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겨울바람/ 월정 강대실 일손 거둔 허수아비 움츠려 서 있는텅 빈 논배미 진구렁 싸다니다가 언덕배기 미루나무 높다란 가지 위덜덜 떨어대는 까치집 흔들다가 산코숭이 가시덤불 속 웅크려 앉아할딱할딱 가쁜 숨 몰아쉬다가 구동을 건널 데는 어디에 있느냐고샛강 얼음장같이 울부짖다가 얼어붙은 오금 절름절름 끌고솔폭 밑으로 얼른 꽁지를 감춘다. 초2-783 1. 오늘의 시 2024.11.29
11. 박두진 시/7. 유 방 (乳 房)(수석열전) 유 방 (乳 房)(수석열전) 누구가 저기를 올라갈까 꿈으로 쌓아올린 하늘 닿는 저 꼭지 터지면 샘물솟을 융기의 저 내밀 누구가 저기를 올라갈까 손 씻고 발 씻고 넋을 마저 씻고서도 그대 아니 가슴 열면 기웃조차 할 수 없는 정해라 펄펄 오는 꽃의 사태 그 너머 희디하얀 저 봉우리를 누구가 올라갈까[출처] 유방(박두진 선생 詩와 수석 소개) (무찰수석-수석취미동호회) | 작성자 무위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7. 향현(香峴) 향현(香峴)박두진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 넘어, 큰 산 그 넘어 산 안 보이어,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들어섰고, 머루 다래넝쿨 바위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깔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사토끼,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산, 산, 산들! 누거 만년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 즉 하매,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확 치밀어 오를 화염을내 기다려도 좋으랴!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리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6. 별 별박두진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길을 다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여 왔더이라백엽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엽 같이 불리우며 물소리에 흰 돌 되어 씻기 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잊고 왔더니라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이고 서 있고 풍운에 깍이어 날선 봉우리 훌훌훌 창천에 흰 구름 날리며 섰더니라쏴아 - 한종일내 - 쉬지 않고 부는 물소리 안은 바람소리 ... 구월 고운 낙엽은 날리여 푸른 담 위에흐르르르 낙화 같이 지더니라.어젯밤 잠자던 동해안 어촌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는 장엄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별드르이 보았느니.이제 나의 이 오늘밤 산장에도 얼어붙는 바람 속우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 같이난만하여라.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5. 청산도 청산도박두진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너멋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엎드리면, 나는 가슴이울어라.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그리워라.가슴으로 그리워라.티끌 부는 세상에도,벌레 같은 세상에도,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홀로 서서 눈물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티어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4. 오도(午禱) 오도(午禱)박두진백(百) 천만(千萬) 만만(萬萬) 억(億)겹찬란한 빛살이 어깨에 내립니다.자꾸 더 나의 위에압도(壓倒)하여 주십시요.이리도 새도 없고,나무도 꽃도 없고,쨍 쨍, 영겁(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광야(曠野)에온 몸을 벌거벗고바위처럼 꿇어,귀, 눈, 살, 터럭,온 심혼(心魂), 전(全) 영(靈)이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너무도 당신은 가차이 오십니다.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요.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요.핏방울이 더욱도 곱게 하여 주십시요.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피 흘린 상처(傷處)마다 만져 주시고,기진한 숨을 다시불어 넣어 주시는,당신은 나의 힘.당신은 나의 주(主).당신은 나의 생명(生命)당신은 나의 모두……스스로 버리려는벌레 같은 이,나 하나 끓은 ..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3. 해 해박두진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달빛이 싫여 달빛이 싫여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빛이 싫여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뉘가사 오면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휠훨휠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사슴 따라 사슴을 따라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워어이 위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2. 묘지송 묘지송박두진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수가 빛나리향그런 주검의 내도 풍기리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
11. 박두진 시/1. 박두진 시 모음 37편 박두진 시 모음 37편☆★☆★☆★☆★☆★☆★☆★☆★☆★☆★☆★☆★《1》가을 당신에게박두진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홀로 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2》갈대박두진갈대가 날리는 노래다.별과 별에 가 닿아라.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언어는 이슬 방울,사상은 계절풍,믿음은 업고(業苦)사랑은 피 흘림,영원 - 너에의손짓은하얀 꽃 갈대꽃.. 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