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흰죽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2. 14. 10:27

(사진: 인터넷 이미지)

 
흰죽/월정 강대실
 
      
하이얀 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
가슴 저며 오는 흑백의 기억 한 자락.
 
앞산에 진달래 꽃망울 발롱대더니
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
동네에 쫙 소문이 퍼진 기동댁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대롱 양반
울 너머 나직한 목소리로 보낸 손사래
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간 넷째 아들
 
곧장 가서 미음 끓여 드리도록 해라며
지게에 짊어 준 바싹 마른 장작 몇 개비에
손에 꼭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푹 끓인 흰죽 먹고는
거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봄내 여름내
여기저기 그 많은 밭 휘젓고 다닌 기동댁.
 
흔들리는 권좌를 비상계엄으로 막는 대통령
자국만을 위해 엄포를 쏘아대는 당선자
민심을 앞세워 당리당략 좇는 금배지
기업을 사유화 하는 회장께 간곡히 바라옵기는
 
진작에 기동댁이 먹었던
흰죽 한 대접씩 챙겨 드시고 퍼뜩 깨어나
국민의 마음을 읽는 혜안을 뜨면 참 좋겠네.

*가슴애피: 가슴앓이의 방언
초2-752/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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