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박두진
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
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길을 다
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여 왔더이라
백엽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엽 같이 불리우며 물
소리에 흰 돌 되어 씻기 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
잊고 왔더니라
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이고 서 있고 풍
운에 깍이어 날선 봉우리 훌훌훌 창천에 흰 구름 날
리며 섰더니라
쏴아 - 한종일내 - 쉬지 않고 부는 물소리 안은 바람
소리 ... 구월 고운 낙엽은 날리여 푸른 담 위에
흐르르르 낙화 같이 지더니라.
어젯밤 잠자던 동해안 어촌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
는 장엄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별드르이 보았느니.
이제 나의 이 오늘밤 산장에도 얼어붙는 바람 속
우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 같이
난만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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