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227

7. 신경림 시//2. 농무(農舞)

농무(農舞)신경림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7. 신경림 시/1. 신경림 시 모음 41편

신경림 시 모음 41편☆★☆★☆★☆★☆★☆★☆★☆★☆★☆★☆★☆★《1》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가난하다고 해서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수없이 뇌어보지만집 뒤 감나무에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버려야 한다는 것을☆★☆★☆★☆★☆★☆★☆★☆★☆★☆★☆★☆★《2》가을비신경림..

6. 나태주 시/6. 겨울 연가

겨울 연가나태주한겨울에 하도 심심해도로 찾아 꺼내 보는당신의 눈썹 한 켤레.지난 여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그것들.움쩍 못하게 얼어붙은저승의 이빨 사이저 건너 하늘의 한복판에.간혹 매운 바람이 걸어 놓고 가는당신의 빛나는 알몸.아무리 헤쳐도 헤쳐도보이지 않던 그 속살의 깊이.숙였던 이마를 들어 보일 때눈물에 망가진 눈두덩이.그래서 더욱 당신의 눈썹 검게 보일 때.도로 찾아 드는대이파리 잎마다에 부서져잔잔히 흐느끼는옷 벗은 당신의 흐느낌 소리.가만가만 삭아 드는 한숨의 소리.

6. 나태주 시/5.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나태주사랑하는 마음내게 있어도사랑한다는 말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사랑한다는 그 말끝까지감당할 수 없기 때문모진 마음내게 있어도모진 말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외롭고 슬픈 마음내게 있어도외롭고 슬프다는 말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삽니다모진 마음을 달래며삽니다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숨기며 삽니다.

6. 나태주 시/3. 꽃

꽃.1  /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꽃 2나태주예쁘다는 말을가볍게 삼켰다안쓰럽다는 말을꿀꺽 삼켰다사랑한다는 말을어렵게 삼켰다섭섭하다, 안타깝다,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목구멍으로 넘겼다그리고서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꽃3 나 태 주예뻐서가 아니다잘나서가 아니다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다만 너이기 때문에네가 너이기 때문에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이유는 없다있다면 오직 한 가지네가 너라는 사실!-''네가 너이기 때문에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6. 나태주 시/1. 나태주 시 모음 49편

나태주 시 모음 49편☆★☆★☆★☆★☆★☆★☆★☆★☆★☆★☆★☆★《1》3월나태주어차피 어차피3월은 오는구나오고야 마는구나2월을 이기고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돌아와 우리 앞에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새들은 우리더러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조르는구나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지껄이라 그러는구나아, 젊은 아이들은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새 가방을 들고새 배지를 달고우리 앞을 물결쳐스쳐가겠지그러나 3월에도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2》6월 기집애나태주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벌을 꼬이는데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

5. 김춘수 시/ 6.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바르르 떤다.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3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밤에 아낙들은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3

5. 김춘수 시/ 5. 순명(順命)

순명(順命)김춘수처서 지나고 땅에서 서늘한 기운이 돌게 되면 고목나무 줄기나바위의 검붉은 살갗 같은 데에 하늘하늘 허물을 벗어놓고매미는 어디론가 가 버린다.가을이 되어 수세미가 누렇게 물들어 가고 있다.그런 수세미의 허리에 잠자리가 한 마리 붙어 있다.가서 기척을 해봐도 대꾸가 없다. 멀거니 눈을 뜬 채로다.날개 한 짝이 사그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내 손이 그의 몸에 닿자 긴 꼬리의 중간쯤이소리도 없이 무너져 내린다.

5. 김춘수 시/ 4. 능금

능금김춘수그는 그리움에 산다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 견디기 어려운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그리움은 마침내스스로의 무게로떨어져 온다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눈부신 축제의비할 바 없이 그윽한여운을 새긴다이미 가 버린 그 날과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이 아쉬운 자리에는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익어간다보라높고 맑은 곳에서가을이 그에게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우리들 두 눈에그득히 물결치는시작도 끝도 없는바다가 있다

5. 김춘수 시/ 2. 꽃

꽃김춘수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5. 김춘수 시/1.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춘수 시 모음 25편☆★☆★☆★☆★☆★☆★☆★☆★☆★☆★☆★☆★《1》가을 저녁의 시김춘수누가 죽어가나 보다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반만 뜬 채이 저녁누가 죽어가는가 보다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정녕코 오늘 저녁은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2》가을 저녁의 詩김춘수누가 죽어 가나 보다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반만 뜬 채이 저녁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

