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6. 나태주 시/6. 겨울 연가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5. 07:52

겨울 연가

나태주

한겨울에 하도 심심해
도로 찾아 꺼내 보는
당신의 눈썹 한 켤레.
지난 여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그것들.

움쩍 못하게 얼어붙은
저승의 이빨 사이
저 건너 하늘의 한복판에.

간혹 매운 바람이 걸어 놓고 가는
당신의 빛나는 알몸.
아무리 헤쳐도 헤쳐도
보이지 않던 그 속살의 깊이.

숙였던 이마를 들어 보일 때
눈물에 망가진 눈두덩이.
그래서 더욱 당신의 눈썹 검게 보일 때.

도로 찾아 드는
대이파리 잎마다에 부서져
잔잔히 흐느끼는
옷 벗은 당신의 흐느낌 소리.
가만가만 삭아 드는 한숨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