이나 넘으셨어요니가 까막소 간 뒤로 이날 이때까장 그랬으니까나도 모르겄다야 이 고개를 몇차례나 넘었는지옥살이 십년 동안 단 한번도 자식을 보려감옥을 찾은 적은 없었으되정월 초하루나 팔월 보름날 같은 날이면한번도 빠짐없이 절을 찾으셨다는 어머니그런 어머니를 두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실은 나도 모를 일이다자식이 보고 싶을 때감옥 대신 절을 찾으셨던 어머니의 그 속을이제 이 고개만 넘으면 어머니 그 절이 나오지요그래 그래 하면서 어머니는 숨이 차는지공양으로 바칠 두어 됫박 쌀차둥이를 머리에서 내려놓고후유 후유 한숨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