4. 김영랑 시/8. 수풀 아래 작은 샘

수풀 아래 작은 샘김영랑수풀 아래 작은 샘언제나 흰 구름 떠가는 높은 하늘만 내어다 보는수풀 속의 맑은 샘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 가슴에 박은 작은 샘두레박이 쏟아져 동이 갓을 깨지는 찬란한 떼별의 흩는 소리얽혀져 잠긴 구슬손결이웬 별나라 뒤 흔들어 버리어도 맑은 샘해도 저물녘 그대 종종걸음 휜듯 다녀갈 뿐 샘은 외로와도그 밤 또 그대 날과 샘과 셋이 도른도른무슨 그리 향그런 이야기 날을 새웠나샘은 애끈한 젊은 꿈 이제도 그저 지녔으리이 밤 내 혼자 내려가 볼꺼나 내려가 볼꺼나

카테고리 없음 2024.11.22

4. 김영랑 시/6.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서 봄을 여원 설움이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해는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모란이 핏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4. 김영랑 시/4. 내 마음 아실 이

내 마음 아실 이김영랑내 마음을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향맑은 옥돌에 불이달아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불빛에 연기인뜻 희미론 마음은사랑도 모르리 내혼자 마음을......아! 내마음을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내마음에 때때로 어리누는 띠끌과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푸른밤 고이맺는 이슬같은 보람을보배인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4. 김영랑 시/3. 두견(杜鵑)

두견(杜鵑)김영랑울어 피를 토하고 뱉은 피를 도로 삼켜평생을 원한과 슬픔으로 지친 작은새너는 넓은 세상에 설음을 피로 새기려 오고네 눈물은 수천 세월을 끊임 없이 흐려 놓았다.여기는 먼 남쪽땅 너 쫓겨숨음직한 외딴 곳.달빛 너무도 황홀하여호젖한 이 새벽을,송구한 네 울음천길 바다 밑 고기를 놀래고하늘가 어린 별들 바르르 떨리겠구나...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릴것을...아니 울고는 차마 죽어 없으리오불행의 넋이여!우지진 진달래 와지직 이 삼경의 네 울음.

4. 김영랑 시/2.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햇피칸 판매합니다.

햇피칸 판매합니다.  식용 가능한 피칸의 모습                                                                                              반 탈피한 피칸의 모습                                                                                              까지 않은 피칸의 모습  피칸의 효능 1. 뇌혈관 건강, 심혈관 건강피칸에는 불포화 지방과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어 중성지방을 수치를 낮추고 부정맥을 개선하며 동맥경화 예방에 좋습니다. 피칸을 하루에 15개씩 섭취하면 LDS(나쁜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HDL(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여 뇌졸중과 관상 동맥질환..

27. Pecan 영농 2024.11.22

4. 김영랑 시/1.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영랑 시 모음 25편/그도세상그도세상김용호 2018.06.14 15:44:05조회 2,700 댓글 0 신고김영랑 시 모음 26편☆★☆★☆★☆★☆★☆★☆★☆★☆★☆★☆★☆★《1》四行詩김영랑1임 두시고 가는 길의 애끈한 마음이여한숨쉬면 꺼질 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이 밤은 캄캄한 어느 뉘 시골인가이슬같이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깨치나니2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을 본다.눈썹에 아롱지는 눈물을 본다풀 위엔 정기가 꿈같이 오르고가슴은 간곡히 입을 벌린다3좁은 길가에 무덤이 하나이슬에 젖이우며 밤을 새인다나는 사라져 저 별이 되오리뫼 아래 누워서 희미한 별을4저녁 때 저녁 때 외로운 마음붙잡지 못하여 걸어다님을누구라 불러 주신 바람이기로눈물을 눈물을 빼앗아 가오5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가을은 쓸쓸한만 뿐이구려희끗희..

3. 김수영 시//5.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한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너어스들 옆에서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3. 김수영 시/4. 눈

눈김수영눈은 살아 있다떨어진 눈은 살아있다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기침을 하자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기침을 하자눈은 살아있다죽음을 잊어버린 靈魂과 肉體를 위하여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기침을 하자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

3. 김수영 시/3. 사랑의 변주곡(戀奏曲)

사랑의 변주곡(戀奏曲)김수영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 都市의 끝에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암흑이 있고 三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속삼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산이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이제 가시뱥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까지도 사랑이다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는열렬하다間斷도 사랑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암흑 ..

3. 김수영 시/2. 풀

풀김수영풀이 눕는다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 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 김수영/1. 김수영 시 모음 15편

3. 김수영 시/1. 김수영 모음 15편풀김수영풀이 눕는다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 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푸른 하늘을김수영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해서비상(飛翔)하여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