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989

땔나무하다

땔나무하다 /월정 강대실  한뎃부엌에 땔 나무 한 짐 해왔다하늘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한 눈,연신 시린 손 비비며 낯선 바람 따라가다길을 잃고 연신 울 넘어 든 나뭇잎해종일 새물대는 허허로운 마당 창 너머 빤히 내다보이는담장 밑 마당귀에 차곡차곡 쌓고헌 장판때기로 위를 덮는다가히 노적가리다 내도야 이제는 부자,나무가 묵으면 쌀도 묵는다지!자꾸만 내다본다 절로 배가 부르다.초2-708/2011. 12. 5.

1. 오늘의 시 2024.12.18

노을빛 그리움

노을빛 그리움/월정 강대실 정자나뭇집아련한 개 짖는 소리임 오시나 보다귀 마중 나가건만사립 앞 감나무파르르 흔들리는 감잎 하나 내님 오시나 보다 눈 마중 나가건만뒤울 너머 살구나무꽃 발롱발롱 피어나던 봄날곧 돌아오마 떠나더니영영 소식 없는 임이시어!박꽃 같은 그리움은 계절로 갈마들어나란히 거닐던 강 언덕산자락에 싱그러운데하마 잊으셨나요노을 진 강물이 뉘엿뉘엿서녘으로 집니다.초2-709.

1. 오늘의 시 2024.12.18

뜨락의 대추나무

뜨락의 대추나무/ 월정 강대실   그림자 기다랗게 달고 서서 좁은 마당만 어지럽게 한다고 찍어 던져 버리자 했다만 숨죽여 엿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든 게지 두 아들 세 살 여섯 살 적 봄날  맞아들였지 온 가족이 너희 집에 들러서형 나무 동생 나무로 이름표 붙여 누가누가 잘 자라나 눈여겨보았지 애들도 너희도 잔병치레 한 번 모르고 마당귀 담장 밑 햇볕 드물게 찾는 데서 번갈아 시새워 계절을 보듬고 키재기라도 하는 듯 키만 멀대 같이 자라 낯 두껍게 길 가는 큰애기 구두 소리  앞집 마당 웃음소리 엿듣더구나 어느 결 알알이 오색 꿈 키웠더냐  팔이 휘도록 수없이 별이 찾아 들더니 보람 맛보이는구나 달콤한 아쉬운 가을에 두 아들들 보란 듯이. 초2-712

1. 오늘의 시 2024.12.18

참깨를 털다

참깨를 털다/ 월정 강대실  흙은 아무나 파먹고 사나!아직도 참새 방앗간 찾는 눈치 보기,참깨 베러 갔다가 아주 털어 왔다.  남이 장에 가니까 씨오쟁이 지고 가듯산밭 윗머리에 참깨 몇 고랑 심어 놓고낫 들고 나가는 이웃 보고는 들로 나선다 웬걸, 주니가 났던지 어느새 잎 다 떨구고멀거니 들머리에 눈을 둔 녀석들여태껏 어디다 딴눈 팔고 있느냐는 듯 땅과 새와 벌레들과 나누고도흘린 땀의 몫으론 너무나 감지덕지해거두어 멍석에 널어놓고 바라보니 오달지고 천석꾼이 부러운 것이 없는데고마운 아내, 언제 사다 놓았는지된장 풋고추에 막걸리 한 병 성큼 내온다. 초2-710/2015. 10. 5.

1. 오늘의 시 2024.12.18

흰죽

흰죽/월정 강대실       흰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가슴 저며 오는 흑백의 기억 한 조각. 앞산에 진달래 꽃망울 발롱대더니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파다하게 소문이 퍼진 기동댁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대롱 양반울 너머 나직한 목소리로 보낸 손사래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간 아들 곧장 가서 미음 끓여 드리도록 해라며짊어 준 바싹 마른 장작 몇 개비와손에 꼭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푹 끓인 흰죽 먹고는거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봄내 여름내여기저기 그 많은 밭 휘젓고 다닌 기동댁. 흔들리는 권좌를 총칼로 막는 영도자자국만을 위해 엄포를 쏘아대는 당선자민심을 앞세워 당리당략 좇는 금배지기업을 사유화 하는 회장께 감히 바라기는 진작에 기동댁이 들었던영험한 흰죽 한 사발씩..

