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3. 김수영 시/2. 풀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2. 17:30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