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난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고자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고자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새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이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13.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 김남주/7. 이 가을에 나는 (0) | 2025.04.05 |
---|---|
26. 김남주/6. 고목(枯木) (0) | 2025.04.05 |
26. 김남주 시/4. 사랑은 (0) | 2025.04.05 |
26. 김남주 시/3. 옛 마을을 지나며 (0) | 2025.04.05 |
26. 김남주 시/2. 지는 잎새 쌓이거든 (0) | 202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