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모를까/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13.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 김용택 시/4. 참 좋은 당신 (0) | 2025.04.26 |
---|---|
29. 김용택 시/3. 콩, 너는 죽었다 (0) | 2025.04.26 |
29. 김용택 시/1. 김용택 시인 시모음 (0) | 2025.04.26 |
28. 이육사 시//16. 호수 (0) | 2025.04.07 |
28. 이육사 시/15. 연보(年譜) - 이육사 (0) | 202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