1. 오늘의 시 2024.12.14

동네 밥잔치

동네 밥잔치/ 월정 강대실  기세가 시퍼런 설한에 두 발 꽁꽁 묶이어아랫목 요 밑에 발 뻗고 앉아건성건성 책장 넘기며 詩 만나다가 사립 앞 눈이라도 치우고밥값 하자는 생각에 온몸 싸매고 나가니풍겨 오는 콩나물밥 익는 냄새 콧등 앞세우고 졸래졸래 따라 들자회당 가득 희색이 만면한 일촌 식구들어서 오라며 보내는 소의 눈빛 어울려서 그림책도 보고 운동도 하자고동네 밥잔치 벌인다고부지런한 사람이라야 찾아 먹을 수 있다고 겸연쩍은 마음, 틈새에 끼여 앉아양념장에 고봉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초2-737/2014. 12.22.

1. 오늘의 시 2024.12.09

뜨락의 대추나무

뜨락의 대추나무/ 월정 강대실  그림자 기다랗게 밟고 서서 좁은 마당만 어지럽게 한다고 찍어 던져 버리자 했다만 숨죽여 엿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든 게지 두 애들 세 살 여섯 살 적 봄날  맞아들였지 온 가족이 너희 동네로 가서형 나무 동생 나무로 이름표 붙여 누가누가 잘 자라나 보자며 애들처럼 네들도 잔병치레 한 번 모르고 좁은 뜨락  담장 밑 햇살 드문 데서 번갈아 시새워 계절을 보듬더니 키재기라도 하는 듯 키만 멀대 같이 커 낯 두껍게 담 넘어 크내기 구두 소리  앞집 마당 웃음소리 엿듣더니 어느 결 알알이 오색빛 꿈 키웠더냐  팔이 휘도록 수없이 별을 달더니 보람 맛보는구나 달콤한 삭막한 가을에 두 머이매들 보란 듯이.  초2-712.

1. 오늘의 시 2024.12.07

새벽2

새벽 2/ 월정 강대실자명종,고 3년생을 둔 아내를 깨우고정성을 씻는 씽크대 물소리잠이 서운한 눈을 연다5분 전을 경고하는서너 번의 파열음에도잠꼬대 속메아리로 오는 '잠깐만'이 흐르고서야녀석의 짠한 거동이 시작되면적막 자락 헤치며앞산 둔덕 터벅이는 내게솔가지에 걸려 졸던 새벽달거연히 그림자로 따라나서자놀란 멧새 한 마리깃 털어 애먼 길을 나선다.제1시집1-97

1. 오늘의 시 2024.12.06

어머니1.2.3/ 울 엄니/ 사모곡1.2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되뇌어도 오오-냐, 오냐!금시라도 반가이 오실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지새웁니다. 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북풍한설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꽃 소식얼비치는데 심연深淵끌어안고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대표사진 삭제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

1. 오늘의 시 2024.11.30

어머니1.2.3/울엄니/사모곡1.2

어머니1/ 월정 강대실저승 하늘 하도 멀어들리지 않음이요어머니, 보고 싶소!되뇌어도오오-냐, 오냐!금시라도 반가이 오실어머니 모습이 밤에도애타게 그리운 얼굴오롯이 간직한 채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무서리북풍한설한恨 길어 녹이셨지요봄바람꽃 소식얼비치는데심연深淵끌어안고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보고파 어이 살까요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울 엄니, 울 엄니는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보고파서 못 잊어서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보고 싶도 않은 거여이제는 아주아주까..

1. 오늘의 시 2024.11.30

귀동 어르신

귀동 어르신/월정 강대실  후유! 후유! 한 마름 고개티 헐떡이며 넘어서더니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 묻어오는데처마 끝 시무룩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 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뒷들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밭 갈다 새우등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 맨발로 따라 나가 고래고래 불러 세워 부뚜막 앞 들앉혀 놓고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속살 드러내는 남루 입던 옷 찾아 입히시던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한동안 말을 잃은 어르신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떠났으니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초2-788/2020. 5. 29

1. 오늘의 시 2024.11.30

가을의 권면

가을의 권면/ 월정 강대실                           산모롱이 돌아가는 갈바람 봐요 서산마루 기우는 달을 보아요 가슴을 뒤흔들고 잘도 가지요 속엣정 주고도 그냥 지지요 똬리 진 푸른 날의 하많은 애증 가도 가도 끝없는 사금파리 길왜 그리도 피멍울로 맺히나요 맵고 따가운 회초리가 되나요  골 깊은 산이 더 아름다워요 물 깊은 강에 큰 고기가 들어요 높은 가을 산처럼 털고 넘어요넓고 넓은 바다를 안고 살아요. (초2-903/2024. 11. 17.)

