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모신 족보 배견하다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갇혀서도
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큰누님 내 마음 틀어쥔다
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
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
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
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
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
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
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
어디메 꽃밭에 백화 만발해 옹그리고 있는지
가슴에 묻고 가신 부모님 전에
‘어머님 아버님!, 불효자 양순이옵니다’
진작에 찾아 납작 엎드려 용서 빌고
왕부모님이랑 서둘러 떠난 두 형들
일곱 식구 오붓이 사시나 몰라 지금은.
큰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