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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태주 시/1. 나태주 시 모음 49편

나태주 시 모음 49편☆★☆★☆★☆★☆★☆★☆★☆★☆★☆★☆★☆★《1》3월나태주어차피 어차피3월은 오는구나오고야 마는구나2월을 이기고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돌아와 우리 앞에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새들은 우리더러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조르는구나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지껄이라 그러는구나아, 젊은 아이들은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새 가방을 들고새 배지를 달고우리 앞을 물결쳐스쳐가겠지그러나 3월에도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2》6월 기집애나태주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벌을 꼬이는데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

5. 김춘수 시/ 6.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바르르 떤다.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3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밤에 아낙들은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3

5. 김춘수 시/ 5. 순명(順命)

순명(順命)김춘수처서 지나고 땅에서 서늘한 기운이 돌게 되면 고목나무 줄기나바위의 검붉은 살갗 같은 데에 하늘하늘 허물을 벗어놓고매미는 어디론가 가 버린다.가을이 되어 수세미가 누렇게 물들어 가고 있다.그런 수세미의 허리에 잠자리가 한 마리 붙어 있다.가서 기척을 해봐도 대꾸가 없다. 멀거니 눈을 뜬 채로다.날개 한 짝이 사그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내 손이 그의 몸에 닿자 긴 꼬리의 중간쯤이소리도 없이 무너져 내린다.

5. 김춘수 시/ 4. 능금

능금김춘수그는 그리움에 산다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 견디기 어려운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그리움은 마침내스스로의 무게로떨어져 온다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눈부신 축제의비할 바 없이 그윽한여운을 새긴다이미 가 버린 그 날과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이 아쉬운 자리에는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익어간다보라높고 맑은 곳에서가을이 그에게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우리들 두 눈에그득히 물결치는시작도 끝도 없는바다가 있다

5. 김춘수 시/ 2. 꽃

꽃김춘수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