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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설산雪山/ 월정 강대실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초2-809

1. 오늘의 시 2024.12.26

이웃사촌

이웃사촌/ 월정 강대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먼빛에 누가 그림자만 얼씬해도사나운 개를 본 듯 힐긋힐긋 눈총 따가워다붓한 뒷산을 찾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오늘도, 얼굴도 몸매도 제각각인 나무들손잡고 기도로 사는 산마을에 든다내 또래 머리가 성근 갈참나무 하나간밤 뜬눈에 연달은 외풍 막아서다힘이 부치고 어질해 깜빡 발을 삐었단다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웃들 식겁해아니다고, 한 번 몸 누이면 기신 힘들다고머리를 고이고 어깨 붙들고 등을 내주고...친살붙이같이 지극정성 일상을 걸었다옳아, 산마을에서나 사람 사는 동네나선뜻 내 낮은 손 내밀어 손 맞잡으면세상은 모두 다 어깨를 겯는 이웃사촌말없는 나무마을, 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초2-793/2020. 9. 7.</iframe

1. 오늘의 시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