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2. 내가 읽은 좋은 시 > 2)시인의 대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김수영 시/4. 눈 (0) | 2024.11.22 |
---|---|
3. 김수영 시/3. 사랑의 변주곡(戀奏曲) (0) | 2024.11.22 |
3. 김수영/1. 김수영 시 모음 15편 (0) | 2024.11.22 |
2. 김소월/ 7. 진달래꽃 (0) | 2024.11.22 |
2. 김소월/6. 개여울 (0) | 202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