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새 눈뜨기, 새 눈뜨기2,새 눈뜨기3,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2. 30. 08:08

 

 

새 눈뜨기/ 월정 강대실

                                                                             
산에 갔다  
몇몇이서 추월산에 올랐다
산문에 들어서자 한 잎 풀잎
홍송 청청한 그늘 아래서는
구정물 노나먹은 잡물
건넛봉 바위 바라보면
산머리 뜬구름만 같은 나의 生
수달 한 마리 산주인이 듯 반색하며 
산이 내준 길이라고 가르쳐 준 낭길
떡갈나무 밑에서 숨 돌려가며
엉금엉금 걷다 기다 하였다
온 몸 후줄근히 땀에 젖어 
거뜬히 산정에 발 붙였다
반석에 오두마니 앉아 사념 사르고
사방으로 눈길 돌리자
바늘귀만큼 새 눈 뜨이는 나
산정에서 알았다
세상은 땀 흘린 만큼 열리고
그 사람 차지가 된다는 것을.

 

 

새 눈뜨기2 / 월정 강대실

-부분일식을 보며
                                                        
61년 만의 재연 우주의 생 쇼
생애 최고의 행운 맞을 기대에
커닿게 요동치는 가슴
 
발그레한 동문 위로 불끈 솟는 태양
흐르는 듯 멎는 듯 서천을 향한 걸음
가슴 조여드는 긴긴 시간
 
순간 가양이 열리기 시작하고
누에가 야금야금 뽕잎을 쏠아 먹듯이
차차…… 좁다래지는 둥근 잎살
반쪽…… 끝내 새색시 눈썹만 하다가
 
눈을 의심할 멈춤의 찰나 뒤에
차오르는 듯 아닌 듯 연방
동그란 모양으로 널따래지다 이내
해 되어 유유히 제 갈 길 찾아
찬란한 빛살 쏟아 내는 의젓함
 
맞아, 공로 아무리 크고 빛나도
언제 어디서고 있을 한낱 헤살질에
받아 마땅할 영광 가리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영원일 수 없다는 것
 
대명천지에 우주가
오롯이 계시한 묵시록 확인한다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새 눈뜨기 /  월정  강 대 실 
  -원계정遠溪亭에서                     
 
반석 반석 하지만들 어이
반석이라고 다 반석일 수 있으랴
 
함양 병곡 가촌 천산마을
향기 그윽한 한 시인님 안내로
성하지열에 순수 하나 안고 찾았다
초입 잠수교를 건너자
강섶 천혜의 바위 둔덕 위에
옥계의 사계 외로 지켜 서 있는 원계정
처마 밑 움키듯 쌓아 올려진 죽담
네 귀 버티고 서서 오로시
일월을 헤는 다섯 소나무
풍채 의젓하고 기력 왕성했던 것 같은
헌데작년부터란다
반석 틈바구니에 명줄을 댄 셋
칠십년 이래 타는 목마름에 날로
기력이 쇠잔하더니 올 봄부턴 외관이
검붉게 변하며 사경 헤맨 지가
 
노송은 반석은 반석이 아니었다.
 

 새 눈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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