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0. 천상병 시 /4. 새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28. 09:23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날,

그 다름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하는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