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227

가을의 애수

가을의 애수哀愁 / 월정 강대실 가을은 아파하지 말자무심결에도 회한의 탄식일랑은 꼭 하지 말자몇 번이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들풀 우부룩한 풀숲에 묻혀서도그윽이 쑥 냄새 풍기는 곰삭은 쑥대처럼이내 계절도 아무 향이든 하나는 품기 원했지 갈급한 나의 바람은 잘게 깨어진 거울 조각  여직 한 번 가슴을 뜨겁게 한 적 없는열매보다는 가지만 우부룩한 무화과나무 같은 정열을 잃은 해 허겁지겁 종심의 강 건너는가을의 길목 갈꽃 나부끼는 강둑에 서자내안에 그득히 쌓여 드는 공허함 뒤 돌아보며 흘깃 눈길 하늘에 이르자밀물처럼 밀려드는 부끄러움갈한 심신을 얼러 마음의 고삐 바투 잡는다. 초2-840

1. 오늘의 시 2024.11.14

다시 너를

다시 너를 /월정 강대실손사래 향한 헤픈 미소로바람처럼 돌아선 너,  눈길은 하냥 뒤를 쫓지만달랑 빈 깡통처럼 남겨두고산모롱이 돌아서 사라졌다가눌 길 없는 허전함, 개울가 검바위를 찾는다잔바람에 꽃잎 하르르 날리는 오후의 적막한 신작로 너머 가슴 숭숭한 산 어슬렁이다  멧부리 위 두둥실 흰 구름 멀거니 바라보며 흐르다가 여직 잠 깨지 않아 앙상한 가지 많은 은행나무 붙들고  또 한 겹 고독의 더깨 쌓으며앞산 붉어질 날 기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11.14

낙엽 인생

낙엽 인생人生                                                  월정 강대실                                             여름이다  했더니 어느새 삭풍 일세청청한 이파리 연기 없이 붉게 타떨어져 쫓기는 서러움이내 가슴 파고든다. 산정 향해 오른 길 어느새 하산 일세오르면 내려야 온당한 인간산데 세월 강 허무타 말자인생은 낙엽 이리.(초2-863) 초2-863

1. 오늘의 시 2024.11.13

가을 산

가을 산/ 월정 강대실                                저 높은 산 상상봉 멧부리아스라한 벼랑 끝에, 덩그맣게 내 목마른 영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울컥울컥 피 울음 토악질해그 서글픔 이 산 저 산에 저토록   영롱한 꽃등으로 피워 내걸고 나무처럼 계절 모른 기도로칼바람 진눈개비, 의젓이 언 강 건너 주저 없이 사랑의 나래 펼치련만 돌아보면 볼수록 이제는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안개처럼 덧없고기다란 그림자 찬란히 서러운 석양녘 타고 몽당비만큼 남은 여정이라도가을빛 속 또 다른 영롱한 빛이 되어절름절름 걸어서라도 가야 한다.초2-848

1. 오늘의 시 2024.11.11

땀의 여백

땀의 여백/ 월정 강대실 언제까지 마음에 두고만 살 수 없어 큰맘 먹고 낙목 쫓아가는 막내 동서랑 땅끝 마을 달마고도 트래킹에 오른다 산문에 드니 기실 나는 땅을 기는 미물 울울한 숲길을 걸으면 구정물 들이킨 잡물 산골에 들어서자 있는 듯 사라지는 안개 산주 청설모 길라잡이가 되어 오르는 바윗등 힘이 풀리고 후들후들한 네 다리로 기어서 가까스로 산정에 땀벌창 되어 닿는다 무상무념 반석에 오도카니 앉아 가쁜 숨 갈앉히고는 사방으로 눈길 보내자 아득히 열리는 시야, 땀이 일군 여백 장부의 호연지기를 오늘에야 안다. 초2-802

1. 오늘의 시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