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세목洗沐/ 월정 강대실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
세파에 오염된 영육 씻어낸다
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
나태의 각질 벗기고
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
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
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
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
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
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
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
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
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
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
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
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