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자작골 봄밤

월정月靜 강대실 2025. 3. 6. 08:36

(사진: 인터넷 이미지)

 

자작골 봄밤/ 월정 강대실

 

 

쑥잎 다보록이 돋아나
하늘 희뿌옇게 장막 진 봄날
산정 곰바위 빤히 내려다보는 자작골
산방에 다들 모여들었다

 

세상 사는 것처럼 꼭 한 번 살자더니
돌아보면 물 위에 떠도는 나뭇잎

기대할 건 대답 없는 바람뿐이라고

골짜기보다 더 깊은 회한
앞산 자락 어느덧 어둑발 깊다


주배 돌아갈수록 넘치는 우정
방 안 가득히 흐르는 취기

함께 있어도 혼자 고독을 고독하고

주검처럼 천장 서까래 응시한다


노래방 옛 노래 목이 메어서
바람은 꽃잎 몰아다 쉼 없이 문을 때리고

두 눈 말똥말똥한 불면 속
속절없는 봄밤 길기만 하다.
(2-26/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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