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4. 김영랑 시/6. 모란이 피기까지는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2. 20:43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원 설움이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핏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