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김용택 시/7. 들 국
들 국/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뭐헌다요 산 아래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산 너머, 저 산 너머로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산 아래 집 뒤안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저 달 금방 져불면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이 가을 다 가도록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