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골 봄밤/ 월정 강대실
쑥잎 다보록이 돋아나
하늘 희뿌옇게 장막 진 봄날
산정 곰바위 빤히 내려다보는 자작골
산방에 다들 모여들었다
세상 사는 것처럼 꼭 한 번 살자더니
돌아보면 물 위에 떠도는 나뭇잎
기대할 건 대답 없는 바람뿐이라고
골짜기보다 더 깊은 회한
앞산 자락 어느덧 어둑발 깊다
주배 돌아갈수록 넘치는 우정
방 안 가득히 흐르는 취기
함께 있어도 혼자 고독을 고독하고
주검처럼 천장 서까래 응시한다
노래방 옛 노래 목이 메어서
바람은 꽃잎 몰아다 쉼 없이 문을 때리고
두 눈 말똥말똥한 불면 속
속절없는 봄밤 길기만 하다.
(2-26/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