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경사가 났다/ 월정 강대실
넷째야, 동네 경사가 났다
아래 고샅 상 큰댁 네 순기 형
순하디순하고 일 잘 하는 씨어미
산고를 앞산이 다 쩌렁쩌렁 따라 울더니
순산했는갑다 아까참에
네 배 짼디 잠잠해졌다 인제는
야야!, 낼 아침에는 식전에
갈초랑 큰 소쿠리에다 속겨 꼭꼭 눌러 담아
한행부 살째기 짊어다 주어라
먹고 새끼 젖 잘 물리고 얼른 힘 타
농골 수렁배미 애갈이해야 쓴다 해토하면
그러고, 단단히 일러두어라
이참에는 송아치 암수 간에 젖 떨어지면
기스락 밑에라도 꼭 판도치 숙부네 집에
소고삐 매어 줄 생각 하라고
소 뜯기던 언덕 너머 금살 소 울음소리
망각의 강 질러오는 아버지 말씀.
초2-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