1. 오늘의 시 2024.11.21

째마리

째마리*/ 월정 강대실 심심풀이로 그지없는 땅콩,동삼을 가보처럼 깊이 갈무리했다가토방 봄볕과 마주앉아 탱탱한 걸로 골랐지요조심스레 땅의 궁실 열어 다져 넣고는 약속처럼 연초록 얼굴 기다렸으나더러는 곯고, 서생원 웬 떡이냐 훔쳐갔지요장에서 애기모 모셔다 두벌 심고는땡볕 숨 고르는 틈새에 정성으로 돌보며알뜰히 수확의 기쁨 키웠지요웬걸, 들짐승이 다 뒤져 먹고 난 처진가리뿐하천해도 흙의 고결한 마음 감지덕지해 샅샅이 이삭 주워 모았지요 우리 부모님 허리가 휘어지게 농사지어좋은 것만 골라 따로 두었다가, 지성으로기제사며 식솔 생일상 차린 모습 선했지요 애잔한 농심, 우선 씨오쟁이 채우고 나니남은 건 손자들 입에 물리고 싶지 않은, 오십년 째마리 같은 생 박차고 코숭이로 기어든 내 차지, 째마리뿐이지요..

1. 오늘의 시 2024.11.20

한 우물을 파다

한 우물을 파다/월정 가대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하지만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말같이   막 지난 어제조차 낯설어 아뜩해지는 세상황우 뿔 세우고 한길로만 가기가   잽싸게 인해人海 바다 헤쳐 나가다난데없이 암초를 만나 죽을 영금 보기도 하고하찮은 것에 어금니 악물더니 끝판에는앞이 번듯한 사람을 수도 없이 봤던지라   경주 토함산 석굴암과 불국사 찾고무등산 규봉암 서석대 오르고정도리 구계등 갯돌 새에 붙박여 다진 심지어둠을 뒤져 파고 판 우물 아닌가   먼발치에서라도 내 피땀 눈여겨본 사람은삼 년 가물 석 달 열흘 장마에도끄떡없을 명줄이라 침 흘리지만선뜻 발 아래로 염려 내려놓지 못하고   시나브로 땅윗물 못 들게 뒷정리 해 가며세세히 지켜봐 점차 손 떼볼까 하다언제 하늘이 변심하여 상전벽해 되고..

1. 오늘의 시 2024.11.18

또 다른 별리

또 다른 별리/월정 강대실  네 형 때는 어머니랑 열차로 올라가연병장에 대열로 세워 놓고 돌아섰어도이렇듯 애틋함 몰랐었다난생처음인 별리 아픔 같은 건 모른 척너는 쫓기는 짐승, 혼자 역사로 줄달음쳤지연신 죄어 오는 입소 시각, 초조로운 마음돌린 전화는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퇴근길 맞댄 가슴 몇이 군 생활을 곱씹으며위로주에 가라앉은 마음도 잠깐터벅터벅 샛골목 야음 밟아 마주한 가족얼굴에 겹겹한 그늘 숲속보다 무거웠다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네 어머니두 아들 애지중지 길러 조국을 품게 했으니이보다 더 장한 일이 있겠냐며 다독였지여하튼, 온갖 풍파에도 일념으로 노 저어이제는 고삐 풀린 약관의 건아, 차차품에서 멀어질진대 마음의 탕개 풀자 했지다들 자리에 들고 홀로 고요로운 뜨락허허로운 천공 잠 못 든..

1. 오늘의 시 2024.11.18

꽃길 이백 리

꽃길 이백 리/월정 강대실    먼 남쪽 가칠한 마파람에 실리어산을 넘고 물 건너 온풋풋한 꽃향내에 홀린 마음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에워 안은산모롱이 돌고 바람길 더듬어 찾아든쌍계사 꽃길 이백 리  이 산 저 산 온 천지가 왁자지껄바람난 개나리 산수유 목련두견화 이화 앵화 도화배꽃 벚꽃 조팝 민들레...... 꽃이란 꽃은 우르르 쏟아져 나와어우렁더우렁 한마당 꽃 잔치꽃향기에 취해 배질하는 차량 행렬.(초2-798/2021. 3. 26.)

1. 오늘의 시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