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다 /월정 강대실
이제는 가차 없이
세월의 누더기 벗어던지고 싶다.
뒤죽박죽된 서실 정리하다가 느지막이 아침 때운다.
차 한 잔 챙겨 들고 우두망찰하다 지나온 길 본다.
예제없이 널린 삶의 편린들
인연의 얼레를 감고 푼 하많은 사람들……
돌연 탈박 둘러쓴 나를 만난다.
꾸물대다 세월이 벼린 바람 맞고 에움길 돌다
간당간당 회한의 강 건너는 얼뜨기,
정수리에 성근 땀내 밴 머리칼
점점 눈멀고 귀먹더니
이제, 삐뚤어진 주둥이 헛나발 불며 거들먹거리는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