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이다/ 월정 강대실
나이가 드니 더 친구가 보고 싶다
일찍이, 타작마당 콩 튀어 나가듯
먼 바다로 헤엄쳐 가더니 전화 한 번 없는
길에서라도 만나 보릿국에 대폿잔 기울이며
죽마 타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따금씩 놀러 온 하리 맹순이 누님
형들이랑 둘러앉아 벌인 손목맞기 민화투
어쩌다, 뒷손이 잘 맞아 장원하게 되면
움켜쥐운 팔 후려치는 내 길고 매운 손가락
그 오동포동한 손목 만지고 싶은
큰댁 사랑방에 마실가셨던 아버지
밤이 이슥하면 발짐작이 어둠 헤쳐 와
에헴!, 큰기침 소리로 사립 열고 오신
가마솥 쇠죽 푸는 고무래 소리, 이라! 자라!
외양간 깃 주는 소리 듣고 싶은
딸 셋에 청상이 된 외할머니
큰딸 가마 뒤쫓아 와 핏덩이 열 받아 내고
우리 형제들 따라다니며 공부 뒷바라지하신
재판정 방청한 날이면 들려주신 세상 이야기
듣다가 깜빡 잠에 빠지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