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6. 김남주/5. 돌멩이 하나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5. 15:19

* 돌멩이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난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고자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고자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새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이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