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9. 김용택 시/15. 빗장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26. 16:02

빗장/김용택                                                      


내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서럽기만 합니다

가민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 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